[인터뷰]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엄마로서 아이를 양육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받아야 하고, 가정 내에서는 아이 양육 문제로 부부간, 고부간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렇기에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아예 포기하는 현실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할까? 대한민국의 워킹맘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한국워킹맘연구소(http://cafe.naver.com/workingmom119) 이수연(34) 소장을 지난달 16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한국워킹맘연구소 앞 식당에서 만났다. 그녀는 “일과 양육을 병행하려면 일단 워킹맘 스스로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변해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엄마들이 일과 양육을 병행한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죠. 기업 구조개선, 사회 인식 변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워킹맘 스스로도 달라져야 해요. 일과 양육을 병행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상당한 각오를 해야 해요.”
이 소장은 지금의 남편과 직장인 연극 동호회에서 만나 1년여의 연애 끝에 2005년 결혼했고, 결혼 3년 만에 첫 아이 시완(4) 군을 낳았다. 그녀는 첫 아이 출산 후 육아 문제 때문에 수년간 운영해 온 홍보대행사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부모님들께 아이를 맡길 수가 없었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하기에는 제 맘이 너무 안내키고 힘들더라고요.”
그녀는 시완 군이 태어난 지 8개월째가 되던 때, 큰 결심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워킹맘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지금의 한국워킹맘연구소를 설립한 것.
“제가 양육을 하며 살펴보니 워킹맘들이 어려움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장소가 단 한 곳도 없더라고요. 엄마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대개 양육만 하는 엄마들을 위한 곳이라서 워킹맘들이 낄 틈이 없었어요. 일했던 엄마, 일 하려는 엄마를 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워킹맘을 위한 공간이 있다고 해도 양육하는 엄마를 위한 커뮤니티에 곁다리 식으로 일부만 존재하고 있어서 저 스스로 답답해 일단 한국워킹맘연구소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현재 한국워킹맘연구소는 일을 시작하려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마인드 코칭부터 스피치, 프레젠테이션 등 능력 향상 교육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워킹맘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장소도 제공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워킹맘 채용을 늘리기 위한 워킹맘 인식 전환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장은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둘째 재완(2) 군도 낳았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으로서 일하랴, 두 아이를 키우랴 눈코 뜰 새가 없지만 최근 그녀는 밤잠을 줄여가며 워킹맘들을 위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7월 8일 출간된 예정인 이 책의 타이틀은 바로 <일하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위즈덤 하우스). 이 땅의 워킹맘을 응원하고 싶어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워킹맘들을 위한 육아지침서를 썼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그녀의 조언은 바로 계속 일을 하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일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아이와 떨어져 있다는 것이에요. 너무 가슴 아파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게도 이런 문제로 많은 상담을 해오는데 저는 항상 계속 일을 하라고 조언해요. 양육에 전념하면 일을 못하고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양육에 소홀하게 되죠. 그런 부분은 감안을 해야 해요.”
하지만 가족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고, 지혜롭게 가사 분담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남편의 도움이 필요해요. 일하면서 혼자 가사와 양육을 하기에는 사실 힘들죠. 어떻게 남편에게 가사와 양육을 돕게끔 하냐고요? 탈무드를 보니 ‘왕비가 되려면 남자를 왕으로 만들어라’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 말 정말 공감해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남편과 많은 소통을 통해 엄마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야기하세요. 남편의 권위도 세워주시고요.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각오를 다지고 시작하세요. 다들 할 수 있습니다!”
워킹맘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녀의 교육관은 어떨까? 그녀는 오는 7월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경기도 시흥으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가 맘껏 뛰어놀며 흙을 밟고 나무를 탈 수 있는 유치원이 시흥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를 위해 이사 갑니다. 일반 유치원 프로그램은 너무 학습 위주로만 구성된 것 같아 아이가 답답해할 것 같아서요.”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정말.. 마음을 다잡고.. 일과 가정 모두에 소홀하지 않은 진정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