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에서 결혼할까, 밖에서 결혼할까"
마당이 있는 결혼식장 '사랑의 집'을 만들며
[연재] 이야기가 있는 미술놀이 - 엄마와 함께 이야기하며 미술놀이 하기!
둘째 마당 ? 사랑의 집
늘어지게 늦잠자고 싶은 토요일. 윤이는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어디를 갈 거냐고 자꾸 물었다. 너무 추워서 집에서 놀자 했더니 통하지는 않고…, 간신히 설득한 끝에 가까운 경기도 미술관에 가기로 합의를 했다. 요즘 대중교통에 푹 빠진 윤이는 택시는 싫다며 버스나 지하철을 타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추위를 뚫으며 경기도 미술관에 도착했다. 마침 운 좋게 아이들 체험시간이 되어서 미술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먼저, 다양한 콜라주 작품들을 감상한 후 윤정원 작가의 <샹들리에>처럼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여 입체로 꾸며보기로 하였다. 윤이는 무엇을 만들지 생각을 한 후 종이에 집을 그렸다. 창문이 세 개 있고 모두 잠겨 있는 집이었다.

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골라와 구성을 하기 시작했다. 상자를 만들고 칼로 뚫어서 출입문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미 상자들을 붙여서 나무젓가락 두 개로 문을 대신 표현하였다. 문 아래쪽엔 철사를 감아서 “철사가 위로 올라가면 안 잠긴 거. 아래로 가면 잠긴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세모 모양의 지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끈으로 동그랗게 이어서 만들기로 했고 글루건을 사용해야 해서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붕을 붙이고 다 완성된 줄 알았더니 갑자기 상자 하나를 더 연결하며 마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마당에 씨앗을 심어야 한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검은콩, 당근, 완두콩, 강낭콩, 바나나 장미꽃까지…, 금세 마당이 꽉 찼다. 출입문을 제외한 삼면에는 창문을 만들고 “봄이어서 풀이 생겨났어” 하며 풀도 사인펜으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LOVE 글자 조각을 가져와서 엄마에게 “한글로 이게 뭐야”라고 물었다. 사랑이라고 설명해 주었더니 출입문 위에 붙이고는 장미꽃 사이에 <사랑의 집>이라고 썼다.

윤이가 열심히 사랑의 집을 만들고 있는 사이 연이는 CD 케이스에 여러 가지 재료를 붙였다. 1시간 동안 3개의 작품을 완성 했다. 미술활동 할 때 제일 집중을 잘하는 연이는 엄마의 도움이 없어도 척척 꾸몄다. 나중에 발표할 사람 손들라 했더니 제일 먼저 손들어 스파게티를 만들었다며 수줍게 이야기까지 했다.

윤이는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신 선생님이 만든 작품은 가져가도 되고 미술관에 전시를 해도 된다고 했더니 고민도 하지 않고 냉큼 전시를 하겠다고 선생님께 가져다주었다. 엄마인 나는 좀 섭섭해서 나중에 물어보니 “다른 사람도 봐야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반면에 연이는 손이 꽁꽁 어는 데도 집까지 자기 작품을 꼭 들고 왔다.

집에 돌아와 윤이가 만든 마당이 너무나 좋은 생각이었다고 칭찬하며 왜 마당을 만들게 됐는지 물어보았다.
윤이 : 밭을 만들라고. 마당이 있는 결혼식장 만들라고.
엄마 : 사랑의 집이라고 했잖아.
윤이 : 사랑의 집이 결혼식장이야.
엄마 : 왜 결혼식장이 사랑의 집이야?
윤이 : 사랑해서 사랑하는 곳이니까.
윤이의 대답을 들으며 뭔가 숙연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엄마와 아빠도 마당에서 결혼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윤이와 나는 결혼 앨범을 찾아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이가 물었다. “아빠는 홍성할머니랑 할아버지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 “엄마는 세종할머니랑, 할아버지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 윤이의 질문에 잠시 옛날로 돌아가 수줍고 어색했던 시부모님과의 만남과 윤이아빠를 친정집에 데려간 날을 떠올려 보았다.
윤이의 말이 들려온다.
“엄마, 나 안에서 결혼할까? 밖에서 결혼할까? 비오면 어쩔 수 없고 안에서 결혼하고.”
벌써 이런 고민을 하는 윤이를 보며 오늘도 웃음으로 마무리를 한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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