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힘들지만, 놓을 수 없는 이유”
“공동육아 힘들지만, 놓을 수 없는 이유”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12.16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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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은 엄마들의 이야기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은평 품앗이 모임 안세정 대표는 오전 9시 50분,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10시 30분까지 육아사랑방에 도착해서 낮 12시까지 그림책 모임을 진행한다. 모임이 끝나면 오후 2시까지 임원진 회의를 하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복지관 관계자와 미팅을 가진다. 미팅 내용을 공유한 뒤 집에 와 아이들을 씻기고 각 모둠별 활동을 살펴보며 운영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한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자센터 창의허브에서 안세정 대표가 자신의 하루 일과를 공개한 이유는 바로 공동육아의 길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주최로 열린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백과 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공동저자로 소개된 안 대표는 공동육아라는 길을 택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담담히 털어놨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자센터 창의허브에서는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주최로 열린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백과 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자센터 창의허브에서는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주최로 열린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백과 발간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안 대표는 “사업지기일을 하면서 새벽 1~2시를 넘는 건 보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살림에 신경 못 쓸 날이 많아 남편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남편 입장에선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살림은 늘어져 있고 아이들은 제대로 케어 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니 답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는 안 대표. 그럼에도 공동육아를 관두지 못했던 이유는 아이들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육아로 지친 엄마들이 모여 ‘나만 외롭지 않구나’, ‘나만 육아가 힘든 게 아니구나’를 알아가는 게 너무 기분 좋고 뿌듯했다”고 답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마을 공동체를 꾸려가면서 처음 10명이었던 인원은 현재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인원이 늘어난 만큼 안 대표의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이 활동을 하면서 안 대표뿐 아니라 엄마들의 그릇이 점점 넓어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안 대표는 “이전에는 단순히 ‘내 아이’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다시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모난 돌이 서로 부딪혀서 둥글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아이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도록 둥글게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과 함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라갈 수 있음은 공동육아가 가진 꽤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 아이를 함께 ‘어떻게’ 키울까?

 

또 다른 저자인 권기정 동대문 알토란 대표 역시 비슷한 무렵에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권 대표는 “둘째를 낳고 나서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실감했다. 특히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큰 아이에게 전혀 신경을 못 써줬는데 그런 부분에서 혼자 양육하는 것에 모자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본인의 모자람을 채워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 권 대표는 우연히 구청에서 운영하던 ‘찾아가는 마을 공동체 강좌’를 듣게 됐다.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함께 키우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공동육아의 장점을 발견한 권 대표는 강좌에서 만난 사람들과 뜻을 모으기로 했다. 이를 위해 권 대표가 했던 행동은 엄마들과 자주 만나 밥을 함께 먹는 것이었다.

 

권 대표는 “공동육아에서 필요한 건 누가 누군지 알아가는 것이다. 취미가 뭔지,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아주 사소한 이야기부터 공동육아의 목표를 공유하기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다”며 “서로의 사정을 잘 알아야 어떤 일을 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2년 10월 문을 연 동대문 알토란은 서로에 대한 살핌과 고민 끝에 결성됐다. 권 대표는 “공동육아를 시작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함께 키우기로 한만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명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즉 내 아이 키우기와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의 차이는 무엇인지, 아이는 어떤 존재이고 부모는 어떤 존재인지 등을 질문하고 답하고, 나와 배우자의 육아관 등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권 대표는 “서울 한복판에서 육아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평소 맞벌이하면 도우미를 쓰거나 아이를 맡기는 구조에 고민이 많았는데 공동육아로 이런 고민을 많이 해결했다”며 “이 사업을 하면서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구나’란 것을 배웠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서로의 주변상황을 아는 과정”이라고 거듭 반복했다.

 

◇ 공동육아서 중요한 것은 ‘초심’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백과는 201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한 70여 곳의 사업지기들의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백과는 201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한 70여 곳의 사업지기들의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곽영선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돌봄사업부장은 공동육아 현장 컨설팅을 하면서 공동체 생활에서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풀어냈다.

 

우선 육아라는 공감대 하나만으로 서로 같은 마음일 거라는 확신은 위험하는 것이다. 곽 부장은 “성장에 맞춰 움직이는 공동육아에서 어떤 객관적인 지표나 룰을 들이대서 방향을 잡는다면 경직된 모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동의 모임이라고 해서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나 판단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또 사업지기는 회원들에게 첫 마음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운영을 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 경우가 생기고 그에 따라 초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지기가 중심이 돼 주고 초심을 돌이켜 주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회원들과 함께 회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아이들 간 다툼도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이때 부모가 알아둬야 할 점은 아이들이 싸우는 것도 성장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곽 부장은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조율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 피해선 안 된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가지 말고 넓게 보고 쭉 이어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곽 부장은 “지금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100배는 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아셨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공동육아 공동체 생활백과는 201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한 70여 곳의 사업지기들의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 및 문의는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www.gongdong.or.kr, 02-323-052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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