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부모가 아이 성장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애기처럼 느껴지던 아이가 어느 날 가슴이 아프다고하면 엄마는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 소아과치료의 화두는 단연 성조숙증 치료입니다. 과잉되는 영양과 학습, 그에 반해 결핍되어지는 운동과 휴식!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여린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빨리 어른이 되려고 합니다. 몸과 마음 모두….
울상이 된 어머님이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평소 아이가 밝고 건강하고 운동도 많이 하며, 나이도 이제 만 7세 밖에 되지 않는 여자 어린이로, 엄마는 초경을 고2때 했었기에 성조숙증에 대해서는 꿈에도 걱정하지 않았다며 너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대학병원검사상 뇌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진성 성조숙증은 아닌 상태여서, 많이 위로를 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2살이나 많고, 혈액검사상 에스트로젠수치가 기준치를 넘는 11pg/ml(E2)로 나타나고 가슴도 부풀어 오르는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담당교수님께서는 적극적인 치료를 지시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초경을 늦추는 주사를 매월 맞아야 하는 것이 싫고, 더구나 앞으로 커서 결혼과 임신도 해야되는데 항암제로도 사용한다는 주사요법이 걱정되어 한의학적 치료가 있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찾아오셨던거지요.
진맥해본 결과 다행히 아직 성장하는 맥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로 맥박수는 누구나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급성성장기에 들어서는 완만하게 맥박수가 유지되다가, 성장이 종료가 되는 시점에 맞물러 맥도 급격히 가라앉게 되어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진맥을 유심히 하다보니, 이러한 사실이 골연령과도 밀접하기에, 몇 년간 계속 진맥한 결과로 ‘성장기 맥박변화와 골연령 등의 상관성 연구’라는 논문을 올해 3월에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경험을 살려 특히 성조숙증으로 내원한 어린이에 대해서는 진맥을 철저히 하는 평소 진료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맥에서 볼 때 이 어린이는 너무 염려되는 수준은 아닌 나이에 맞는 맥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성장, 성장숙증 치료는 침과 뜸, 한약, 운동치료, 견인치료 등이 이루어집니다. 침치료 시에는 특히 발목 복숭아뼈 위쪽으로 3cm 정도에 있는 삼음교라는 침자리가 중요한데, 족궐음간경과 족소음신경, 족태음비경의 3가지 경락의 교차점으로서 여성의 자궁과 간, 비, 신에 쌓인 열을 풀어주는 혈자리입니다. 뜸치료는 비위의 근본이 되는 중완혈 위주로 치료를 하며, 한약을 처방 할 때는 ‘과루인, 지모’ 등 열을 가라앉히는 한약재에 ‘속단, 황기’ 등의 성장을 촉진하는 한약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60일간 치료를 성실히 한 후 다시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 한 결과 모두 기준치이하로 떨어져서 성조숙주사치료는 안해도 되는 상태로 판정되었다고, 어머님께서 매우 기쁜 얼굴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저는 석사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마친 후, 제대로 된 진료와 연구를 하고자하는 생각에 꾸준히 연구하여 16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좀 더 노력을 할 걸 하는 부끄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논문을 쓰고 연구하고 진료를 했다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들이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설 때 오늘 하루 하루 내가 행한 일들이 몇 년 후에도 보람되고 떳떳할 수 있도록 거울을 다시 봅니다.
*칼럼니스트 임영권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연석사과정, 경희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한의학박사가 되었다. 평소 진료를 하면서 연구에도 매진하여, 아토피, 비염, 비만, 성장맥, 성조숙증 등에 대해 각각 논문을 발표하였고, 특히 비만, 성장을 위한 영양관리시스템으로 2012년에는 특허를 취득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이조아한의원 수원점(http://aijoa.co.kr)에서 대표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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