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자리는 엄마가 만든다
부부가 서로 마음이 맞아야 가정이 행복하다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엊그제 집사람과 아빠 육아와 관련해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라 하여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특별한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젊은 아빠들과 달리, 사십줄, 오십줄인 아버지들은 귀가 대신 술자리에 모여 고스톱을 치러 모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차피 사춘기 자녀들은 아버지를 부담스럽게만 여기는데다 공부하는데 방해된다며 TV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하니 집에 뭐 하러 일찍 가겠느냐.
저는 집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버지가 과일이라도 직접 깎아 공부하는 아이에게 갖다주면 되지 않느냐. 그런 노력를 할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서 아버지의 권위를 세우려고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멀어지는게 아닐까?" 그러자 집사람은 이런 얘기를 해 주더군요. 학교에 오십줄인 선생님이 있는데 평소 가정에 여느 아버지 못지 않게 충실한데도 부인이 "애 공부하는데 훼방된다"라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막상 부인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 버리는 셈이죠.
이런 일도 있구나 싶더군요. 아이가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엄마들은 미리미리 대비해야 좋은 중학교 들어가고 특목고 가서 명문대 간다고 호들갑을 뜨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사실 저희 역시 어느 유치원을 보내고 어느 초등학교를 보내야 하는지 몇년 뒤의 일을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몇몇 극성 엄마들만의 얘기라고만 여겼는데 막상 부모가 되니 남의 얘기만은 아니더군요. 하물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쯤 되면 가정에서 지상 과제는 "공부"입니다. 엄마들은 자녀의 교육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며 어느 사이 아버지는 돈만 열심히 벌어다주면 되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소외되어 버립니다. 물론 요즘은 엄마들의 치맛바람 이상으로 바짓바람을 날리는 아버지들도 엄연히 있지만요.
물론 이런 실태가 정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건 별개의 얘기입니다. 다만 제가 그 순간 깨달은 것은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없어진 현실을 단순히 아버지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와 아들의 도보 여행기를 다룬 <최효찬의 아들을 위한 성장여행>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 교수인 저자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위해 1년에 두번씩 십년이 넘도록 아들과 함께 둘이서 전국을 도보로 여행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은 아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절대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 분의 부성애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와 함께, 그 분의 부인 또한 그것을 이해해주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여느 엄마들처럼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을 데리고 어디를 가느냐, 라고 핀잔을 주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제아무리 자녀 교육에 투철한 신념을 가진 아버지라 해도 의욕이 꺾여서 두번 다시 같은 얘기를 꺼내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만드는데는 제일 먼저 아버지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함께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노력도 허사가 됩니다. "엄마가 달라졌어요", "아빠가 달라졌어요.", "남편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내가 달라졌어요"는 없습니다. 왜 일까요? 그동안 우리의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남편은 가정에서 군림하는 존재요, 아내는 희생의 이미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가정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우리 남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남편의 역할이듯 남편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를 만드는 것 또한 아내의 역할이라는 사실, 늘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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