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육아, 힘들지만 꼭 해야하는 이유
"아이들에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삶을 선물해요"
[연재] 마을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품앗이 육아의 시작은 생각보다 쉽다. 마음 맞는 사람 몇 명과 장소만 있으면 얼마든 가능하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바로 이 품앗이 육아이다. 많은 모임과 마을공동체를 만나 보았다. 그 때마다 빠지지 않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바로 멤버들과의 의견차이였다. 아무래도 나와 생각의 방식이나 살아온 과정이 다른 엄마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의견을 모으고 함께 방향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 그래서 우리 은평 품앗이 육아는 처음에 이런 과정을 느끼면서 세운 원칙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 가장 첫 번째가 바로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원칙을 세워도 실제로 잘 실천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생각이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사실 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그것을 조율해가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디서고 그런 소통의 어려움은 잠재되어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해나가려는 자세이다. ‘당장이라도 맘에 안 들면 그만 둬야지’ 하는 생각을 갖는 것과 비록 이런 과정의 어려움은 있지만 아이들을 함께 키우며 엄마들이 성장해가는 이 가치를 작게 여기지 않고 ‘어떻게든 함께 인내해보자’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노력해가는 것과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모두 혼자만의 경쟁을 유도하는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 산업화되고 도시화,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지향해가는 것에 대한 훈련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그렇다 보니 안 그래도 육아로 힘든 상황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일들을 도모해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점에서 한 가지 기억할 부분이 있다.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지난 날의 우리처럼 경쟁 사회로 나아갈 텐데 그 이전에 이렇듯 함께 자라가고 더불어 사는 것을 몸소 배울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훗날 아이의 성장에도 매우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이 품앗이 육아 안에서 친구들과 더불어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때때로 좌충우돌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몸소 배우고 협력할 줄 아는 아이로 자연스럽게 자라나게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똑똑한 영재보다 사람과 세상과 소통할 줄 아는 따뜻한 인재가 필요한 때가 왔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고 어울림의 기쁨을 모르는 사람이 된다면 그 지식의 충만함이 어떤 쓸모가 있을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과 병폐들이 그런 인재들 속에서 나왔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공동체 활동은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인성을 키워줄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따라서 부모 된 우리가 먼저 저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을 내려놓는 훈련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을 누구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칼럼니스트 안세정은 5살, 8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첫 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행복한 육아를 고민하다가 ‘품앗이 육아’를 알게 되었고, 2012년 북스타트 행사를 통해 만난 14명의 엄마들과 ‘품앗이 동화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새로 시행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은평 품앗이 육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30여명의 엄마와 좌충우돌하며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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