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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속으로 아이를 내몰고 있지 않나요?

김상곤 이사장, 부모의 역할 주제로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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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5월, 강도 7.8의 대지진이 쓸고 간 중국 쓰촨성. 8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인명구조에 시급을 다투던 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한 여성의 주검. 여성의 온몸은 흙더미로 뒤덮여 있었고 동그랗게 말아져 있던 팔 안에는 3개월 된 아기가 얕은 숨을 쉬고 있었다.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북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2015 새내기 학부모 발돋움 교실’에서 상영된 한 영상의 장면이다. 현장에 모인 200명의 부모들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듯 영상의 불이 꺼진 뒤에도 쉽사리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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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혁신더하기연구소 이사장은 “‘어머니는 강하다’란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영상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생명을 품고 생명을 키워낸 이름은 어머니지만 사랑에 굶주려 울어대는 아이의 입을 경쟁의 이유로 틀어막는 그들의 이름도 어머니”라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와 도봉구건강가정지원센터 주최로 이날 초청된 김상곤 혁신더하기연구소 이사장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학부모’라는 주제로 지난해 초까지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느꼈던 교육의 변화와 부모의 역할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김상곤 혁신더하기연구소 이사장은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북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2015 새내기 학부모 발돋움 교실’에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을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은혜 기자 eh.jeong@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상곤 혁신더하기연구소 이사장은 2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북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2015 새내기 학부모 발돋움 교실’에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을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은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김 이사장은 “자녀를 낳아 초등학교에 보낸다는 건 또 다른 미래를 향한 발돋움”이라며 “학부모로서 첫 발을 내딛기 전에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제성장에 교육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1950년대 초반 교육이 국가의 중심 분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경제가 발전했고 경제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

 

김 이사장은 “부모는 아이를 잘 되게 하려는 마음에서 교육을 시켰고, 그 결과 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루게 됐다”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경제성장은 사실 치열한 교육열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이렇듯 높은 교육열은 한국 교육의 성공 요인으로도 꼽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한국의 교육열을 배워야 한다”, “한국에선 교사를 국가건설자로 여긴다”며 호평한 사실이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교육열은 국제적으로 정평 나 있다.

 

또한 개천에서 용 나게 만드는 평등교육과 서울이건 지방이건 잘 갖춰진 공교육 인프라, 상위 5% 이내만이 교단에 설 수 있는 초등교사의 수준 등도 한국을 교육 강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요인이다.

 

하지만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다. 사교육이 그 단적인 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3분기에 10배 정도였던 소득계층별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최대 16배로 늘어났다. 이는 곧 교육격차로 이어진다.

 

김 이사장이 소개한 ‘2012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도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회원국 34개국과 비회원국 31개국의 학생 5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수학 1위, 읽기 1∼2위를 차지했다. 수학의 평균 점수는 554점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고, 읽기는 536점으로 일본(538점) 다음이었다.

 

반면 학습 태도와 관련한 정서적 지수는 OECD 평균을 밑돌았다. 수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을 측정하는 ‘내적 동기’는 2003년 조사 때보다 더 낮아졌고, ‘자아 효능감’이나 ‘수학 불안감’ 역시 OECD 평균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이사장은 “보여지는 성적은 늘 상위인데 내적 동기는 65개국 중 58위로 너무나 괴리가 크다. 2009년 2006년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이 결과는 아이들이 공부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 아이들은 인지적인 성적과 정의적인 성적이 비슷하게 가는 것을 볼 때 한국의 교육은 뭔가 크게 잘못돼 있다. 문제를 풀라고 하면 잘 푸는 데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문제 아니냐”라면서 “이걸 바꾸지 않으면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아이와 부모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당연하게도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0년 OECD 국가의 자살률 현황에서는 청소년 자살률이 상위에 속할 정도로 높다.

 

김 이사장은 이제는 정글같은 학교, 성적에 시달리는 학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교육이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성적이 아닌 아이들의 자기성장을 중심으로 교육 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지시와 통제 중심이 아니라 자율과 자치 중심으로 가고 모든 것을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교육방식에서 벗어나는 등 한국 교육은 학업성취를 높이는 쪽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혁신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의를 마치면서 김 이사장은 이젠 엄마가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엄마는 경쟁에 시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할 뿐 즐겁게 배우고 생활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은 등한시했다”며 “우리 아이에게 잃어버린 꿈과 웃음을 되찾아 주고 밝은 미래를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엄마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적보다는 자녀의 인성과 소질, 소망을 더 존중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귀함과 더불어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지혜를 일상생활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학교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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