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모유수유 전문 한의사의 행복한 모유수유 성공기
'모유수유 중 먹는 미역국이 아기에게 해가 될 수 있나요?'
최근 전통산후조리 습관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그 중 미역국을 먹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모유수유 중 미역국을 먹어도 되는지, 적당양은 얼마인지 묻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모유수유 중 미역국을 많이 먹게 되면 체내 요오드 농도가 높아져 아기의 갑상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육아정보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산후 회복을 위해서 미역국이 필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모유수유 중 미역국 섭취의 진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엄마의 미역국 복용으로 아기에게 갑상선 중독증이 나타난 사례는 없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미역국을 많이 먹으면 요오드를 과다섭취하게 돼 갑상선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일 요오드 섭취는 최저 150μg 부터 최고 1,000μg 정도까지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허용 범위가 넓은 이유는 인종, 식문화 혹은 기존의 요오드 섭취량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식문화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미역이나 김 등 해조류로 인한 요오드 섭취가 높은 편입니다. 학자들은 단순히 요오드 섭취량 때문에 산후 미역국이 산모나 아기의 갑상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엄마의 요오드 섭취량이 출산 후 갑상선염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또, 모유로 분비되는 요오드와 신생아의 갑상선 호르몬 분비는 관련이 없으며 엄마의 요오드 섭취량과 신생아의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무관하다는 연구들도 최근 발표됐습니다.
미역국은 어떤 효능이 있을까요? 연구에 따르면 미역국은 산후 피로회복에 좋고 아기의 뇌발달과 신진대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전통 기록에서 보면 <동의보감· 탕액편>에서 ‘미역은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며, 부종을 줄이고, 배설을 돕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전통적으로 ‘산후부종, 젖양부족, 산후변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미역국을 산후에 먹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젖양이 적은 이유를 크게 나누면 ‘유관이 막히거나, 유선 발달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유관이 막혀 있거나 유방조직이 치밀한 여성이 젖이 잘 돌지 않을 때 미역국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역국 섭취, 그래도 주의해야 할 경우는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산후조리원과 산부인과에서 출산 후 하루에 세번 미역국을 먹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아기와 엄마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평소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던 산모나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갑상선의 문제를 고지받은 아기는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모유 속 요오드가 미숙아의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는 전문가와 상의해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것은 산후회복 및 젖분비에 도움이 되도록 했던 조상의 지혜였습니다. 최근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김현지는 모유수유로 아기를 키운 엄마이자, 현재는 KBS한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광대학교에서 한방소아과 전문의, 한의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재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한방소아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정보통신이사로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