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은 아이들이 한창 뛰놀 때 해야!
전원생활은 아이들이 한창 뛰놀 때 해야!
  • 칼럼니스트 원혜진
  • 승인 2015.02.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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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작은 마을로 이사한 천방지축 4남매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충청도 작은 마을로 이사한 천방지축 4남매. ⓒ원혜진
충청도 작은 마을로 이사한 천방지축 4남매. ⓒ원혜진

 

지난 해 4월 우리 가족은 경기도에서 충북으로 이사를 했다. 남편의 지방 발령 후, 다시 경기 발령을 기다리며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드디어 합가를 하였다. 일년동안 가르치던 공부방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는 것과, 첫째 둘째가 다니던 작은 학교에서 전학해야 하는 것이 무척 아쉽긴 했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

 

사실 우리 부부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친정 근처 편리한 아파트에 살다가 좀더 크면 시골로 가야지 했었다. (마음 속으로는 사실 젊은 지금이 돈을 벌 때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갑자기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함께 살아야한다는 생각이야 늘 했지만 남편이 발령이 나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가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다니……. 주변에서는 모두가 걱정을 하며, 아이들이 커갈수록 다들 서울로 못 보내 안달인데, 초등 고학년이 되는 큰 아이부터 커가는 네 아이는 어쩌려고 지방으로 가냐고들 했다. 남편 회사 사람들도 선뜻 이사 결정을 한 나를 특이하다고 했다.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선뜻 이사 온 경우는 처음 보았다고들 했다.

 

나도 처음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하고 보니 그런 걱정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4월 아직 바람이 찬 봄에 이사를 했는데도 네 녀석들은 매일 옷을 진탕으로 만들어가며 논과 들에서 놀았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고, 개울가에 가 통발을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아이들은 답답한 아파트가 아닌 2층집을 무척 맘에 들어했다. 우리 부부 역시 앞에 논, 뒤는 산, 햇살 잘 드는 남향의 집이 무척 맘에 들었다.

 

30여 가구에 초등학생이라고는 둘 뿐인 마을에 꼬마들이 넷이나 이사를 오니,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무척 예뻐해주신다. 마을 할머니들께서는 상추며 비료며, 파, 호박같은 것들을 우리집 마당에 두고 가신다. 실버보행기를 밀고 집마당을 향해 걸어오셔서 검은 봉지를 휙 던져주시고는 서둘러 발길을 돌리신다. 어르신들은 아이들만 보면 사탕이나 과자를 건네주신다. 동네 초코파이란 초코파이는 다 우리집으로 오는 것 같다.

 

주택으로 이사를 오니 자그마한 집에 할 일이 터무니없이 많다. 아파트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주택에서는 다 일이었다. 벌레는 왜이리 많은지, 마당에 풀은 또 왜이리 많이도 잘 자라는지……. 텃밭의 토마토와 상추가 자라는 것은 아주 즐거웠지만, 비 한번 오면 텃밭은 금방 쑥대밭이 되었다. 욕심껏 텃밭에 이것저것 많이도 심었다가 미국선녀벌레의 공격에 모두 갈아엎기도 했다. 양쪽 부모님들께서 한번씩 오셔서, 밭의 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고, 쓰레기도 치우고 많이 도와주셔도 힘이 들긴 매한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가족들이 친구들이 찾아와 바비큐를 해먹고 아이들은 텐트 치고 자고 해먹에서 노는, 날마다 캠핑인 이 생활이 나는 무척 즐겁다. 또한 우리 가족이 함께 매일 아침 저녁으로 여섯 식구 다 모여 식사하는 것도 무척 감사하게 느껴진다. 여름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겨우내 논 경사로에서 눈썰매를 타고 노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정말 이사를 잘 왔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다시 아파트로 이사가, 아이들에게 뛰지마, 조용히 해, 하고 이야기하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흙 잔뜩 묻은 아이들 옷 빨래를 하느라 세탁기를 하루에 네 번 돌려도, 1층 2층을 오가며 온통 모래투성이인 바닥 청소 하느라 정신없어도, 외식 할 곳이나 배달시킬 곳 없는 여기서 아침저녁 여섯 식구 식사준비 아이 넷 간식 준비가 힘들어도 말이다.

 

이곳에서 여름과 가을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지금, 나는 텃밭에 뭘 심을까 하는 고민으로 즐겁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적응 완료했으니, 가까운 도서관에 강의 자리도 구해볼 생각이다. 집안 살림에는 서툴지만, 안팎으로 부지런하게 가꾸어볼 계획이다. 결혼 11년차에 다시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흥미진진한 “촌생활”을 시작한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도 아빠도 아직 젊고 건강하고 의욕이 넘치는 이 때, 아이들이 한창 밖에서 뛰노는 이 때가 바로 촌생활의 적기가 아닐까 한다. 베이비뉴스 독자여러분도 2015년 더 흥미진진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열두살, 열살, 여덟살 아들 셋과, 다섯 살 딸 하나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논술강사 풍물강사로 일해왔으며, 2014년 드디어 꿈꾸던 자연 속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논 앞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매일 캠핑하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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