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경제교육 어떻게 시켜야 될까
아이들에게 경제교육 어떻게 시켜야 될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5.03.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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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이 아닌 생활비로 경제교육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청소년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와 자녀가 돈 때문에 갈등하는 경우를 왕왕 접하게 된다. 물론 돈 문제가 핵심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문제라고 간과할 수 없었다. 단지 상담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필자 역시 부모가 된다면 어떤 식으로 자녀들에게 경제교육을 시켜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었다.

 

필자도 그렇지만 지금의 부모들은 어린 시절 돈을 만져본 적이 거의 없다. 그 땐 모두가 가난해서 용돈을 안 받는 경우도 많았다. 받더라도 액수가 적어서 과자 몇 번 사먹으면 동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일 년에 한번 혹은 두 번은 용돈의 몇 배 되는 돈을 만져볼 수 있었다. 바로 세뱃돈이다. 물론 평소 돈을 관리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세뱃돈도 금세 탕진했다. 어떤 아이들은 ‘잘 관리해주겠다’는 부모님의 꾐에 속아 모두 맡겨버렸다가 날리기 일쑤였다. 물론 아이들과 손을 잡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저금하도록 하는 부모님도 계셨다. 이런 아이들은 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달려갔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면서 즐거워했다. 그 때는 저금이 최고의 경제교육이라 생각했다.

 

무조건 아끼고 무조건 저금하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던 시대를 살았던 아이들이 이제 전혀 다른 시대에서 부모가 되었다. 예전에는 그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저축해서 돈을 모으는 산업화 사회였지만, 이제는 정보화 사회다. 돈이 돈을 벌고, 아이디어가 돈을 버는 시대다. 금융상품이 쏟아진다. 세계 경제가 밀접하게 움직여서, 가정 경제도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정보화 시대에 경제교육은 필수다. 경제교육이라고 해서 당장 금융상품을 공부해서 알려주자는 것도 아니고, 경제학 원론 책을 사다가 읽게 할 필요도 없다. 경제전문가처럼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바뀐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요즘 경제전문가들은 금융지수(FQ, financial quotient) 운운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금융 교육을 시켜야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시중에는 우리 아이들을 부자 만들어 준다는 금융상품도, 금융전문가들이 쓴 책도 많다. 아이들이 이런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나중에 억대 부자가 될 것 같고,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읽게 하면 모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처럼 투자의 귀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이런 경제교육의 목적에 의구심이 든다. 경제교육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본질이라 생각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삶과 선택에 책임을 지고, 인내심과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돈돈 하다가 돌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IT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EO의 강의를 듣게 됐다. 내용인즉 자신은 일찍부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아내와 상의하여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생활비를 주셨다고 한다. 생활비라니? 용돈을 잘못 말씀하신 것이겠지 싶었는데, 그분은 용돈이 아니라 생활비라고 강조하셨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죠?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면 돈이란 먹고 쓰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용돈이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 ‘용(用)돈’은 그 말대로 ‘편하게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하지만 아이들은 ‘돈을 편하게 써버리는 것’ 혹은 마음껏 써도 되는 ‘공(空)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그래서 아이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했죠. 아이에게 들어가는 모든 돈을 부모가 직접 지출하지 않고, 아이에게 주어서 관리하게 했답니다. 아이가 그 돈에서 학원비도 내고, 책도 사보고, 옷이나 신발도 살 수 있도록 했죠. 부모가 옷을 사주는 아이들은 부담 없이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를 찾지만, 저희 아들은 자기 돈으로 옷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어느 날부터 벼룩시장에 가서 괜찮고 깨끗한 헌옷을 사서 입더라고요. 그리고 꼭 소장해야 할 책이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기도 했고요. 공부하다가 학원을 가야겠다 싶으면 여러 번 고민하다가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도 돈이 아까운지 정말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부모가 학원에 보내주는 아이들과는 달랐습니다. 돈을 아껴야 한다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런 습관을 가졌답니다.”

 

놀라웠다. 그토록 찾던 답을 찾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배울 수 있으며, 근검절약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자신감까지 키울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그러면서도 너무나 쉬운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돈 때문에 부모와 늘 갈등을 하던 것 같던데, 저희 집은 당연히 이럴 일은 없었습니다. 매월 아이에게 생활비를 주었고, 나머지는 아이가 스스로 관리했으니까요.”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고민했던 문제까지도 너무나 간단하게 해결됐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지 않고, 자녀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니!

 

“입영통지서를 받던 날 아들이 저에게 상의를 하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모은 돈을 군대 가 있는 동안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말이죠. 그래서 얼마냐 되냐고 물었더니, 3000만 원 정도 된다기에 제가 괜찮은 펀드 하나를 추천했습니다.”

 

강의를 듣던 사람들은 ‘3000만 원’에 모두 깜짝 놀랐다. 부모로부터 유산도 받은 적이 없는 20대 초중반의 평범한 대학생의 통장에 이 정도의 돈이 있다니! 물론 이 돈 전부가 생활비를 아껴서 모은 돈은 아닐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모르는 수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관리하는 능력 덕분에 얻은 결과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중요한 점은 단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했던 사람은 성인이 되었을 때 건강한 체력을 갖게 되듯,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좋은 경제 습관을 꾸준히 가졌기에 건강한 경제관념과 능력을 갖게 되지 않았겠는가!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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