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도 책 읽어주는 아빠
평범한 직장 아빠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우리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더 자세히 밝히면 엔지니어라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다’는 말이 먼저인 평범한 아빠이며 연간 독서량이 1.5권도 채 안 되는 무난한 한국 사람이다. 반대로 나는 책을 좋아해 읽고 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전업주부다. 우리 부부는 성향이 다른 만큼 아이 육아에서 자주 부딪친다. 하지만 ‘책읽어주기’ 영역만큼은 쿵짝이 맞는다.
내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6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남편도 아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가 책 읽어달라고 조르면 절반은 거부, 절반은 승낙이다. 그리고 승낙을 한 이후엔 실감나게 읽어준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읇는다는 속담이 제대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첫 시도를 돌이켜볼까. 아빠와 아이의 애착을 위해 <우리아빠가 최고야>라는 책을 부자에게 들이밀었다. 절반은 성공이고 절반은 실패였다. 책 속의 아빠는 한국 아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더 커 <고녀석 맛있겠다>를 부자에게 권했을 땐 부성애가 강조된 페이지를 읽어주며 남편이 먼저 울컥하는 눈치였다. 제대로 성공했다.
아이가 더 어릴 땐 자동차책을 함께 읽으며 부자가 공감을 나누기도 했다. 아무리 입이 무거운 아빠라도 자동차라는 사물 앞에서 벙어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룡책이나 자연관찰책 역시 부자가 대화를 나누며 읽기 좋은 장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우리집은 전래동화에 빠져 있다. 남편은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라는 책을 태어나 처음 봤다고 했고 나는 당황했다. 그 책을 아이한테 읽어주며 남편이 먼저 낄낄거렸다. 그 외 전래동화를 읽어주면서 남편은 옛이야기를 공부할 수 있었고 아이도 즐거워했다. 한국 사람 이야기이기에 남편이 거부감 없이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 읽어주는 아빠를 원한다면 엄마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자주 노출해야한다. 제대로 된 롤모델이 있어야 잘 따라하지 않겠는가? 나는 책을 읽어주며 언제나 망가진다. 덕분에 남편도 망가지고 넘어지고 깨지며 실감나게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남편의 컨디션을 최상급으로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맛있는 저녁밥을 차려주고 푹 쉬게 한 후, "나 설거지 좀 할게. 애들 좀 봐줘"하고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 일주일에 한두 번, 회당 3권 정도가 적당하다. 그 이상을 남편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슈퍼대디, 아빠 파워블로그 운운하며 평범한 한국 남자를 긁었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아이가 행복한 건, 책으로 연결된 가족 분위기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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