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생활비,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하자
아빠가 자녀 양육에서 발을 빼지 않도록...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아이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지출할 수 있는 생활비를 주게 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아이 입장에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나 엄마가 직접 지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활비에서 지출을 해야 하고, 그 모든 기록을 남겨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빠든 엄마든 아이를 위한 지출이 필요하다고 느낄 경우 상대 배우자에게 의견을 구하게 되어 있다. 아이의 생활비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그리고 푼돈이 드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목돈이 드는 무언가를 구입해야 할 때면 더 그렇다.
물론 이렇게 배우자의 의견을 구하다보면 티격태격하는 일도 적지 않다. 부부는 자연스레 서로를 견제하게 되는 성향이 있다. 한 쪽이 “동이요” 하면, 다른 쪽은 “서요” 한다. 반대로 “동이요” 하던 사람이 “서요” 하면, 이번에는 상대가 “동이요” 한다. 이것이 사람 심리다. 이런 경향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좋은 결정을 하도록 하는 순기능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부부의 의견이 다른 것은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자녀 문제를 놓고 하는 부부의 의견 대립도 마찬가지다. 아빠와 엄마의 의견이 다를 때, 다름을 충분히 토의하고 잘 조절할 수 있을 때 현실적으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뿐더러, 이 과정에서 아이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 엄마만 아이에 대해 끙끙대고, 아빠는 무관심하다. 왜 그럴까? 분명 처음에는 아빠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아내가 남편과 타협점을 찾지 못할 때 아이를 위한 지출을 감행하면서 점차 남편들은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면서 자녀 양육에서 조금씩 발을 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이 문제로 상의하기를 원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좋을 대로 하구려.”
하지만 아이의 생활비를 책정해 놓고 부부가 함께 관리하면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적다. 누구도 아이를 위해 일방적으로 지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역시 무엇이 아이를 위해 좋은 지출인지 생각이 다를 때가 많았다. 아내는 아이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한국 엄마였다. 취학 전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또래 엄마들처럼 좋다고 소문났거나 인기 있는 책이나 학습물이라면 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난 이런 아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인지보다는 정서가 중요하기에, 책보다는 놀이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월령에 맞는 좋은 전집에 있던데. 아이 생활비에서 사면 안 될까?”
“무슨 책인데?”
“엄마들 사이에서는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책이야. 지난 번 서점가서 보니까 괜찮더라고.”
“가격은 얼마야? 지금 아이 생활비가 많지 않은데, 조금 나중에 사자. 그리고 지금 집에 있는 책도 많지 않아? 아이가 다 읽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다른 집에 안 가봐서 그래. 다른 집에는 책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어쨌든 아이가 원할 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 아니야.”
물론 이 대화는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로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나도 그냥 아내에게 ‘너 알아서 다 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녀의 생활비를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는 서로를 견제하면서 정말 아이를 위한 지출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다. 당장의 갈등과 의견조율이 부담스럽지만, 아이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부부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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