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작은 실천이 중요해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작은 실천이 중요해
  • 기고 = 박준동
  • 승인 2015.04.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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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작은 습관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어

[한국보육진흥원-베이비뉴스 공동기획] 좋은 부모, 배우는 부모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주길 바란다면,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베이비뉴스는 보육정책 집행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과 함께 ‘좋은 부모, 배우는 부모’ 공동기획을 시작한다. 부모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보고,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외 석학 및 보육정책 전문가, 부모교육 전문가, 현장의 어린이집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특별기고] 박준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부교수 

 

얼마 전 퇴근하면서 신호등에 멈춰 선 차 안에서 바깥을 보고 있었다. 서너 살 돼 보이는 아이가 운전석 옆 자리에서 엄마 무릎에 앉은 채 유리창을 내리고 머리를 창밖으로 내놓고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아응급의학 학술단체를 위해 일을 시작한 후 어린이의 손상 예방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던 터라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가 사랑스럽고 소중해서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서도 아이를 안고 있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밖을 보여주고 있었겠지만 그 행동이 아이를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행동인지 그 부모가 알았다면 그렇게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손상 사고의 발생률과 사고에 의한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OECD 평균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어린이에서 정신-신체장애의 50% 이상이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등 아직도 후천적인 장애의 원인 중에는 손상이 가장 결정적 요인이다. 특히 어린이가 손상을 당한 장소를 분석하면 일반 가정이 가장 흔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어머니의 교육수준 등의 인구 사회학적인 특성이나, 가정의 환경적인 특수성보다는 ‘안전행동 실천’이 가정 내 어린이 손상 빈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안전행동의 실천’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어린이를 보면서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아이들은 자신이 걸린 질병에 어떤 책임도 없는데 왜 고통은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성인들도 질병에 걸리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성인들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의 발생에 있어 적잖은 책임이 있다. 유전학의 발달에 따라 많은 질병이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감수성이 증가된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그래도 질병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경적 요인이고 성인들의 병은 오랜 시간 지속된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성인은 자신을 괴롭히는 병의 발병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병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소인에 의해 발생하거나 부모의 잘못된 육아의 결과로 발생하기 때문에 어린이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병의 발생과 관련해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질병뿐만 아니라 손상도 비슷하다. 어른들의 손상은 대부분 자신의 부주의로 발생하지만 어린이의 손상은 거의 대부분 어른들의 부주의로 발생한다.

 

원인이 질병이든 손상이든 그 장애로 인해 개인적으로 당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국가·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성인에 비해 어린이의 경우가 훨씬 더 크다. 예를 들어 이미 기대수명이 80세가 넘은 오늘날, 같은 콩팥 기능부전이라도 10살 어린이는 70년 동안 혈액 투석을 해야 하지만 50대의 장년이라면 10~20년만 투석을 하면 되듯이 어린이가 손상으로 인한 장애를 얻게 되면 성인과 비교해 그 사회적 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출산율로 인해 이제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의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어린이는 우리 국가 사회의 미래의 주인공이고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는 말에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많이 낳지 않는다면 적은 수라도 낳은 아이들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 세대의 당연한 의무다.

 

어린이 손상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만들기 위해 부모들의 안전사고 인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인식 조사를 통해 얻은 것은 부모들이 머리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고, 사고 예방을 위한 지식 등의 정보를 많이 얻기를 바라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조차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로는 늘 생각하고 있지만 다리미 같은 위험한 물건이나 날카로운 물건을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우고, 바닥의 물기나 기름기를 닦는 등 아주 사소한 안전행동 조차도 실천하는 비율이 매우 낮았다. 베란다 문 잠그기, 콘센트 안전덮개 씌우기, 안전성이 확인된 의자의 사용 등 중증도가 높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의 예방을 위한 행동들도 그 실천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손상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거창한 계획이 필요하거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실천이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고’의 원인에는 ‘방심’이 들어 있다. ‘방심’을 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생긴 ‘익숙함’이다.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방심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조심의 반복’으로 ‘조심’하는 것이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동서 문화권 모두에 있는 격언 중에 생각이 언행을 바꾸고 언행은 습관을, 습관은 인격을 형성해 결국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방향이 ‘생각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생각이 작은 노력을 하게하고 이런 작은 노력들이 버릇으로 몸에 배어 저절로 이뤄질 때 스스로의 인생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의도적 손상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만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을 때 제시된 지침은 대부분 아주 작은 노력으로도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아이를 혼자 두지 않기, 유모차에 무거운 가방 걸지 않기, 식탁보가 깔린 식탁 위에 깨질 수 있는 물건 놓아두지 않기, 아기를 안고 성인 욕조에 들어가지 않기 등 실천을 위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는 어른들에게 이런 작은 일들이 몸에 밴 버릇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른들의 이런 작은 습관이 우리 사회를 아이들이 손상으로부터 안전한,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노래했다. 어린이는 또한 어른의 거울이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손상 발생 빈도는 바로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어른들의 노력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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