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생활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생활비는 용돈 개념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야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우리 부부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다음과 같은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 자녀와 함께 생활비 프로젝트를 실시하려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공개한다. 생활비 프로젝트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생활비가 용돈의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 생활비에 아이의 생활을 위한 모든 지출이 포함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옷과 신발, 책이나 장난감,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교육 관련 지출은 물론 요즘 아이들에게 필수품과도 같은 휴대폰 요금도 당연히 포함시키기로 했다. 아이 이름으로 들어놓은 보험이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도 물론이다.
만약 아이가 전집류나 IT기기처럼 값이 나가는 물건을 사고 싶어 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비를 몇 달 모아서 구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물론 부모가 선물로 사줘도 되지만 선물이 관행이 되면 생활비 프로젝트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을 모아도 아이의 생활비로는 구입하기 어려운 책상이나 침대 같은 가구류나 피아노 같은 고가의 악기는 어떻게 할까? 이럴 경우에도 아이가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부모가 지출하기로 했다. 아주 약간이라도 아이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면 자신의 물건이라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위한 모든 것을 생활비에서 지출하기로 했을 때, 몇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생활비란 아이로 하여금 경제관리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당연히 가능한 수준에서 절약이 요구된다. 그러나 어떤 지출항목은 절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식비다. 한참 성장하는 아이의 정상적 발육을 위해서는 아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아이의 식비가 가족 전체의 생활비와 구분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의 식비를 가족 생활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물론 친구와 만나서 놀거나 공부하다가 사먹는 밥이나 간식은 당연히 아이가 자신의 생활비에서 지출해야 한다.
식비처럼 아껴서 안 되는 것이 의료비다. 그리고 지출 시기나 금액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의료비도 가족 생활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 아이의 건강을 위해 구입하는 건강보조식품(비타민류나 홍삼 제품 등)의 경우 예상 가능한 지출로 아이의 생활비에서 지출을 할 수도 있겠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이것도 가족 생활비에서 지출한다.
그렇다면 기저귀나 분유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두 돌까지는 기저귀를 차고 분유를 먹는데, 이 값이 만만치 않게 든다.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기저귀는 아이 생활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예상 가능한 지출일뿐더러, 사실 기저귀를 제외하면 신생아의 생활비에서 지출할 항목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그렇게 했다. 그러나 분유는 모유 수유를 어느 정도 하는지에 따라 달랐다. 큰 아이는 모유를 주로 먹고 분유를 가끔 먹었기 때문에 아이의 생활비에서 지출할 수 있었지만, 둘째는 분유를 주로 먹었기 때문에 생활비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너무 컸다. 그래서 아이의 생활비가 아닌 가족 생활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이상의 항목을 생활비에 지출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생활비를 얼마로 책정하면 좋을까? 우리 부부가 시행착오를 가장 많이 겪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필수지출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게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필수지출이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둘 다 초보 부모였으니! 만약 주변에 육아 선배들이 있다면 신생아에게 대략 얼마가 들어가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경제 형편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으니, 자신과 비슷한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신생아 때부터 생활비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이에게 들어가는 필수지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자녀에게 지출한 돈을 모두 합하여 12로 나누면 한 달 생활비의 기준이 나온다. 여기에 10%를 더한다면 생활비로서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생활비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 학원을 몇 개를 다니는지,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특별한 재능이나 취미활동이 있다면, 이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 부부도 상황에 따라서 아이 생활비를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큰 아이가 얼마 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해서 생활비를 다시 올려주었다.
또한 상황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서도 생활비 조정이 필요하다. 신생아일 때,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때, 그리고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필요한 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가족은 연말에 회의를 한다. 아이의 생활비 사용내역을 놓고 함께 이야기하고, 내년에 생활비 인상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이 때 아이가 많이 어렸을 때는 우리 부부끼리 상의해서 결정했지만, 돈에 대한 개념을 알기 시작한 때부터는 함께 이야기했다. 초등학생이라면 당연히 함께 협의해야 한다. 수에 대한 개념도 있고 논리적으로 사고가 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비가 얼마인지를 알고 지출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마치 회사에서 연봉 협상하듯 자녀와 부모와 테이블에 앉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가 먼저 생활비 인상에 대해서 제안을 하도록 하되, 인상 근거도 제시할 수 있도록 해 보자. 부모는 자녀의 논리를 검토하고 조정을 거친 후 경제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생활비를 결정하도록 한다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협상 기술도 자연스레 가르쳐줄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email protected]】
Copyright ⓒ 베이비뉴스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email protected]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