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별 일 아닌 층간소음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하면, 별 일 아닌 층간소음
  • 기고 = 정유경
  • 승인 2015.04.24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주택에서는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연재] 층간소음 갈등해결 노하우 공모전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국토교통부와 알집매트 후원으로 이웃간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 down 이웃행복 up 층간소음 줄이기 캠페인을 연중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독자들이 직접 이웃과의 층간소음 갈등을 원만히 해결한 사례를 접수받아, 층간소음의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층간소음을 원만히 해결한 독자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집에서 유아 전용 실내화를 신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럼 방지가 되면서 푹신한 실내화를 신다보니 아기 발소리가 현저하게 줄었답니다. ⓒ정유경
집에서 유아 전용 실내화를 신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럼 방지가 되면서 푹신한 실내화를 신다보니 아기 발소리가 현저하게 줄었답니다. ⓒ정유경

 

'드르륵, 쿵쿵, 우당탕탕'

 

3년 전부터,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저희 윗집에서 나는 소리랍니다. 남편과 저 단둘이 신혼 살림을 살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하며 넘어간 적이 많았답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니 상황이 달라지더라구요. 산후조리원 퇴소 이후부터 잠자는 패턴이 낮과 밤이 달라진 아기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답니다. 잠깐 자다가도 윗층 소음에 놀라 자지러지게 울고, 아기 침대에 누워 모빌을 보며 놀다가도 소스라치게 놀라 우는 일이 많았답니다.

 

겨우 안아 재워서 눕히면 소리에 놀라 깨서 우는 일이 매일 같이 반복되자, 참다못한 신랑이 결연한 표정으로 윗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다시 신랑이 내려 왔습니다.

 

"뭐라 그래?"

 

"벨을 누르고 계속 기다리는데도 안 나와."

 

뛰는 소리 우당탕탕 소리에 지칠 무렵 또다시 신랑은 윗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벨을 눌렀습니다. 세 네번 정도 벨을 누르고 얘기 좀 하자며 문을 두드려도 윗집 사람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화가 난 신랑은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다면서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냥 두라며 화를 내는 신랑을 말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들어가려고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엘리베이터 저희 집 층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미 아이가 누른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을 보니, 그 아이가 저희 윗집에 사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단번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네가 잠들 때까지 뛰어다닌 그 장본인이구나?'


남자 아이는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동생 있는데..."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남동생 있어? 여동생 있어?" 이렇게 물어보자, 아이는 술술 대답했습니다. "남동생도 있고, 여동생도 있고, 누나도 있어요."

저는 그제서야, 저희 집에서 듣던 소음의 깊이가 크게 느껴진 이유를 알게 되었답니다. 저희 윗집은 다둥이네였던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대답에 그동안의 상황들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바퀴로 뭔가를 끄는 소리, 우당탕당 뛰는 소리, 누군가 소리 지르면서 우는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의 정체는, 제가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한 명의 아이가 아닌 네 명의 아이들이 복합적으로 낸 소리였습니다.

 

그 날 저녁에 퇴근한 신랑에게 윗 집은 다둥이들이 사는 대가족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니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같은 시간대에 소음은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어느새 우리 아기도 조금씩 성장하면서 기는 행동, 걷는 행동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뛰는 시점에 왔습니다.

아기가 웃으며 갑자기 점프 할 때나, 장난감을 우르르 바닥에 쏟는 장난을 하는 상황을 제가 겪다보니 더욱 윗집 소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한 명의 아이도 갑자기 뛰는 행동이나 무언가를 바닥에 내리칠 때 주의 주기 힘든데, '윗 집은 다둥이들이라서 부모가 어지간해서 통제가 어려울 듯싶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적응이 되면, 익숙함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가끔 소리가 줄어드는 날에는, '아이가 학원에 갔나? 어디들 놀러갔나?' 이런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윗집에 사는 남자 아이와 그 동생은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마주쳤습니다. 우리 아기를 보면서 귀엽다고 말하며 자기 동생들은 말을 안 듣는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몇 번 보다보니 아이들이 귀엽고 순수해 보였습니다. 아이들과 짧지만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으니 아이들에 대한 친근감도 생기고 더욱 다둥이들이 내는 소음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아닌 이상 아파트나 공동 주택에서는 모두가 조금씩 배려하고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할 듯합니다. 나만 피해 받고 산다고 생각하면, 그 화가 조금씩 커지는 듯합니다.

 

우리 아기는 몇 달 전부터 집에서 유아 전용 실내화를 신기 시작했습니다. 미끄럼 방지가 되면서 푹신한 실내화를 신다보니 아기 발소리가 현저하게 줄었답니다.


"왜 나만 당신들에게 피해 보면서 살아야 해?"라는 편협한 생각은 살짝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언짢은 속내를 내색 하지 않은 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며 넘길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혼자서는 결코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양보하고 배려심을 갖는 예쁜 마음으로 함께 더불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베이비뉴스가 진행하는 층간소음 갈등해결 노하우 공모전에 당선되신 분들에게는 선물로 층간소음을 줄여주는 알집매트를 보내드립니다. 공모전 참여 안내는 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채널(http://kakao.ibabynews.com)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