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육아빠' 늘리려면, 뭐가 필요할까
"휴직 기간이 긴 것보다, 휴직급여 높이는 게 중요"
김은실 기자eunsil.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는 직장인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 2015년 2차 정기 세미나'가 열렸다. 한화, IBM, LG상사 등의 기업 관계자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까지 총 24개 기관에서 30여 명이 참석했다.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는 여성 인재 활용과 양성평등을 함께 실천하기 위해 120개의 기업과 공공기관, 단체 등이 참여해 지난해 6월 구성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다. 올해 사업 목표는 직장인의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잡고 세미나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남성 근로자의 육아 참여율을 높인 기업의 모범 사례를 살피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돕는 제도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지 함께 의견을 나눴다. 세미나는 오후 3시에 시작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 한국IBM "남녀 차별 없는 육아 지원"
첫 번째로 모범 사례로 소개된 기업은 한국IBM으로, 최근 3년간 육아 휴직을 사용한 남성의 비율이 15%를 차지해 한국 내 기업 중에서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5년 3월 말 현재 육아 휴직 사용 중인 직원은 남성이 19%, 여성이 81%를 기록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IBM 홍순옥 실장은 "한국IBM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회사 운영 철학 중 하나로 선정하고 오랜 기간 정책적으로 지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IBM은 최근 5년간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한 직원의 비율이 81.4%를 기록하고 있다. 남직원은 100%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으며, 여직원은 79%가 복직했다. 육아 휴직을 사용한다고 해도 회사로 돌아오는 데 장애물이 없는 셈이다.
직장 내 보육시설에 관한 정책을 펼칠 때는 성별에 따라 차별하지 않았다. 엄마가 육아를 담당한다는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한국IBM의 직장 내 보육시설인 푸르니어린이집은 남성 직원들의 이용률 50% 이상을 기록했다.
◇ 한화 "육아 휴직 사원 평가 공정히"
두 번째 사례 발표에 나선 정문미 한화그룹 차장 역시 육아 관련 정책을 펼 때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기회를 얻어야 이용률이 높다고 제시했다.
정 차장은 "전체 직원 중 남성이 70%다. 여성들은 여전히 회사에서 소수이기 때문에 여성들만을 위한 제도는 사용율이 낮다. 반면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확산 속도가 빨랐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남성들이 육아 휴직을 다녀오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직원을 평가할 때 중간 등급(B+)을 부여하고 있다.

◇ "경제적 지원 없이는 남성의 육아 참여 어려워"
그러나 한국IBM과 한화의 사례는 아직 극소수에 속했다. 발제자로 나선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남성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남성 근로자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의 57.2%가 직장을 다니면서 자녀를 키우기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63.4%가 현재 일과 가족생활이 불균형하다고 답했다. 실제 직장에 다니는 아빠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평일 퇴근 후 1.65시간에 그쳤다.
아이 양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과는 달리 남성들의 육아 참여 의지는 높은 편이었다. "양육은 부부의 공동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60.9%였고, “회사와 가족 중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이가 62.2%였다.
육아 휴직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 남성도 많았다.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이 앞으로 육아 휴직을 사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용률은 낮은 편으로 조사에 참여한 남성 중 2%만이 육아 휴직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육아 휴직 사용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문제였다. 홍승아 연구위원은 "남성의 소득 보전이 가장 큰 문제다. 10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남성들은 육아 휴직 제도가 있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휴직 기간을 길게 하기보다 지원 수준을 높이고, 남성의 휴직 기간을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남성 근로자가 육아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회사의 분위기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남성이 가정생활을 위해 기존에 일하던 시간을 줄이는 것을 회사가 실제로 얼마나 용인해줄 수 있느냐가 화두였다. 육아 휴직을 이직이나 유학의 기회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문미 한화그룹 차장은 "한화 역시 일련의 정책을 도입할 때 반발이 심했다. 2년 동안 조사하고 모니터링하며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실제 정책을 만드는 사람과 시행하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는 6월에는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돕는 가정친화기업을 선정해 발제하고 토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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