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돈을 너무 밝히는 아이?
어렸을 때부터 돈을 너무 밝히는 아이?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5.07.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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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생활비를 주면 정반대의 결과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생활비 프로젝트는 부모들에게는 번거로울 수도 있으나, 이점에 비하면 번거로움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비 프로젝트 자체가 너무 생소한지, 부모들은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냥 일찌감치 아이 이름으로 펀드나 보험 같은 금융상품을 하나 들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이 방법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생활비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단지 아이에게 절약을 가르쳐서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돈 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생활비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다. 자녀에게 돈을 줄 수 있는 부모들은 많지만,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주려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확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펀드나 보험을 직접 들어주는 것보다 이 돈까지 포함해서 아이에게 생활비를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유산이든 증여든 자녀에게 돈을 물려주는 부모는 사실 돈이 아니라 마음을 물려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그 동안 고생해서 번 돈, 그래서 소위 ‘피 같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들 입장은 다르다. 부모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는지 알 턱이 없다. 그저 운 좋게 돈 많은 부모를 만났고, 자신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권을 누릴 뿐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아껴 쓸 리 없다.

 

하지만 생활비 프로젝트를 통해서 아이에게 돈과 통장을 물려주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생활비 프로젝트를 실시했다면, 아이가 이 과정에서 부모와 함께 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만약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을 위해 이런 식으로 돈 관리를 해주셨다면 어떻겠는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듣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자녀에게 세상사는 지혜를 전달하는 것은 부모의 당연하고 즐거운 특권이다. 육아일기 뿐 아니라 꼼꼼하게 기록한 금전출납부도 먼 훗날 아이에게는 또 다른 감동일 수 있다.

 

아이에게 용돈이 아닌 생활비를 준다면?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용돈이 아닌 생활비를 준다면? ⓒ베이비뉴스
 

“우리 아이는 돈이 생기면 바로 써버려요. 아마 생활비를 주면 옳다구나 싶어 하루 만에 써버릴 걸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생활비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아이의 나이와 능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아이에게 맡긴다면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아이에게 돈 관리 능력이 있는 만큼만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방법이 있다.

 

자녀가 중학생이라서 돈 관리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당장 몇 십 만원의 생활비를 던져주고 “이제 네가 알아서 생활해라” 말하면 안 된다. 어떤 아이들은 갑자기 떨어진 큰 돈을 조심스럽게 쓰겠지만, 그 동안 사고 싶었던 값 비싼 물건을 사거나 친구들과 노느라고 돈을 한 번에 쓰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아이들도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출 계획부터 시작해, 금전출납부 기록과 지출 결정, 투자까지 하나씩 맡겨야 한다. 물론 어린 아이들보다는 단계를 넘어가는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부모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이와 단계적으로 생활비 프로젝트를 적용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사고 아닌 사고를 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럴 때를 대비에 자녀가 성년이 되기까지는 부모가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아이가 돈을 무계획적으로 사용한다면 생활비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거나 몇 개월간 유예하겠다고 경고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절제력이 부족해 생활비 프로젝트를 실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절제력이 부족할수록 생활비 프로젝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실패를 맛보아야 한다면,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면 아직 부모 슬하에 있을 때, 그래서 사고를 쳐도 부모가 커버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전 재산이 아닌 부모가 주는 생활비에서 실패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저는 우리 아이를 용돈으로 통제하는데, 생활비 프로젝트를 하면 무엇으로 아이를 통제하나요?”

 

그렇다. 솔직히 정말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돈으로 통제한다. 말을 잘 들으면 용돈을 올려주고, 말을 안 들으면 용돈을 깎는 식이다. 오죽 자녀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으면 돈으로 통제할까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돈은 아이를 통제하는 좋은 수단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순기능보다는 역효과가 더 크다. 부모가 돈이 없거나 아이가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 부모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고, 부모를 치졸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돈이다. 모든 가치를 수량화하는데 익숙해 졌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하지만, 사람보다는 조직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라는 가치를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가정에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심지어 친구 사이에서도 손익 계산을 하지 않는 것을 진짜 우정이라고 생각하고,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부모 자식 간이랴. 생활비 프로젝트에서 돈은 통제가 아닌 사랑의 의미다. 부모의 내리사랑이 당연하듯 생활비도 부모가 자녀에게 당연히 주어야 하는 돈이다. 사람은 원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배반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통제의 돈보다는 사랑의 돈이 부모자녀 관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돈만 밝히게 되지 않을까요?”

 

‘돈’이란 단어와 ‘밝히다’라는 단어가 만나면 매우 부정적인 느낌이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이 떠오른다. 이들은 이기적이다. 그리고 돈만이 유일한 관심사다. 당연히 누구도 그를 진심으로 좋아할 리 없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왜 이런 사람들은 돈만 밝히게 되었을까? 이들의 부모님이 생활비 프로젝트처럼 어렸을 때부터 돈을 주어서 관리하도록 하면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많은 경우 이와 반대다. 돈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버림받고, 돈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고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핍은 언제나 집착을 부른다.

 

생활비 프로젝트는 부모님들의 걱정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든다. 돈을 얻어내기 위해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돈 때문에 다른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여유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미래에셋 회장 박현주는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일화를 들려준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스스로 집을 구하고 부동산 계약까지 직접 하도록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암담했지만 계약을 마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단다. 게다가 생활비는 1년에 한 번만 주셨단다. 돈을 계획적으로 쓰고 관리하는 습관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단다.

 

서른두 살 증권회사의 초임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 어머니께 1년만 생활비를 도와달라고 했는데, 어머니는 “나도 돈이 없어서 남에게 빌려서 주는 것이니 꼭 갚으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그는 꼬박꼬박 이자까지 드렸는데 연단위로 환산하면 17% 고금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이 돈은 어머니의 돈이었단다. 어머니는 남의 돈 쓰는 것의 무서움을 알도록 하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셨단다. 이 일로 박회장은 ‘돈의 코스트(cost)’ 개념을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머니로부터 경제훈련을 받은 박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돈을 좇지 말고 일을 좇아라. 그리고 성취를 통한 희열감을 맛보기 위해 원칙을 지키며 자신을 절제하라. 그러면 돈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비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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