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공동체를 형성하자
육아의 길, 부모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지난 주말 친정에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눴다. 나는 딸 넷의 맏이인데, 넷이 모두 결혼했고, 둘째가 아이 둘, 셋째가 아이 셋, 이제 막 결혼한 넷째가 임신 5개월차 들어섰다. 셋째는 멀리 살아 잘 못 오지만, 우리집과 둘째네, 막내네는 주말이면 종종 친정에 모여 식사를 하곤 한다. 아주 북적북적하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은 모두 한 방에 모여 만화를 보고, 어른들은 주말 오후에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둘째 제부가 엄마 깻잎 다듬으시는 것을 도우며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다.
말하자면 처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요즘 제부가 회사일이 바빠 늘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하느라 동생은 늘 힘들다 소리를 달고 살고 있다. 지난주에도 아빠 없이 혼자 집에 못 있겠다며, 아이 둘을 데리고 우리 가족과 막내네와 함께 수영장 나들이를 했었다.
제부는 일이 너무 바빠 자기도 피곤한데, 동생이 힘들다며 짜증내고 잔소리를 한다고 투덜댔다. 제부는 아침에 다섯 살 큰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고, 저녁에 다시 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야근하러 회사로 돌아가는데, 그러다보면 시간이 없어 저녁을 거르기도 한다고 했다. (동생이 둘째를 임신한 후 조산기가 있어, 제부의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다.)
제부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하루종일 애 하나 보고, 저녁에 큰 애 오면 저녁 먹여 재우면 되는데, 뭐가 힘든가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제부는 딸 넷을 키운 장모님이나, 아들 셋에 딸 하나를 키우는 처형이라면 자기 편을 들어주겠다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제부에게 나도 둘일 때가 무척 힘들었다고 말해줬다. 은근히 편을 들어주시길 기대했을 장모님도, 10개월 된 둘째 딸래미가 워낙 튼실한데다 엄마만 찾으니까 힘들지 않겠냐며 둘째딸 편을 들어주셨다.
동생의 네 돌 된 큰아들은 어린이집 안 간다고 하기 일쑤이고, 그러면 남편 출근 후 동생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택시 타고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곤 한다. 또 주말이면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서 다섯 살, 두 살, 아이 둘을 데리고 있다. 아, 얼마나 힘들까, 그 기분 너무도 잘 안다. 더운데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다보면 무기력해지는 그 기분, 없던 우울증이 도질 것 같은 그 기분 말이다. (물론 아이가 정말 예쁘긴 하지만, 늘상 붙어있는 건 정말 힘들다.)
어딜 가기에는 둘째가 너무 어리고, 뭘 하기에는 큰 애도 아직 어리고, 정말 꼼짝없이 집에 있는 수밖에 없는 그런 때가 있다. 아이가 하나라면 간간히 백화점 외출도 하고 어쩌다 점심 약속도 하겠지만, 딸린 혹이 둘 이상 되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된다. 아빠 없이는 꼼짝마라(!)가 되는 것이다.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스스로의 이름이 아닌 아이의 보호자로서만 살아야하는 것은 단지 몸이 힘든 것만이 아닐 것이다. (몸도 물론 무척 힘들다. 애 볼래 밭 맬래 하면 밭 맨다지 않는가.) 아이가 아닌 어른과 대화하고 싶고,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살고 싶고, 가끔은 우아하게 브런치를 즐기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고, 그런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답~답한 것이 아닐까.
동생의 집은 남편 회사와 아이의 어린이집과 가깝긴 하지만, 집근처에 친구가 없고 친정과의 거리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남편이 바빠 부부간의 육아공동체 형성이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생에게 아예 친정과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
육아공동체 없이 혼자서 오로지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감히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운동을 한다든지 미용실에 간다든지 하는 잠깐이나마 자기 스스로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남편의 출근시간도 아이의 좋은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삶의 질 향상을 무시하면 안 된다. 친정도 시댁도 비빌 곳이 없다면 인터넷을 통해 엄마들 모임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까운 곳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 육아공동체를 형성한다면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는 옛말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동네 엄마들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이 곳에 이사와 5년째, 그동안 함께 바느질 모임, 일본어 모임을 했던 동네 엄마들이 있어, 가끔 맛난 것도 먹으러 가고, 만나면 수다도 떨고, 아주 가끔은 밤에 맥주도 한 잔 하곤 한다. 집 앞 가정어린이집에는 우리집 아이들이 모두 다녔고, 다니고 있고, 다닐 것이며, 수위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모두 우리집 아이들 넷을 기억해주신다.
지금은 옛날처럼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함께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그렇더라도 육아의 길은 부모만의 힘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양가 부모님과 가까이 지내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 서로 돕고 도와가며 생활하기를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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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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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맘2011.10.11 12:43
의외로 이런 고민 이신 분들이 많더군요.
각자 자기의 이유가 가장 중요해서
모두 미루어 버리는 분들
저 또한 그런 고민으로 많이 다투었지만 결국 저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