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투정하는 아기, 모른체해야 잘 자라요
잠투정하는 아기, 모른체해야 잘 자라요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5.07.07 1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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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정명학] 잠은 절대 길들이는 것이 아니다

[연재] 문선종의 '아빠 정명학'
 

잠이라 쓰고 치유라 읽는다. ⓒ문선종
잠이라 쓰고 치유라 읽는다. ⓒ문선종
 
최근 중동기호흡증후군 메르스로 면역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이 ‘잠’이라는 보약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노동시간이 연간 2160시간이 이르러 ‘일 중독 국가’로 불리고 있으며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3분으로 미국수면의학회(AASM)의 권고에 못 미치고 있는 수면부족국가다.


우리는 둘째 치고 아이들은 어떨까? 최근 한 연구에서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성장속도와 발달이 빠르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겨울이 해가 짧아 잠을 자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잠’은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요소다. 잠을 잘 자지 않은 아이는 칭얼대거나 울기 십상이다. 우리 아이들은 잘 자고 있는가? 혹시 늦은 새벽까지 아이를 부둥켜안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지 않은가? 사실 잠을 못자서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들의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기 재우다 허리가 내려앉았다.


아이를 안아서 재우는 불쌍한 아빠의 모습. ⓒ문선종
아이를 안아서 재우는 불쌍한 아빠의 모습. ⓒ문선종

 

산후조리원에서 앞으로 미래를 그리며 행복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집으로 데려 온 순간 육아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밤은 절망에 가까웠다. 거의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단위로 깨는데 업어 가도 모르는 아내에 비해 예민한 나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한 몇 달을 그렇게 지내보니 급기야 아이를 던져버리고 싶다는 충동까지 일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이구나 생각하며 입을 꽉 다물고 버텨냈다.

 

아빠랍시고 인터넷에서 배운 걸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 “이렇게 재우면 잘 잔데.” “잠 잘 때 토닥이면 오히려 더 잠을 깨운데.” 하지만 아내와 입장이 달랐다. 애착육아의 화신이었다. 안아서 재우는 버릇이 서율이 몸에 깊숙이 배였을 무렵 힘들다며 나에게 내팽개쳤다. 그렇게 밤마다 이불로 서율이를 꽁꽁 싸매고 동네 한 바퀴, 아니 열 바퀴도 불사하며 손을 타버린 서율이를 감당해야했다. 아이를 잠으로 인도하는 길은 정말로 힘든 일이었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내가 진짜 아빠구나.” 달빛에 취한 그림자를 위로 했다. 그런데 그런 낭만이야 하루 이틀이어야 하건만 불현듯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어쩌다가 한 번씩 아이를 안아서 재울 수 있지만 한두 달 해보면 정말 힘들다. 아이를 목욕시키는데 그만 허리가 내려앉는 기분이 들면서 삐끗하고 만 것이다. 생전 가보지도 않은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안고 재운지 3달 정도가 됐을 때였다.

 

잠은 길들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프랑스식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아내는 우리나라식 애착육아의 우수성을 대변했다. 특히 포대기 문화는 미국과 유럽에 수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자꾸 애착육아 하는데 애착 없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애착육아하다 오히려 아이들 망칠 수도 있겠다 싶어 ​아빠로서 칼을 빼들었다. 원칙은 자다가 아이가 칭얼대도 가만히 있자는 것이었다.

 

밤에 깨어나는 것은 초기의 아주 일시적인 현상일 뿐, 아기의 특성과는 관계가 없다. 최악의 경우라도 생후 6개월 이전에 아이들은 스스로 밤새 잘 잘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리듬과 좌절감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혹은 산후조리 이후 집에 아이를 데려 왔을 때 밤마다 칭얼대는 아기에게 곧장 달려가지 말라는 것이다. 아기 스스로 마음을 달랠 기회를 갖도록, 반사적인 반응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출생 직후부터 말이다.

 

잠깐 멈추기(La Pause)는 매우 중요하다. 늦은 밤 일어나는 소란에 부모가 조금만 덜 반응하면 아기는 대체로 잘 잔다. 하지만 곧장 달려가는 부모일수록 그 아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깨기 쉽다. 본래 아기는 자는 동안 많이 움직이고 소리도 많이 낸다. 이는 정상이다. 조그맣게 우는 소리에 달려가 안아주는 것은 오히려 아기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다. 잠깐 멈추기가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은 약 2시간 정도 지속되는 수면 사이클 사이사이에 깬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기가 이 사이클을 연결하는 법을 터득하기 전에는 칭얼대며 운다. 하지만 이를 부모가 배고픔이나 스트레스의 신호로 해석하고 뛰어들어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하는 것은 수면의 연결고리를 파괴시키는 것이다. 이는 어른이 찾아와 달래줘야만 다시 잠이 드는 ‘길들여지는’ 것이다. 즉, 아기에게 배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서적 <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 펴냄)에 의하면 생후 6개월 이전 아기의 수면 중 50~60%는 흥분한 상태의 수면이다. 그 상태에서 갑자기 하품을 하거나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켜거나 심지어 눈을 떴다 감기도 한다. 이를 호출로 해석하고 곧바로 달려가 아기를 안아준다면, 수면 열차를 탈선시키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절멸, 그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이다.


잠투정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우유병을 꽂았다. ⓒ문선종
잠투정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우유병을 꽂았다. ⓒ문선종

 

잠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짜증, 공격성, 과잉행동, 충동제어결핍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학습과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위의 수면교육은 4개월이 적령기라고 하지만 ‘울리기’와 같은 극단적인 처방을 권한다. 갑작스럽게 끊기, 단계적으로 끊기를 통해 아기를 울리며 단 며칠 만에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면 연구자들도 여기에 반감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절멸(Extinction/끊기)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부모의 일관성 부족이다.

 

저녁이 되면 목욕 후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네가 깨면 내가 한 번은 달래 줄 거야. 하지만 그 다음부터 일어나지 않을 거란다. 이제는 잠 잘 시간이야. 가까운 곳에 있으니 한 번은 달래주지만 밤새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이 때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어주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어른들도 한 밤중에 공복감을 느끼듯 아이와 어른을 동급으로 취급한다. 위도 쉬어야 한다는 걸 알게 하고 먹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걸.” 후회를 한다. 서율이는 8개월경에 이를 도입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아이와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강행해야했다. 울고 칭얼거려도 모른체한 것이다. 아내는 그런 아이를 내버려두는 것에 힘들어했지만 기다리고 서율이를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울며 칭얼거리는 시간이 5분을 넘어가면 토닥이며 잠을 잘 때는 먹을 수 없고, 안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잠과 잠 사이를 연결하고, 밤중수유를 끊는데 딱 3일이 걸렸다. 그 후 기적처럼 12시간을 내리자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좋아한 사람은 아내였다.

 

아기는 무기력한 생명체가 아니라 세상을 배우고 있는 존재다.

 

8개월 동안의 고난을 3일 만에 잠 재웠다. 우리 가족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다. 잠에 대해서 엄마와 아빠의 원칙은 일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혼란은 가중되고, 충분한 수면이 어려워 아이를 돌보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가 잠을 잘 잘 수 있는 비결은 ‘잠깐 멈추기’에 있는 것 같지만 이 속에 들어간 철학을 명심해야 한다. 무릇 아빠는 아기를 작고 무기력한 생물 덩어리,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고 아기도 뭔가 배우고 있는 존재이며 이해시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교사와 결혼해 딸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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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 2019-11-09 03:37:36
힘들어하는 부모 입장에서 시도해 볼만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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