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쑥쑥 과학놀이] 달팽이 관찰하기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친숙해지는 아이들
[연재] 호기심 쑥쑥 과학놀이
첫 번째 이야기 ? 달팽이 관찰하기
가뭄에 땅들이 바짝바짝 타들어 갈 무렵, 반가운 비소식이 전해졌다. 마침 홍성에서 작은 아버지 칠순잔치가 있어 친정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자동차 창문을 때리는 굵은 빗소리가 어찌나 고맙던지. 비를 보며 윤이도 “엄마, 비가 와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외할머니 댁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윤이와 연이는 작은집 사촌 조카들과 상추밭에서 달팽이를 찾아 놀고 있었다. 처음으로 달팽이를 만져보는 연이는 겁이 나는지 주저하여 안심을 시킨 뒤 손에 살며시 주었다. 조심조심하던 연이는 곧 달팽이 집속에서 나온 4개의 눈을 건드리며 놀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아래 땀을 흘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과 말라가는 달팽이가 안타까워 나무 그늘아래에 물 한바가지를 부으며 “달팽이는 물을 좋아해”라고 말해주었다. 달팽이 만지기에 자신감이 생긴 연이는 덩달아 물을 부우며 “달팽이집 만들어 주고 있어. 더 크게 이동하라고”라고 말했다.
물위를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며 놀던 달팽이 옆구리서 실지렁이 같은 것이 길게 나왔다. 바로 배설물이었다. 무언지 궁금해 하던 아이들에게 달팽이 배설물이라고 했더니 “뭐 먹은 거지? 엄마, 달팽이는 뭐먹어?”하고 윤이가 질문을 던졌다. 배설물 색깔을 보며 무얼 먹었을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윤이는 풀잎을 뜯어와 달팽이집을 간지럼 태우고 달팽이를 나뭇가지에 올려놓고 기어가는 것도 관찰했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간지럽다고 재미있어 하던 연이는 달팽이가 응가 쌀까봐 싫다고 더 이상 손바닥에 올려놓지 않았다.

갑자기 8살 사촌 조카가 달팽이 목욕탕을 만든다며 마당에 엎어 있던 대야에 물을 부었다. “달팽이 목욕시간이야”라고 말하며 목욕탕으로 각자 가지고 있던 달팽이를 데려와 씻겨주고 풀잎으로 때도 벗겨주었다. 얕은 웅덩이를 만난 달팽이들은 더 좋아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달팽이 한 마리가 목욕탕에 그만 또 실례를 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달팽이를 놀리며 한바탕 웃어댔다.

잠시 후, 목욕을 마친 달팽이들을 위해 목욕탕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근처에 버려졌던 수박껍질, 바가지, 나뭇잎 등을 이용해 길을 만들고 달팽이가 정말 잘 올라가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좁은 길도, 미끄러운 길도 아주 잘 타는 달팽이였다.

하지만 다른 길을 택한 달팽이도 있었다. 대야를 타고 오르기 위해 출발한 달팽이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몸을 고무줄처럼 늘였다가 줄이는 모습은 어른인 나에게도 참으로 신기했다. 꼭대기까지 오르던 달팽이도 이젠 지쳤는지 목욕탕 나뭇잎 그늘로 들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시달리더니 지쳤나 보다.

1시간이 넘도록 달팽이를 관찰하며 잠시 옛날 추억에 빠졌다. 나도 비만 오면 달팽이를 찾아 놀곤 했는데 그 기억을 다시 더듬게 되었다. 잃어버린 옛날의 기억이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나는 그렇게 놀았는데 왜 아이들에게 알려줄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그만큼 나도 놀이와 자연과 많이 단절되어 있구나 생각되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물관찰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섭리를 조금씩 느끼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달팽이 관찰과 목욕탕 상상놀이는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친숙해 지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마침 온 친정에서 비도 만나고 그 덕에 달팽이 선물도 받았다. 무엇보다 비가 가장 고마운 날이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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