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맘 편히 쉴 순 없을까?"
[화제의 신간] 우리가족 납치사건

아침 7시 30분, 아빠 전일만 씨가 일해역 3-1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도 야근(아니면 회식)을 했는지, 머리는 부스스하고 눈은 퀭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전철역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8시 정각, 엄마 나성실 씨는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화장을 하고 설거지까지 말끔히 끝낸 뒤 집을 나선다.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해치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나마 회사가 가까워서 다행.
9시 30분, 딸 전진해는 칠판 앞에 서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이제 겨우 1교시인데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머리는 터져 나갈 것 같다.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 수업이 끝나면 또 다른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아야한다.
'우리가족 납치사건'(김고은 저, 책읽는곰, 2015)에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은 어쩐지 익숙하다. 오늘을 사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빠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 승강장에 나동그라진 순간, 엄마가 회사까지 총알처럼 달려가려고 자세를 잡는 순간, 진해네 학교에서 1교시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는 순간, 이 가족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한 가족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김고은 작가가 이 이야기를 떠올린 건 퇴근 무렵의 전철에서였다. 운 좋게 얻은 빈자리에 지친 몸을 구겨 넣고 전철이 덜컹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니 문득 '아, 이 전철이 나를 데리고 멀리멀리 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힘으로는 어쩌지 못할 일이라도 일어나서 딱 하루만이라도 맘 편히 쉴 수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런 마음은 아이들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늘 가는 학교요 늘 가는 학원이지만, 자그마한 빌미만 있어도 어떻게든 빠질 궁리부터 하는 게 아이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바쁘면 아이도 바쁠 수밖에 없다. 요즘 세상에 아이만 덩그러니 남겨 두고 일을 나가는 부모는 흔치 않다. 엄마 아빠가 쉬어야 아이들도 쉴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놀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 뒤에는 바쁜 엄마 아빠에 대한 안쓰러움도 없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부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는 '딱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놀 수 있는 나라로 보내자'는 시를 써서 어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책에 등장하는 바쁜 가족을 쉬게 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김고은 작가는 특유의 기발하고 엉뚱하고 천진무구한 상상력을 거침없이 펼쳐 보인다. 이러한 상상력이 우리를 쉴 수 있는 세계로 데려가 실컷 웃고 마음껏 뛰놀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가족 납치 사건'은 세상에 없는 그곳으로 가는 비행기 표이자 여권이자 여행 가방이다. 다른 준비는 아무 것도 필요 없다. 엄마, 아빠, 아이가 나란히 앉아 책을 펼쳐 들자.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부모님 무릎에 앉히는 것도 좋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에 없는 그곳에서 신나게 웃고 있는 우리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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