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신랑을 진땀나게 만들었던 친구의 폭로
결혼식 날 신랑을 진땀나게 만들었던 친구의 폭로
  • 칼럼니스트 이종현
  • 승인 2015.07.30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한 결혼식 치른 덕분에 생긴 특별한 추억

[연재] 여자와는 조금 다른 ‘남자의 웨딩’


사회자가 하객들을 향해 질문했다. “이 자리에서 신랑의 비밀 하나를 폭로해주세요.”


친구 한 명이 걸어 나와 서슴없이 입을 열었다. “하루는 밤 10시쯤 연락을 했어요. 전화기 너머 시끌벅적한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회식하고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웬 여자웃음 소리냐’고 물었더니 ‘회사 여직원들도 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좀 특이한 결혼식을 치렀다. 이른바 ‘토크콘서트웨딩’이다. 말 그대로 토크와 웨딩을 콜라보레이션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생소한 진행이라 그런지 하객 분들과 가족, 우리 모두 즐거운 분위기에 한창이었는데, 친구의 폭로는 나를 너무나 당황하게 했다. 신부가 몰랐던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친구가 말을 이었다. “‘어? 너 와이프(예비신부)는 부장님과 둘이서 한잔 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던데 어떻게 된 거냐?’고 했더니 ‘걱정할까봐 그냥 부장님과 먹는다고 했어’라고 하던데, 신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차 싶었다. 중간에 편집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별 수 없었다. 당시에는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인데 결혼식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가 나오니 아찔해졌다. 남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그런 상황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와 회식 하는 것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와이프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일 것 같아서 그런 거다”라고 나름의 변명을 하자니 애매했다.


다행히 와이프는 워낙 정신이 없었는지 금방 잊어버렸다. 지금은 아예 기억조차 못하고 있다. 그 날의 에피소드는 나에게는 등에 식은땀 났던 아찔한 기억이지만, 여러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결혼식을 한 것에 대한 재밌는 기억으로만 남게 됐다.


결혼식을 '토크콘서트 웨딩'으로 치렀다. 우리, 그리고 양가 부모님은 단상이 아닌 하객과 마주보고 앉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종현
결혼식을 '토크콘서트 웨딩'으로 치렀다. 우리, 그리고 양가 부모님은 단상이 아닌 하객과 마주보고 앉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종현
하객들은 버진로드에 반쯤 나와 결혼식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종현
하객들은 버진로드에 반쯤 나와 결혼식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종현


형식적인 결혼식을 탈피하려는 신랑신부들에게 내가 했던 토크콘서트 웨딩은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실제로 나의 경우 신랑신부 둘만의 결혼식에서 벗어나 하객 양가 부모님, 하객이 서로 마주보며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즐거운 자리가 됐다.


우리, 그리고 양가 부모님은 단상이 아닌 하객과 마주보고 앉았다. 주례 선생님 대신 재치 넘치는 사회자를 섭외했는데, 걸쭉한 입담을 과시해 예식장을 정말 콘서트장처럼 후끈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버진로드로 반쯤 나와 있는 하객들, 플랜카드, 예능프로그램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BGM, 자료화면, 양가 축가 합창 등 여느 결혼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지인들 결혼식에 가면 항상 등장하는 주례를 과감히 생략해 하객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결혼한 지 2년이 넘은 지금도 그 때 얘기가 나오면 주변에서는 ‘정말 특별한 결혼식이었다’는 말들을 여전히 한다. ‘다시 결혼한다면 토크콘서트웨딩을 해보고 싶다’는 위험한 발언을 한 기혼자 친구도 있을 정도다. 아무튼 정말 특별한 결혼식이긴 했나보다. 물론 나에게도 그랬다.


*칼럼니스트 이종현은 아이패밀리SC(아이웨딩, www.ifamily.co.kr)에서 홍보제휴팀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년 전 결혼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8개월 동안 결혼준비를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결혼준비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웨딩i-Fi’라는 칼럼을 썼다. 이번에는 예비신랑과 기혼 남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엄마 아빠들의 즐겨찾기 베이비뉴스, 카카오스토리(바로가기)와  페이스북(바로가기)으로도 만나보세요.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