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독서왕 엄마의 새로운 다짐
어린이집 독서왕 엄마의 새로운 다짐
  • 칼럼니스트 김진미
  • 승인 2015.09.10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 받으려고 이를 악물면 독이 되죠"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우리 아이는 작년에 어린이집에서 독서왕 상을 받았다. 올해도 독서왕 상을 받게하고 싶어 부지런히 책을 읽혔나 보다. (부모가 독서기록장을 열심히 채워줄 수록 수상권에 가깝다.) 그런데 올 여름 어느 아침 아이의 독서기록장을 적다가 갑자기 짜증이 올라왔다.

 

‘이 바쁜 월요일 아침에 왜 독서기록장을 적고 있는 거야? 도대체 독서왕이 뭐라고! 누가 보면 상 못 받아서 안달난 엄마같네.’

 

생각은 행동을 지배한다. 독서왕을 우습게 여기자 기록장을 적지 않게 됐고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독서가방 역시 드문드문 열어보게 됐다.

 

“엄마! 독서가방은?”

 

“못 읽잖아. 그냥 들고 가.”

 

월요일마다 똑같은  대화가 오갔다. 처음 몇 주간, 아이는 읽지도 않은 책을 도로 들고 가느라 풀이 죽어 있었다. 몇 달 지나자 아이도 달라졌다. 독서가방의 존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것을 성의 없이 질질 끌며 등원하지 뭔가. 씁쓸한 뒷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중얼거렸다. 독서왕상 안받아도 돼. 우리 모자는 상의 노예가 되지 않을 거야....

 

아빠와 책을 읽고 있는 아이. ⓒ김진미
아빠와 책을 읽고 있는 아이. ⓒ김진미

 

가을이 시작된 요즘. 나는 2015년 상반기를 후회한다. 보름 째 반납하지 않은 독서가방이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공허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도 눈에 거슬린다. 상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던 독서왕 엄마의 개똥철학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여섯살 큰 아이의 독서습관에 균열이 갔다. 어린이집에서 보낸 독서 가방을 제대로 안 챙겨주니까 집에 꽂힌 책들이나 도서관 대출도서도  건성건성대하는 것이다. 돌쟁이 무렵부터 책이라면 꿈뻑 죽던 아이인데 말이다.

 

아무개의 존재를 알릴 때 상장과 이력. 경력은 만국공용어로 쓰인다. 상을 또 받고 싶어? 상이 별거야? 상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잖아?, 라고 손가락질 할 일이 아니다. 상이 가진 ‘독’보다 상이 가진 선한 효과를 믿고 기대해야한다.

 

우리 아이는 독서왕상을 받고 싶어 열심히 책을 읽었고, 한번 받아보니 또 받고 싶어서 열심히 읽었고, 상을 받은 아이니만큼 이름값을 유지하려 열심히 읽었더랬다. 그게 상이 가진 선한 효과이자 동시에 독이었다.

 

작년과 올해, 나는 독도 알았고 당근 효과도 경험했다. 상을 받으려고 이를 '악물면' 독이고, 상을 받고 싶어 책 읽기를 '즐기면' 그게 당근이다. 독도 알았고 당근 효과도 경험한 만큼 여유를 갖고 2015년 하반기 독서왕에 도전할 생각이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