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독서왕 엄마의 새로운 다짐
"상 받으려고 이를 악물면 독이 되죠"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우리 아이는 작년에 어린이집에서 독서왕 상을 받았다. 올해도 독서왕 상을 받게하고 싶어 부지런히 책을 읽혔나 보다. (부모가 독서기록장을 열심히 채워줄 수록 수상권에 가깝다.) 그런데 올 여름 어느 아침 아이의 독서기록장을 적다가 갑자기 짜증이 올라왔다.
‘이 바쁜 월요일 아침에 왜 독서기록장을 적고 있는 거야? 도대체 독서왕이 뭐라고! 누가 보면 상 못 받아서 안달난 엄마같네.’
생각은 행동을 지배한다. 독서왕을 우습게 여기자 기록장을 적지 않게 됐고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독서가방 역시 드문드문 열어보게 됐다.
“엄마! 독서가방은?”
“못 읽잖아. 그냥 들고 가.”
월요일마다 똑같은 대화가 오갔다. 처음 몇 주간, 아이는 읽지도 않은 책을 도로 들고 가느라 풀이 죽어 있었다. 몇 달 지나자 아이도 달라졌다. 독서가방의 존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것을 성의 없이 질질 끌며 등원하지 뭔가. 씁쓸한 뒷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중얼거렸다. 독서왕상 안받아도 돼. 우리 모자는 상의 노예가 되지 않을 거야....

가을이 시작된 요즘. 나는 2015년 상반기를 후회한다. 보름 째 반납하지 않은 독서가방이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공허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도 눈에 거슬린다. 상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던 독서왕 엄마의 개똥철학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여섯살 큰 아이의 독서습관에 균열이 갔다. 어린이집에서 보낸 독서 가방을 제대로 안 챙겨주니까 집에 꽂힌 책들이나 도서관 대출도서도 건성건성대하는 것이다. 돌쟁이 무렵부터 책이라면 꿈뻑 죽던 아이인데 말이다.
아무개의 존재를 알릴 때 상장과 이력. 경력은 만국공용어로 쓰인다. 상을 또 받고 싶어? 상이 별거야? 상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잖아?, 라고 손가락질 할 일이 아니다. 상이 가진 ‘독’보다 상이 가진 선한 효과를 믿고 기대해야한다.
우리 아이는 독서왕상을 받고 싶어 열심히 책을 읽었고, 한번 받아보니 또 받고 싶어서 열심히 읽었고, 상을 받은 아이니만큼 이름값을 유지하려 열심히 읽었더랬다. 그게 상이 가진 선한 효과이자 동시에 독이었다.
작년과 올해, 나는 독도 알았고 당근 효과도 경험했다. 상을 받으려고 이를 '악물면' 독이고, 상을 받고 싶어 책 읽기를 '즐기면' 그게 당근이다. 독도 알았고 당근 효과도 경험한 만큼 여유를 갖고 2015년 하반기 독서왕에 도전할 생각이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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