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약이라더니 치료제.. 부모들 속여"
"예방약이라더니 치료제.. 부모들 속여"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5.09.18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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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결핵 피해 부모들 "전수조사 나서라"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새 생명이 태어난 기쁨도 잠시, 아기에게 독한 약을 먹여야만 하는 부모의 가슴은 무너진다. 때는 지난 8월 24일.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을 이용했던 부모들은 모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산후조리원에 머무를 때,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근무했습니다. 아기에게 감염이 될 수도 있으니 8월 28일 은평구보건소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참가해 ‘결핵예방약’을 받아가세요."

 

곧이어 120명의 아기들은 독한 약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고, 부모들은 진상 규명과 치료 대책 마련을 위해 발로 뛰어야 했다. 베이비뉴스는 18일 오후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 결핵 피해 부모 모임 운영진 중 한명인 최영두 씨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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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아이들 상태는 어떤가? 양성 판정을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8월 28일 설명회에서 역학조사 대상 기간에 있는 120명의 아이들은 모두 예방차원에서 기본적으로 3개월 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처방받은 약은 ‘유한짓정’과 ‘리팜핀’이다. 처음엔 설명대로 예방약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결핵치료제였다.

 

복용 여부는 부모의 판단이라고 했다. 부작용이 우려돼 먹이지 않는 부모도 있는데 우리 아이 경우는 지금 약을 먹고 있다. 결핵약은 간수치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실제 현재 붉은 소변을 보고 구토, 설사 등이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 같은 약을 먹는데 복용기간이 길어진다. 한 가지만 먹는 경우 두 가지 모두 먹는 경우 복용기간이 달라진다. 최소 6~9개월 약을 복용해야 한다.”

 

- 부모들이 파악한 피해 아동 수는 어떤가?


“18일 현재까지 부모들이 파악한 자체 집계 대상 인원은 총 93명이다. 이중 검사를 완료한 영아는 47명으로 양성 확진자는 23명이다. 이들 중 2명은 역학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6월 4일 이전 조리원 이용자로 감염이 우려가 돼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최초 역학조사 대상이 잘못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본 사태에 직접 연관된 관련 기관들로부터 어떻게 공식입장을 들었나?


“8월 28일 설명회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경과 보고를 했는데, 그때 양성판정 간호조무사의 스케줄을 잘못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7월 2일 흉부 X-선 검사 시행으로 폐렴이 처음 의심된 시점부터 7월 31일까지는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엄마들이 초기에 산후조리원에 문의한 결과 해당 조무사는 7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근무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는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들은 전염성이 극히 낮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위험도를 1부터 10까지 본다면 위험도는 1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동그라미산후조리원의 대처도 실망스럽다. 9월 14일 공식 입장으로 양성 판정자에겐 위로금 100만 원과 산후조리원 이용금액의 10% 환불, 음성판정자에겐 위로금 5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는데 아이의 건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정보공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무사와 아기가 얼마나 접촉했는지에 대한 차트공개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


은평구보건소에 우리가 92명의 피해 부모 모임이 있으니 피해 부모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제공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그럼 우리가 나눈 정보를 보건소에서 120명에게 공지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더니 가족들이 주최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를 당했다. 보건소에 문의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보건소에 우리 주장을 남기고 싶다고 했더니 다산콜센터에 남기라는 말을 했다.”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 결핵 피해 부모모임 운영진 최영두 씨가 18일 베이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던 중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이 결핵 양성 확진자에게는 위로금 100만 원을, 음성 확진자에게는 5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전한 공지문을 보여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 결핵 피해 부모모임 운영진 최영두 씨가 18일 베이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던 중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이 결핵 양성 확진자에게는 위로금 100만 원을, 음성 확진자에게는 5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전한 공지문을 보여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피해 부모들의 요구 사항은?


“질병관리본부가 2차 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 최초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역학조사 범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를 원한다. 그리고 해당사건에 대한 정확한 통계 현황을 공시해야 할 것이다. 양성환자가 급증한 현 시점에서 앞으로 결핵 관리감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발표도 원한다.


더불어 사실을 호도하는 보도자료 배포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원한다. 9월 15일 발표 자료를 보면 ‘총 114명에 대한 진료 및 검사를 완료’라고 표현됐는데 우리가 파악한 93명만 꼽아도 46명은 생후 12주가 지나야 검사가 가능한 상황으로 검사가 완료되기는커녕 검사일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수조사 시행을 원한다. 최초 조사 대상 인원, 기간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 산후조리원은 아기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산모, 아빠까지도 이용했다. 부모는 2차 감염자가 아니라 아이처럼 1차 감염이 됐을 확률이 존재한다. 보건소에선 엄마들에 한해 엑스레이 촬영 정도까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활동성으로 나타난 경우에만 흉부X선 촬영으로 양성 판정이 나기 때문에 잠복결핵까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신생아들의 부모 및 동거 가족들에게도 피부 반응 검사를 즉시 시행할 것을 원한다.


결핵 양성판정 간호조무사는 작년 10월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때 이후에 결핵이 발생한 것이므로 최소한 건강검진 이후 시점부터 역학조사를 해야 정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간 약물복용에 따른 건강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BCG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5세가 되기 전까진 음성, 양성에 대한 정확한 판정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5세가 될 때까지 양성, 음성 관계 없이 전 인원을 관리하며 결핵 추적 사후 관리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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