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 기억을 쌓으며 나아가는 아이들
[화제의 신간] 이상한 분실물 보관소 벌어지는 마법같은 기억
인해는 어릴 적부터 소중하게 간직해 온 인형 말랑이를 잃어버린다. 말랑이는 갓난아기 적에 할머니가 만들어 준 인형이다. 지금껏 한 번도 인해와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인해는 말랑이를 찾으러 '이루리아 분실물 보관소'에 발을 들여놓는다. 놀이터 옆 정자가 언제 분실물 보관소로 바뀌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은 또 문으로 가득한 방이다. 방 안에선 팬더를 닮은 아저씨가 서성이고 있다. 아저씨도 인해처럼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왔다는데, 지금은 뭘 잃어버렸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말이다.
인해는 청포도 사탕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던 할머니 말을 떠올리며 사탕 한 알을 건넨다. 아저씨는 사탕을 입에 넣더니 그리운 기억을 떠올린 듯하다.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문으로 가득하던 방이 청포도 밭으로 바뀌고 아저씨가 들어갈 문이 나타난 것이다. 인해가 들어갈 문도 함께.
다음 문 너머에서 인해는 덩치가 산만 한 언니를 만난다. 언니는 방 안 가득한 책을 다 먹어야 제가 찾는 문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 인해는 맛도 없는 책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언니가 가엾어 아끼던 젤리를 내준다. 언니가 젤리 한 봉지를 한입에 털어놓고 길게 기지개를 켜자, 또다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상한 분실물 보관소'(김영진 글·그림, 책읽는곰, 2015)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김영진 작가는 출산한 딸에게 줄 미역국과 흰밥, 나물 반찬이 든 보퉁이를 안고 거리를 헤매던 치매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렇듯 잊고 싶지 않은 기억, 잊을 수 없는 기억,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이 있게 마련이다.
인해가 분실물 보관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을 잃어버린 이들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그러니까 나를 나이게 하는 기억을 말이다.
인해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남긴 '선물' 덕분이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도우려는 마음, '공감과 배려'다.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인해에게 많은 소중한 기억을 남겼을 것이다. 이 기억은 인해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이 기억에만 꽁꽁 묶여 있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인해가 이루리아 분실물 보관소에 온 것은 아마도 그 기억의 속박에서 풀려나기 위해서인 듯하다. 인해는 이곳에서 새로운 기억을 얻어 가게 된다. 엄마 아빠도 할머니 못지않게 인해를 사랑해 왔다는 기억이다. 이 새로운 기억은 인해의 등을 떠밀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로써 인해도 할머니와 함께한 기억 위에 새로운 기억을 쌓으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다.
김영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아주 명확하다. 바로 어린이들이 지닌 마음의 힘이다. 주인공 인해는 공감과 배려로 제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또 다른 아이는 또 다른 마음의 힘으로 제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자신이 지닌 마음의 힘을 발견했으면, 그리고 그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 갔으면 하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1만 2000원,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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