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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놀면 금세 지치는 아빠에게

nudasim@daum.net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아빠! 놀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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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놀자.”


“아빠! 나랑 놀아야지”


“아빠!!”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 페이지를 다 채워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듣는다.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우리 두 아들은 틈만 나면 놀아달라고 한다. 논다는 것이 예전에는 마냥 즐거운 일인 줄 알았는데, 아빠가 되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 아이들과의 놀이가 즐겁지만은 않다. 아니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즐겁기는커녕 두렵기까지 하다.


왜 두렵냐고? 간단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는 지극히 단순하고 단조롭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숨바꼭질이다. 자기가 숨는 것도 좋아하고, 술래가 되어 숨어 있는 나를 찾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즐겁게 한다. 여기도 숨어보고 저기도 숨어본다. 집 안에서의 숨바꼭질은 너무 뻔하다. 몇 번 하고 나면 숨을 곳이 없다. 매번 똑같아서 재미가 없다. 싫증이 난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매번 똑같은 곳에 숨더라도 너무 재미있어 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단순한 반복도 재미있어 할뿐더러, 언제나 100% 충전된 상태라 재미있다고 느끼면 몇 시간이고 계속 하려고 한다. 일례로 나는 아이들과 간지럼 태우기를 자주 한다. 간지럼을 태우다보면 나중에는 간지럼을 태우려는 시늉만 해도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좋아하는데, 한 번 시작하면 도저히 끝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너무 흥분한다. 이러다가는 어디에 부딪혀서 다치겠다 싶어 그만하자고 하면, 난리가 난다. 조르고 또 조른다. 이 재미있는 것을 왜 그만하자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계속 조른다. 꼭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힐 정도다. 이렇게 아이들과 놀다보면 금세 몸도 마음도 지친다.


“엄마랑 가서 놀아.”


아이들과의 놀이에 지친 나는 아이들을 엄마에게도 보낸다. 때로는 아이들이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만, 대개는 거절한다.


“싫어! 아빠랑 놀거야. 아빠랑 노는 게 더 재미있어.”


도대체 이건 무슨 인기란 말이냐! 이 말만 들으면 우리 아이들이 아내보다 날 더 좋아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식사 전후나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책을 읽을 때는 나보다 아내를 더 찾는다. 오로지 놀 때에만 그렇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 놀이 대상으로 엄마보다는 아빠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와 노는 부모들을 관찰해 보면 아빠와 엄마의 놀이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엄마는 놀이를 통해서도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며 일정한 규칙이나 틀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언어를 통해 아이와 상호작용을 한다. 반면 아빠는 일정한 규칙이나 틀 없이 마구잡이 놀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언어보다는 몸으로 아이와 상호작용한다. 이 같은 아빠의 놀이방식이 아이 수준에 딱 맞기 때문에 아이들은 놀이 대상으로 아빠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엄마의 놀이는 정적이고, 아빠의 놀이는 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아이들 수준에서는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놀이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렇다. 직업이 심리학자다보니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웬만한 남자보다는 말을 꽤 잘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과는 말로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말을 잘 안하게 된다. 말보다는 손과 몸으로 아이들과 함께 뒹구는 것이 더 좋다. 놀이대상으로 엄마보다 아빠를 선택하는 것은 아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딸들도 마찬가지다. 성별과 무관하다. 인지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놀이는 너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이들과 놀아야 해. 그래야 사회성도 길러지지. 그리고 자기들 수준에 맞게 놀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아이들과의 놀이에 지친 어떤 아빠들은 이렇게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분명히 또래와도 놀아야 한다. 그러나 또래와 놀이를 충분히 한다고 해서 엄마아빠와 놀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아이들의 사회성은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놀이, 특히 아빠와의 관계를 통해 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사회성에 있어서 또래와의 놀이는 필요조건이지만, 아빠와의 놀이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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