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어린이북아트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북아트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책을 의미한다. 이 자격증은 엄마들과 젊은 여성들의 수요가 높아 3주 만에 배우는 속성 코스, 온라인 강의 등 취득 방법이 다양한데 나는 두 아이 키우며 먼 거리 문화센터를 왕복하느라 5개월 여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따게 된 계기는 세 가지다. 첫째, 아이의 순진무구함이 나를 북아트로 이끌었다. ‘엄마, 엄마, 나 오늘 책 만들어 왔어,’ 어느 날 아이가 하원하자마자 자랑을 늘어 놓길래 가방을 열어봤다. 안에 들어있는 건 책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카드 수준의 종이였다. 그런데도 아이는 몇 번 더 그런 책을 만들어와 자랑했다. 펼칠 수 있고 표지가 있고 속에 글과 그림이 존재하면 책이라고 명명하는 아이를 보며 북(book)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그림책을 내고 싶어 좌절했던 경험이 북아트로 번졌다고 할까. 손그림 그린 스케치북 여러장을 스템플러로 집다가 ‘에라, 이것도 책이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이 북아트와의 만남이다. 엄마 손으로 만든 책은 출판시장에 내놓을 수 없지만 아이에게 엄마표 책이라며 얼마든 자랑할 수 있다.
세 번째, 집 근처 도서관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를 위한 지도’ 강의를 들은 것이 동기부여가 됐다.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 수강신청을 했는데 수업의 2분의 1은 만들기지 뭔가. 알고 보니 북아트 강사로도 활동하는 분이셨다. 도서관을 나서며 바로 <어린이북아트 자격증> 수업하는 곳을 검색했다.
그렇게 문화센터를 드나든지 5개월 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나의 어린이 북아트 자격증 취득은 독서 후 활동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읽었던 책>에 관해 대화 나눌 때 북아트의 힘을 빌리고 싶다.
예를 들면,
“기억나? 그 때 잭이 뭐라고 했는지?”
“도끼? 엄마, 도끼 갖다줘요???”
“맞아. 엄마는 여기에 잭과 콩나무에 나왔던 도끼를 그릴 거야.”
“콩나무는? 나는 여기에 콩나무 그릴래.”
“짜짠,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엄마가 만든 책을 한 장 더 열어봐. 펼치면 콩나무가 숨어있어.”
아이는 탄성을 지르며 좋아할 것이다. 어린이북아트는 자르기, 접기, 붙이기, 바인딩하기, 글쓰기, 그리기 과정을 통해 한권의 책을 만들어낸다. 곳곳에 종이접기, 마술의 원리가 숨어있어 가르치려는 의도보다 즐기려는 의도로 어린이북아트를 활용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독서 후 활동이 더욱 활기차질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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