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가까워지는 아버지 대화법
말하기보다 들어주세요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한 신문 기사에서 초등학생들이 고민거리가 있을 때 상담하는 순위가 첫 번째 엄마, 두 번째 친구, 세 번째 선생님, 마지막에 아빠가 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가장 가까운 존재이고, 아빠가 가장 멀게 느껴진다는 뜻이겠지요. 게다가 아이들이 자랄수록 서로의 가운데에 놓인 벽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날이 높아갑니다. 대화가 점점 사라지면서 아버지는 가족들로부터 소외되고 어느새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물론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아버지들로서는 첫째로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소 대화에 너무나 소홀한 것은 아닐까요. 얼마 전 발표한 OECD 『2015 삶의 질』에서 한국 아빠들이 하루에 자녀와 같이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고작 3분이고 돌봐주는 시간도 3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통틀어 아버지와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은 고작 37초라는군요.
그래서 요근래 "밥상머리 대화"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식사 시간에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하자는 얘기이죠. 하지만 아버지들에게 진짜로 부족한 것은 대화 시간이 아니라 대화법은 아닌지. 조선시대에는 "아버지와 아들은 절대 겸상을 하지 않는 것이 법도"라는 말이 있었는데,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아버지는 자녀들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가르치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잘 다니느냐" "이번 중간 고사 성적은 잘 봤느냐" "친구들을 잘 사겨라" "밥 먹는 꼴이 그게 뭐냐" "자세를 똑바로 해라" "나중에 고생하기 싫거든 지금 공부 열심히 해라" 이것은 대화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워 훈계하려든다면 밥상머리 대화는 고사하고 자녀들은 점점 아버지와 함께 밥 먹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할 것입니다.
대화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자신의 질문에 대한 보고를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공감하는데 있습니다. 그럴려면 경청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평소 일상에서 자녀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항상 귀를 열어두세요. 그리고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 주어야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말, 설령 유치한 질문이라도 재빨리 반응하고 성의껏 대답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자연스레 마음을 열게 됩니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가 여전히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아버지들은 자녀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 지를 무척 어려워 합니다. 특히 제가 사는 경상도 아버지들은 참으로 무뚝뚝하여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라는 말이 뼛속까지 박혀 있습니다.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는 아무렇지 않으면서 가족들과의 대화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사실은 정말 간단한데 말이죠.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아이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강한 애착심을 가지게 됩니다. 어휘력과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영재로 키우겠다며 사교육에 많은 돈을 들이지만, 그보다는 평소 가족간의 정겨운 대화가 몇배 도움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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