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쑥쑥 과학놀이] 박주가리 길
아이가 충분히 탐색하게 해주세요
[연재] 호기심 쑥쑥 과학놀이
세 번째 이야기 ? 박주가리 길
탐색 시간 충분히 주기
아빠가 쉬는 날 어린이집을 뒤로 한 채 집근처 캠핑장에 놀러갔다. 가을 단풍이 깊어갈 때여서인지 저수지와 맞닿은 산은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윤이, 연이와 저수지 둘레에 생긴 산길을 따라 걷다가 저수지 둑에 다다르니 하얀색 솜털이 바닥에 풀어헤쳐져 있었다. 박주가리였다.
박주가리를 처음 만난 아이들은 먼저 박주가리 열매에서 튀어나온 하얀 솜털을 날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서 가만히 손만 풀어도 박주가리 털들이 날아갔다. 연이보다 먼저 박주가리를 만진 윤이는 연이에게 솜털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만져보라며 재촉했다.

윤이는 박주가리가 엄청 많다며 저수지 둑을 박주가리길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둑에는 스스로 벌어진 박주가리 열매들이 정말 많았다. 그 에서 온전히 안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있었는데 방에 맞게 빽빽이 들어선 씨앗들의 모습을 보고 윤이는 솔방울을 연상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본 옥수수처럼 박혀있었던 꽃창포 씨앗도 함께 떠올렸다.

박주가리 열매에서 솜털씨앗을 한참 빼내어 날리던 윤이는 박주가리 껍질이 배모양처럼 생겼다며 물에 띄어보고 싶어 했다. 윤이는 곧바로 둑에서 저수지 물가로 내려가 박주가리껍질을 띄웠다. 물에 둥둥 떴다. 얼마나 잘 뜨는지 돌도 올려보았다.

대부분의 박주가리열매가 익어있었지만 아직 덜익은 연두빛 열매도 있었다. 윤이가 열매를 줄기에서 땄더니 하얀 물이 나왔다. 윤이는 만들레도 꺾으면 하얀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연이는 마음껏 박주가리 씨앗을 날린 후 산길에서 주운, 도토리, 열매, 나뭇잎과 덜 익은 박주가리를 주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뭇잎을 접시삼아 열매들을 올리고 마지막에 박주가리 솜털을 올려 샐러드를 완성했다. 덜 익은 박주가리 열매를 벌려 촘촘히 들어있는 솜털을 보더니 윤이는 수염같이 생겼다고 하고 연이는 깃털같이 생겼다고 했다.

윤이와 연이는 박주가리를 만나자 마자 솜털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날리는 놀이를 하였다. 그리고 난 후 관찰도 하고 실험도 하고 상상놀이도 하였다. 얼마 전에 꽃창포 씨앗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꽃창포 씨앗을 까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윤이는 씨앗이 수북이 쌓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난 후 관찰이 이어졌다. 탐색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서야 관찰, 비교, 실험 등의 과학적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윤이는 솔방울 같던 박주가리 씨앗모양을 보고 옥수수처럼 박혀있던 꽃창포 씨앗을 떠올렸고 박주가리 줄기를 떼어냈을 때 난 흰 물을 보고는 민들레를 기억해 냈다. 사전에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더해 간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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