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가 왜 내게 말을 않죠?"
"산부인과 의사가 왜 내게 말을 않죠?"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5.11.2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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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뇌병변장애 가진 임신부 김민정 씨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산부인과 진료를 볼 때 의사가 저와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어요.”


김민정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35) 소장은 임신 9개월의 임신부다. 초산인 그녀가 익숙치 않은 산부인과 진료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김 소장은 보편적인 불편함 외에 또 다른 어려움을 갖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뇌병변 1급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이끌며 뇌병변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의 자조모임 운영, 자립생활기술 훈련, 권익옹호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까지 열심히 일하던 그녀는 이번 달부터 출산휴가를 받아 집에서 다음달 찾아올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이 뉴스에 나오는 것이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어요.”


그녀는 집 앞 산부인과를 두고 저 멀리 대학병원까지 진료를 받으러 다닌다. 좋은 시설에서 진찰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처음 김 소장이 찾아갔던 집 근처 산부인과 의사는 장애인 산모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표출했다. 결국엔 대학병원행을 추천했고 이후 매번 먼 길을 나서고 있다.
 
장애여성이 산부인과를 이용할 때 어떤 불편함이 있을까. 1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카페에서 김 소장을 만났다. 전동휠체어로 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활동보조인 손미성 씨의 보조를 받으며 그녀가 걸어 들어왔다. 자택 아래층 카페라 휠체어를 타지 않고 올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신체적 조건에 이어 언어적 제약에 대한 기자의 어림짐작도 빗나갔다. '경직'이란 한 단어를 오해한 것 외에는, 모든 대화 내용을 김 소장의 입을 통해 들었으니 말이다.   


- 결혼과 임신은 언제?

“2009년에 다니던 전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그때부터 5년 연애하고 결혼 했죠. 벌써 2년 됐네요. 현재 남편은 같은 직장에서 활동보조 코디로 일하고 있어요. 결혼생활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됐고, 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했어요. 지금 임신 9개월이고 다음 달 출산합니다.”
   
- 산부인과 선택은? 


 “처음엔 동네에서 가까운 산부인과를 갔죠. 여의사가 있고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이었는데, 집 근처라 걸어갔어요. 먼 길을 나설 때는 휠체어를 타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아무리 기술이 좋은 의사가 병원을 운영해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접근성을 우선해요.


임신 초기에는 1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았는데 담당 의사가 나를 겁내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경험해 보지 못한 산모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큰 병원에 가라고 권유를 하더라고요. 아이 낳기 전까진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사의 말에 서울대병원을 가게 됐어요.


병원은 장애인콜택시로 대략 한 시간 거리예요. 거리가 멀어 직장 다니며 아침에 다니기엔 시간이 빠듯했어요. 이 병원은 작년에 출산한 뇌병변 장애인 친구가 추천해서 간 거예요. 장애인에 특화된 병원, 혹은 장애인이 가기 좋다고 입증된 병원이 어디에도 없어 친구의 경험밖에 믿을 것이 없어요.”    


-병원 시설을 이용하며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대학병원이다보니 절차가 복잡하고 예약하고 가더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생겨요. 그래서 거리가 먼 것은 둘째치고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한 번 갔다 오면 지치게 되죠. 대기실에는 산모도, 보호자도 많이 오가는데 복도까지 좁아요. 전동휠체어를 타고 대기를 할 때 최대한 벽에 붙여서 세워놓는다고 해도 공간이 마땅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대학병원 진료실에는 의사선생님 외에 다른 분들도 많이 계시고 미리 환자들이 들어와서 대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생각보다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요. 진료실에 들어갔다 휠체어를 돌려서 나오려면 너무 공간이 빡빡해 힘들어요. 나 같은 경우는 손을 잡아주면 걸을 수는 있으니까 아예 걸어서 들어가고 나오긴 하지만요.

산부인과 진료의자도 제가 다니는 곳은 자동식이 아니예요. 의자에 올라가서 양쪽으로 다리를 벌리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의자에서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었고,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탈의실도 너무 좁은 데다가 서서 옷을 입어야 하는 구조라 옷을 갈아입기도 힘들어요. 활동보조인이 도와줘도 시간이 좀 걸려서 탈의실 사용도 불편해요. 또 갈 때마다 소변검사를 하는데 산부인과 내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요. 다른 곳에 장애인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한 곳밖에 없어요.”


- 의사와의 상담 시 겪었던 일은?
 
“출산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힘 조절할 때 어려울 수 있으니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말도 들어서 걱정했어요.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골반 상태가 괜찮으니 자연분만을 해보자고 해서 자연분만 준비 중이예요.

지금 선생님과는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다만 예전 병원 선생님은 진료를 볼 때 저보다는 활동보조인하고만 말하려고 하고, 시선도 저는 배제한 체 바라보곤 했어요. 그때는 기분이 언짢았죠.”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며 겪었던 불편함은?


“지금 병원은 소변검사를 스틱으로 해서 그냥 소변을 묻혀서 가면 되니까 그건 좀 편했어요. 일반병원은 그냥 종이컵을 주는데 아마 가다가 흘리고 그러겠죠. 체중 검사는 신발을 벗고 서 있어야 하는데 아마 손을 놓고 혼자 못서는 분들은 힘들 것 같아요.”


-출산 후 예정은?


“조리원을 아예 생각해 본 것은 아닌데 제가 갈 수 있을만한 조리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잖아요. 그래서 보건소에도 문의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산모들이 의무처럼 조리원을 가지 외국에서는 안 가니까 어머니가 봐줄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친정에서 조리할 생각이예요.

그래도 철분제를 타러 보건소로 찾아가기 힘들어 사무실로 내방을 부탁했더니 철분제도 가져다 주시고 이런 저런 제도를 알려주시면서 정보를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장애여성의 임신 지원을 위해 개선돼야 할 사항을 꼽는다면?


“장애인은 사람을 만날 때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한다’라는 감이 와요. 산모에 대한 의사의 인식이 좀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장애인 산모기 때문에 ‘위험하다’, ‘출산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또한 출산을 해도 ‘아기가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진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울형 무장애 산부인과 서비스 인증제’ 같은 인증제가 도입돼도 내가 사는 지역에 도입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인증제가 도입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우리 지역 어디에 있고, 어떤 분들이 운영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면 좋겠어요. 지자체의 지원과 관리도 꾸준히 이뤄져야 하고요.


장애여성은 몸 관리가 어려워요. 의사들에게 장애유형별 산모들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으면 해요. 뇌성마비 같은 경우는 경직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운동법 정보도 알고 싶고,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장애여성이 겪는 불편함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활동보조인이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의 의견은 어떨까? 김 소장과 함께 동행한 손 씨는 “지금 다니는 병원 같은 경우는 시설에 불편함이 있을지라도 장애에 대한 인식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전에 다니던 병원의 의료진이 발음이 덜 정확한 김 소장과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차별대우를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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