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해봐요"
"육아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해봐요"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5.11.3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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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장차현실의 행복한 '또리네 집' 이야기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창문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빗을 꺼내 자신의 머리를 빗어 넘기는 여자. 사람들 앞에 인사할 생각으로 입술도 붉게 바르고 파우더로 얼굴을 두드리는 정은혜(26) 씨와 독자들 앞에 마이크를 잡은 그의 엄마, 만화가 장차현실(52) 씨. 


그들을 만난 건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열린 '책으로 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 현장에서였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책으로 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에서 만화가 장차현실 씨가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책으로 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에서 만화가 장차현실 씨가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은혜 씨의 엄마이자 주로 '장애·여성' 이야기를 담아내는 만화가인 장차현실 씨는 7살 연하 남편 영화감독 서동일 씨의 아내이자 11살 아들 은백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장 씨의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 만화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에는 나이 차이 나는 부부와 장애가 있는 큰딸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만화의 주인공은 늦둥이 막내 은백이다.


실제 장 씨네 이야기로, 둘째 아이 은백이가 태어나고 몇 달 후부터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그 아이가 벌써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헬로우, 안녕하세요. 저는 장차현실 딸 정은혜라고 합니다. 저는 27살이고 은백이 누나입니다. 영화 재밌게 보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독자들 앞에 서서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전하는 은혜 씨의 인사 뒤로, 현재는 장 씨의 요청으로(?) 상영금지 된 2008년도 서동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작은 여자 큰 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를 만났다.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이 멋쩍은지 주변사람들을 살피기도 하고 책을 보며 딴청을 피우기도 하는 은혜 씨다. 영화에는 두 여자와 아들 은백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이 평범한 듯 담백하게 녹아들어 있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책으로 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에서 만화가 장차현실 씨가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 주인공인 큰 딸 은혜 양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책으로 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에서 만화가 장차현실 씨가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 주인공인 큰 딸 은혜 양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장 씨는 현재 가족들과 경기도 양평에 살고 있다. 양평에 자리를 잡은 지 어언 17년 정도가 됐다.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는 '특이한 아이를 키우는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데리고 산다'는 웃지 못할 소문도 돌던 곳이다. 지금은 장 씨에게 '떠나서는 못 살 동네'가 됐지만 말이다.


장 씨의 만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웃음을 찾고 희망을 찾으며 힘을 낸다. 하지만 장 씨가 만화를 그리는 동안, 만화 속 이야기처럼 장 씨네 가족에게 재밌고 즐거운 일들만 있던 것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려 나갔지만, 장 씨는 만화만큼은 행복이 담긴 재미있는 내용으로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만화를 접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왜 그럴까 고민을 해봤어요. 부모님들마다 자기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최선을 다했을 텐데 잊고 싶고 묻어두고 싶었던 기억들을 제 만화가 되돌렸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반갑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스토리라인을 울지 않는 이야기로 꾸며가고 싶었어요. 실제로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한 일도 많거든요. 오늘도 은혜가 무서운 이야기를 3편이나 해줘서 졸지 않고 서울까지 올 수 있었어요. 소소한 기쁨들이 행복을 만들어 준다니까요."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책으로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에서 만화가 장차현실 씨가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여성은 큰 딸 은혜 양이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책으로만나는 세대별 여성가족 이야기 - 북 앤 토크에서 만화가 장차현실 씨가 '또리네 집'(장차현실 만화, 도서출판 보리, 2015)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여성은 큰 딸 은혜 양이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겉으로 보기에는 씩씩하고 밝은 은혜 엄마, 장 씨지만 마음 한편에는 은혜 씨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다. 30대 때만해도 장 씨는 스스로 은혜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게 싫었다. '내가 은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미안해야 하지? 우린 운명적으로 만난 거고, 난 잘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은혜를 키웠다.


하지만 장 씨는 몇 년 전부터 은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게 많이 미안한 것이 사실 솔직한 장 씨의 마음이다.


누가 뭐래도 장 씨는 장한 엄마이자 멋진 엄마다. 은혜를 훌륭하게 키운 것도 모자라 만화를 통해 또 다른 엄마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이콘 같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장 씨는 어떻게 대한민국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육아의 어려움을 엄마라는 공감대 안에서 같이 느끼고, 엄마 자신을 내려놓고 덜어내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많이 얻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는 장 씨는 '다운증후군 정신'을 외치며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은혜 씨를 성장시켰다.


육아가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는 엄마들에게 은혜 엄마, 장 씨는 이 한마디를 남겼다.


"육아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만화 속 은혜 얼굴에 지금 자신의 아이 얼굴을 넣어보세요. 그리고 만화 속 아이를 마음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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