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이라는 당신, 아이랑 밥 먹나요?”
‘2015년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원장 교육’ 열려
4살짜리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의 초콜릿을 가져다 먹었다. 이 광경을 본 당신은 남자아이에게 뭐라 할 것인가.
“친구의 것을 빼앗아 먹으면 안 돼. 가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그래야 착한 아이지!”
“너 왜 그랬어? 친구 꺼 뺏어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랬지? 그러면 나쁜 아이야!”
아마 대부분이 이렇게 무엇이 잘못인지 짚어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황옥경 한국아동권리학회장은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들 스스로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어른은 단지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는 것.
실제로 영국에서 4세 아이들과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에서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보육교사가 남자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묻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만 물어도 남자아이는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 교사의 질문에 답하며 스스로 잘못한 행동을 찾아냈고, 먼저 여자아이에게 사과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5년 보듬이 나눔이 어린이집 원장 교육’에서 ‘영유아 정신건강을 위한 보육의 실제 : 아동학대 예방 및 아동 존중 교육’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어른은 아이들이 자아를 표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강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원장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것으로, 교육에는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50여 명이 참석했다.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사업은 경제계에서 육아의 부담을 나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2009년 시작해 현재까지 전국 52개소에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이 건립돼 운영 중이다.
황옥경 회장은 특강에서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어린이집 교사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현장에 임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황 회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모든 아이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말만 기억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강연은 우리가 아이들을 정말 동등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가, 그렇다면 어린이집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아이들에게 우리는 묻는가. 민주적인 가정이라고 하면서 여행 목적지를 고를 때, 집에서 방을 배정할 때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가…….
이런 상황 속 질문에는 간혹 “아이들의 의견을 묻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지점은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 즉 우리가 매번 마주치는 일상에 숨어 있다. 아이와 같이 밥을 먹지 않는 식탁 문화에도 아이를 어른과 다른 존재로 구별하는 시도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어른과 아이들이 밥을 따로 먹어요. 같이 먹어도 아이들과 대본이 있는 것처럼 몇 가지만 묻지 대화하지는 않죠. 이렇게 아이들끼리 놀게 두고, 아이들을 배척하니 아이들이 어른과 융화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경험할 수가 없어요.”
황 회장은 어린아이를 어른보다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가르치는 대상으로 보는 기존의 관점을 벗어나 아이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아이를 우리와 같은 존재로 이해하면 보육 방식도 상황을 어른이 통제하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통제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고.
아이들을 대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잡을 때 필요한 단어는 ‘역지사지’다. 내가 밥 먹기 싫을 때 누군가 억지로 먹이면 싫은 것처럼 아이도 먹고 싶지 않을 때 억지로 먹이면 힘들다는 이야기다. 아이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기억하면 아동학대를 피할 수 있다.
황 회장은 마지막으로 아동을 학대하지 않으려면 교사와 아이가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사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아이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와 소통할 때 기억해야 할 원칙은 ‘엄격하지만 따뜻하게 말하기’였다. 단순한 언어로 엄격하게 표현하면서 따뜻하게 전달하라는 것. 황 회장은 “다들 어렵다고들 하지만, 아이를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에서는 황 회장의 강연 외에도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이사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어린이집 운영 관리’란 주제로,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동인 교수가 ‘어린이집 내 영유아 건강 : 영유아의 이상 징후와 그 관리’를 주제로 각각 발제하고 강의했다.
박진재 이사는 강의에서 “원장님이 부지런하고 꼼꼼한 만큼 어린이집이 좋아진다”고 강조했고, 서동인 교수는 질병의 증상부터 대응 방안까지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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