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옷을 벗겨내는 남자
이토록 힘든 밀가루 끊기를 강행하는 이유
[연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의 살과 사랑 이야기
먼저 지난번 글에 공감, 그리고 반박과 비난을 보내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비난하신 분 역시 필자의 글을 읽으셨으니 감사를 드림은 당연하다. 필력이 부족함을 지적해주신 분들께 많이 부끄럽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의 건강을 담보로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자들을 배척하는 사람이니 너그러이 봐 주시길.
무엇을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자는 그로 인해 상업적 이익을 얻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특정 음식을 먹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자고 주장하는 자는 그로 인한 반사 이익을 취할 확률이 높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은 몸에 좋은 것을 찾아 취하는 게 아니라 몸에 불리한 것을 먼저 끊는 게 순서다.
밀가루나 흰 쌀밥 등, 옷을 벗겨 싹도 틔우지 못하도록 인간이 만든 백색 탄수화물은 건강상 우리 몸에 불리하다. 섬유질을 모두 떨어냈으므로 소화, 흡수가 빨라 지방 저장 호르몬인 인슐린의 생성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체지방으로 저장되는 체지방전환율이 높다. 밀가루 음식이 공복감이 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도당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우리 뇌는 음식을 달라는 요구를 멈추지 않는다. 모순된 상황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식괴를 저작해 식도로 넘겨 위로 밀어 넣고 있는데 뇌에서는 계속 음식을 요구하니 말이다. 초고도 비만자들이 끊임없이 음식을 탐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밀이 원래의 상태, 즉 자연에서 올라온 통곡으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깔깔한 식감의 현미밥을 몇 공기씩 먹지 못하듯, 완전 통밀은 많이 먹기 힘들다. 문제는 밀가루를 반죽하고 자르고, 붙여 성형(제품 모양 잡기)이 쉽도록 가공하고 공산품처럼 만든 데 있다.
다시 필자의 밀가루 끊기 얘기로 돌아가 보자. 금밀 기간 중 일식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뭐 하세요?” 종업원이 물었다. 뭐하긴...튀긴 새우 옷 벗기는 중이지. 밀가루 끊기를 하는 중이니 당연히 새우의 튀김 옷을 벗겨내야 한다. 두툼한 튀김 옷을 벗겨내니 덩치가 커다랗게 보였던 새우는 의외로 볼품이 없다. 노릇하게 잘 튀겨져 기름이 흐르는 새우의 외투를 버리고 손가락을 한 번 빨았다. 왜 이렇게 기름진 음식은 모두 맛있을까?
열량 수치와 맛은 비례하는 법이다. 따지고 보면 맛있는 밀가루를 기름에 튀겨냈으니 인간이 그것을 비켜가기란 웬만한 인내로는 어렵다. 특히 치킨의 껍데기는 바삭함과 풍미, 그리고 입에서 녹는 식감이 뛰어나다. 닭 껍질에 탐닉하는 필자의 쌍둥이들은 본인이 껍질을 포기하니 역시 우리 아빠라는 표정으로 입에 집어넣는다. “그래 너희를 위해 아빠가 희생하마” 하지만 몸에 불리한 포화지방 덩어리, 그것도 밀가루를 설탕과 소금에 버무려 튀겨낸 닭 껍질을 먹이는 부심은 심란하기 그지없다.
대상이 담배든, 술이든, 사랑하던 여자든, 결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부대찌개의 백미인 햄과 라면 역시 침을 삼키고 응시하는 것 외엔 별도리가 없다. 메기 매운탕을 파는 식당에서 이모님들이 조물조물 떼어 넣어주는 수제비 역시 그림의 떡이다. 예전 같으면 수제비 추가를 두 번은 했을 텐데 말이다. 추운 겨울날, 길거리 음식의 백미 격인 오뎅 역시 밀가루가 주성분이라 패스. 면발을 흡입하던 추억을 쌀국수로 대신할 수 있을까. 동네 마트에서 쌀국수의 성분표시를 본 필자는 어이가 없었다. 쌀 함량 15%가 무슨 쌀국수인가.
백분(밀가루)의 금단 현상은 술과 담배를 끊는 어려움 못지 않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듯, 음식임에도 음식이라 부르지 못하는 기이한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술과 담배와 달리 백분 끊기는 과학적 탐구 정신을 필요로 하는 식품영양학적 분야이다. 이것이 무슨 소린고? 밀가루 끊기의 애환과 함께 다음 호에 계속.
*칼럼니스트 박창희는 전산과 체육학을 전공한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다이어트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리는 강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비만사회운동가로서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비만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광고대행사와 방송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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