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어린이집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환희는 말을 잘해요. 어머니가 책을 많이 읽어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또래에 비해 말을 참 잘 합니다.” 아이가 여섯살이라 어린이집에 오래 있다보니 어느 상황에서 어느 주장을 담아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 지 확인할 길이 없다.
아이의 말 솜씨(?)를 확인하는 건 주로 독서 타임이다. 대략 1년 전, 아이에게 <헨젤과 그레텔>을 읽어주다 아이 질문에 말이 막힌 적이 있다. 엔딩에서 헨젤과 그레텔이 아빠와 재회에 눈물을 쏟는 장면을 읽을 때였다.
“새 엄마는? 새 엄마는 어디 갔어?”
나는 새 엄마가 죽었다는 지문을 아이 정서를 고려해 생략했다. 그런데 녀석은 등장인물을 꼼꼼히 기억하고 있어 새 엄마가 죽었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책의 스토리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비슷한 시기에 <백설공주>를 읽었다. 그 버전은 백설공주가 성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엄마는? 새 엄마는 어디갔어?” 새 엄마이자 왕비인 악녀가 벼락을 맞고 죽었다는 지문을 아이 정서를 고려해 생략했는데 녀석은 헨젤과 그레텔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을 꼼꼼히 따지고 들어 나를 두 손 두 발 들게 했다. 내 아이가 책 줄거리를 누구보다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그 때 확인했다.
1년 경과, 얼마 전에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함께 읽었다. 클라이막스 부분을 읽고 있을 때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하늘에 왜 가? 호랑이는 수수밭에 떨어져서 죽었잖아. 이제 호랑이가 괴롭히지 않으니까 하늘에 안가도 되잖아. 해와 달이 되면 서로 못 보잖아.”
아이의 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내 자식이지만 말을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호랑이한테 잡아 먹혀서 어린 오누이가 먹고 살 길이 없으니까 별 수 없이 하늘로 올라가야한다고 반박할까?
며칠 전에는 안데르센의 <엄지공주>를 읽어주고 책의 마지막 장을 살폈다. 거기 마침 인어공주상이 그려져 있어 아이에게 보여줬다. 아이는 엄지공주 책에 인어공주가 왜 있냐고 묻는다.
“응. 지금 너가 읽은 엄지공주는 안데르센이라는 아저씨가 쓴 책인데 인어공주도 안데르센 아저씨가 썼대. 그래서 여기 인어공주 사진이 나온 거야.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다 안데르센 아저씨가 쓴 책이야.”
아이는 한마디를 던지며 저 쪽 방으로 뛰어갔다.
“그래애? 아저씨 되게 바쁘셨겠다!”
아이의 말에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웃기면서도 사랑스러울 수밖에. 책을 잘 읽는 아이는 등장인물, 책 줄거리, 인과관계를 또렷이 기억한다. 기억이 또렷하니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고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말도 또박또박 잘 한다. 곧잘 어른을 놀라게하고 당황시킨지만 말이다. 아이를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꼼꼼하게 책 읽어주는 것을 권한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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