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 전성시대, 그리고 난자동결
가임력 보존을 위한 선택, 난자동결
[연재] 이희준 교수의 난임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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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20~25년 전의 일이지만 왠지 촌스럽고 우스운 장면들이 낯익기도 하지만 너무나 빠른 변화를 겪어온 우리는 저 때 정말 저랬었나 싶을 정도로 한편으론 조금 어색한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고 지금도 우리는 앞만 보고 돌진 중이다. 점점 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해야 했고, 그 치열한 삶 속에서 결혼과 출산은 어느새 점점 뒷전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벌써 접어들었고 앞으로 더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출산연령도 갈수록 늦어져, 지난해에는 아이를 낳은 여성의 평균 나이(평균출산연령)가 드디어(?) 32세를 넘겼다. 1994년에는 27세였던 것이 20년 사이에 무려 5년이나 늦어졌다.
평균 초혼 연령도 2000년에 남자 29세, 여자 26세에서, 2014년 남자 32세, 여자 29세로 14년 사이에 남녀 각각 3년씩 늦어졌다. 여성의 나이 35세를 넘으면 난자의 기능(질)이 급격히 떨어져 임신율도 빠르게 감소한다. 되도록 결혼과 출산을 빨리 해야 하지만, 대졸 여성이 많아졌고 직장에 다니느라 결혼과 출산이 점점 늦어졌다. 더군다나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육아를 위한 경제적 여유도 없어졌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부부 3~4쌍 중 1쌍은 난임을 겪고 있다고 하니 난임은 이제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다. 난임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빠른 결혼과 빠른 출산을 해야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어찌 인위적으로 되는 것인가. 이른 나이의 임신이 어렵다면 만혼 전에 미리 난자를 동결 보관하는 가임력 보존이 차선책이라고 하겠다.
가임력 보존이라는 것은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를 받으면 생식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암 치료 시작 전에 난자나 정자를 동결 보관한 후 암 치료를 시작한다는 개념으로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더욱 적극적인 가임력 보존의 개념으로 결혼이 늦어지는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난자 동결 및 보관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활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골드 미스를 대상으로 미리 난자를 동결 보관하는 것이 추후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중요한 대안이 되고 있다.
난자의 기능이 급격히 감소하는 35세 이전에 몸 안의 충분한 수의 난자를 몸 밖으로 채취하여 냉동 보관한 후 나중에 결혼하고 임신을 원할 때 이를 사용한다면 임신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이미 유럽이나 미주 등에서 많이 보급된 상태이다.
혹자는 난자의 동결과 해동 과정에서 난자 손상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현재 유리화 동결법(초급속냉동법, Vitrification)이 일반화된 이후 해동 난자의 생존율은 거의 90%를 육박하고 있다. 동결 난자의 해동 후 임신율도 동결하지 않은 신선 난자의 임신율과 비교해 전혀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병원에 난임으로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는 너무 늦은 나이에 방문하여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행하여도 난자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질이 매우 떨어진 난자가 나와 임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의 최선책은 빠른 결혼과 출산이지만 그러한 상황이 되지 못하는 30대 중후반의 여성들에게는 난자 동결 후 보관이 중요한 대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칼럼니스트 이희준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생식내분비(불임) 임상강사 수료 후 현재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여성의학연구소(불임센터)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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