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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백일의 기적? 백일의 기절!

백일의 기적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한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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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이야. 배고프면 젖 물리고 졸려 하면 재우면 되는 게 육아일 줄 알았는데, 아기는 내 생각대로 쉽게 젖을 물지도, 쉽게 자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먹고 자는 일이라는 걸 육아를 하면서 알았다. 아기가 왜 우는지 알아채지 못한 초보엄마인 나는 아기와 함께 매일 목 놓아 울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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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품에 안은 첫날, 산후조리원을 나선 후 집에서 ‘멘붕(신조어로 멘탈(정신)이 붕괴됐다의 줄임말)’이 왔을 때, 나 홀로 육아에 뼈 마디마디가 아파올 때, 자는 아기를 침대에 눕히면 ‘등 센서’가 작용해 바로 깬 아기를 다시 품에 안을 때에도 늘 마음속으로 그날이 오길 기도했다. 기적이 온다던 바로 ‘백일’ 말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인 백일(百日). 예로부터 백일은 아무 탈 없이 잘 자란 아기를 대견하게 여기며 축하하는 날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엄마들은 아기의 백일을 ‘백일의 기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소위 “백일의 기적이 왔다”고 표현하는데, 그 기적이라 함은 아기가 잘 먹고 잘 자서 엄마, 아빠가 두 발 뻗고 밤에 잠 좀 잘 수 있게 되는, 육아가 좀 수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출산 후 엄마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잠인데, 백일 즈음이 되면 아기가 4~6시간 이상을 푹 자게 되면서 비로소 엄마도 통잠을 자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벽에 칭얼대며 엄마의 잠을 깨운 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모르게 잠이 든 모습. 언제나 이렇게 잠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새벽에 칭얼대며 엄마의 잠을 깨운 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모르게 잠이 든 모습. 언제나 이렇게 잠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잠에 목말랐다. 아기가 태어난 후 한 시간 간격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실 말이 한 시간 간격이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면 아기는 젖을 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남편이 출근하는 아침이면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기와의 전쟁과도 같은 시간을 홀로 버틸 자신이 없었다. 아기와 하루 종일 사투를 벌이다보면 집안은 돌돌 말린 기저귀, 축축해진 손수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전쟁터가 됐다. 젖을 물리고 재우고, 또 젖을 물리고 재우는 게 하루일과의 전부. 밥 한 숟가락 뜰 여유가 없어 겨우 두유 한 팩으로 목을 축였다. 세수조차 사치였다. 머리 질끈 묶고 내복 차림으로 아기와 씨름했다.

 

젖몸살은 왜 그리도 심한지. 가슴은 돌덩이마냥 뜨겁게 굳어 통증이 밀려왔다. 원시인처럼 가슴에 양배추를 붙이고 냉찜질을 하길 반복했다. 수시로 물린 젖꼭지에 피딱지가 앉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말도 안 통하는 아기와의 하루하루가 지쳐갈수록 백일의 기적은 간절했다. 매일 휴대폰을 붙잡고 육아카페에 들어가 기적이 온 엄마들의 후기를 읽으며 위안을 삼았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기 낳고 처음으로 저랑 아기 모두 6시간 잤어요. 행복해요”, “등 센서가 오작동하고 있어요. 밤은 물론 낮에도 누워서 잘 자는 기적이 왔네요!”, “4시간에 한 번씩 시간 맞혀 젖을 먹기 시작했어요. 밤잠 수유는 완전히 끊었네요. 이래서 백일의 기적이라고 하나 봐요. 진짜 천국이 온 것 같아요”

 

수많은 글들을 읽으며 내게도 마치 기적이 온 듯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겼다. ‘그래, 나도 백일이 오면 아기를 안고 재우지 않아도 될 것이고 새벽에 깨지 않고 통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이 외우는 주문은 참 달콤했다.

 

지난주, 그렇게 기다리던 아기의 백일이 왔다. 너무 기대했던 것일까? 그토록 기대했던 백일의 기적은 없었다. 아기는 엄마의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새벽에 다섯 번이나 깼다. 울고불고 악을 쓰는 통에 남편도, 나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등 센서는 여전히 정상 작동을 하며 더욱 강하게 울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유수유는 여전히 난항을 겪는 중이다. 남들은 모유가 부족해 걱정이라지만, 나는 넘쳐서 고생이다. 100일이 되면 아기가 빠는 힘이 좋아져 모유량이 맞춰진다는데, 아기는 아직도 젖을 물다 사레에 걸리고 토하며 자지러지게 운다. 세 시간으로 맞춰진 줄 알았던 수유 간격은 아기의 컨디션에 따라 두 시간, 두 시간 반으로 들쭉날쭉이다. 이건 백일의 기적이 아니라 ‘백일의 기절’이 분명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백일의 기적이 오지 않았다고 투정하는 내게 아는 동생이 위로하듯 말했다. “언니, 150일의 기적이 진짜야. 50일만 더 기다려봐.”

 

‘그래, 까짓 거 50일만 더 기다려보자.’ 마음을 비우고 나니 기적처럼 폭풍 성장한 아기의 건강한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2.5kg의 저체중아로 태어나 많은 걱정을 안겼던 아기는 백일을 맞아 7kg으로 몸무게가 크게 늘었다. 토실토실해진 팔과 다리, 이중으로 접히는 턱살과 터질듯 한 볼살은 매 순간 뽀뽀 충동을 일으키며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뿐이랴. 눕혀놓으면 헤엄치듯 발장구를 치고, 외계어 같은 옹알이를 다양하게 선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특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내가 엄마인줄 아는지 내 모습만 보면 “꺄르르” 폭풍 웃음을 날리고 내가 가는 방향으로 나를 찾듯 머리를 휙휙 돌리는 아기. 자기 좀 봐달라고 징징거리다 내 품에 안겨 곤히 자는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분명했다. 여전히 아기 때문에 잠을 못자고 젖몸살에 시달려도, 아기와 함께 하기에 얻을 수 있는 행복에 기절할 것 같은 시기가 온 것이다.

 

그저 내 얼굴만 봐도 웃어주는 존재가 있음을 깨달으며 아기로 인해 웃을 날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요즘, 이게 진짜 백일의 기적이 아니었을까? 백일만 지나면 살만하다던 엄마들도 모두 내 마음 같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아기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내게 큰 기쁨을 줄까? 앞으로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찾아올 기적은 어떤 것일지 벌써부터 설렌다. 비록 잠은 못자고 지치지만, 아기가 주는 이 행복감에 육아할 맛이 난다. 백일의 기적을 기다리는 많은 엄마들이여, 통잠보다 더한 행복이 올 것이니, 조금만 파이팅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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