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놀이는 갈등을 마주하는 연습
갈등이 없는 상태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는 자신의 능력이나 현실적 한계 때문에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노는 상황에서는 갈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갈등의 대상은 놀이 대상인 아빠나 친구, 형제자매가 될 수도 있다. 갈등과 좌절은 아이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한 부부나 가족은 싸우지 않고, 사이가 좋은 친구 사이에서는 갈등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갈등이 없는 것은 오히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갈등을 표면화시키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갈등이 없을 수 있겠는가? 대인간 갈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리학자들은 갈등이 없는 상태가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건강한 관계는 주어진 갈등을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세 살 차이가 난다. 가족이 아니라면 세 살은 갈등이 생기기 쉽지 않은 나이차다. 그러나 가족 간의 갈등은 나이 차이와 무관하다. 한 번은 둘이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한 눈을 팔고 있었는데, 잠시 후 이런 소리가 들렸다.
“그 블록 내놔!”
“싫어!”
잠시 후 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였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가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첫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열심히 만드느라 필요한 블록을 가져다가 하나씩 끼우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둘째는 형이 모아놓은 블록 중에서 하나를 집었다고 한다. 첫째는 동생이 가져간 블록을 힘으로 빼앗으려고 했고, 둘째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급기야 형의 얼굴을 때렸다고 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먼저 상황 파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건 인식에 대한 이견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듣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은 필요하다면 잘잘못을 가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원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갈등 해결에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자신의 욕심을 포기하는 일과 상대방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이다. 당연히 상대방의 사과를 잘 받아주고 다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빠가 보니까 이건 동생이 잘못한 거야. 형이 갖고 놀려고 준비했으니 네가 뺏으면 안 돼. 네가 먼저 형한테 ‘미안해’ 라고 말해. 그리고 형은 동생 안아주면서 ‘괜찮아 우리 같이 놀자’라고 하고.”
둘째는 일어나서 형에게 다가가서 미안하다면서 형을 안았고, 형도 동생을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다시 두 아들을 한꺼번에 안으면서 말해줬다.
“우리 두 아들 사랑해. 너희 둘이 지내다가 속상한 일이 있어도 서로 이야기하면서 풀어야해. 알았지?”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내 두 녀석은 함께 블록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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