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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나의 모유 수유 성공기?

모유, 엄마의 눈물이 더해 만들어져···엄마들 응원받아야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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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거 없어요. 그냥 수시로 젖을 물리면 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단체에서 진행한 모유 수유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다. 평생을 모유 수유 실천운동을 해왔다던 한 전문가가 전한 모유 수유 성공비법은 참으로 간단했다. 아기가 원할 때 젖을 물리면 끝. 참으로 명쾌했다. 모유 수유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아기를 출산하고 나니 모유 수유 전문가가 괜히 야속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데, 어떻게 젖만 물리면 된다는 걸까? 어떻게 모유 수유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신생아 때 젖양을 늘리기 위해 계속 젖을 물리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모유 수유는 쉽지 않았다. 산 너머 산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갓 태어난 아기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육아에 뛰어든 엄마가 서로 힘을 합쳐야만 가능했다. 온화한 미소를 띠며 젖을 빠는 아기를 바라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지 말자. 현실은 아기가 젖꼭지를 잘 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유 내내 내려다보느라 어깨며 목이며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 겨우 1~2시간 쪽잠을 자며 비몽사몽 상태를 지속하다 보면 “젖 주는 기계 같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아기 낳은 엄마라면 모유 수유를 ‘제2의 출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엄마들은 출산 후 숨고를 여유도 없이 전투적으로 모유 수유에 뛰어든다. 병원에서 모자동실을 이용했던 나는 보통의 엄마들보다도 며칠 일찍 모유 수유를 시작했다. 눈도 뜨지 못한 아기 얼굴을 가슴에 갖다 대자 아기는 본능적으로 젖을 찾아 물었다. ‘이렇게 간지러워서 잘 할 수 있겠나?’ 모유 수유의 첫 느낌은 그랬다. 아기의 입이 내 살결에 닿자 절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 태지도 채 벗겨지지 않은 작디작은 아기는 꽤 진지해 보였다. ‘잘 먹고 잘 자랄 거야!’라는 깊은 의지가 숨어있는 듯 열심히 입을 오물오물 거렸다. 그 모습을 보자,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끌어 오르는 것 같았다. 모유 수유, 열심히 잘 하고 싶었다.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날. 아기는 작은 입으로 열심히 젖을 물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날. 아기는 작은 입으로 열심히 젖을 물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본격적인 실전 돌입은 산후조리원이었다. 산후조리를 하러 온 건지, 젖 짜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하루의 모든 일과가 모유 수유에 맞춰졌다. 아마 조리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이 내 가슴을 만져봤을 것이다. 처녀 때는 가리기 바쁘던 가슴이 어떻게 엄마라는 타이틀이 달리는 순간부터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존재가 됐을까. 처음엔 민망했지만 하룻밤 자고 나니 상의를 벗은 채 방안을 서성이는 생활이 익숙해졌다. 쉴 틈이 없었다. 신생아실에 잠깐 아기를 맡기고 눈 좀 붙이려고 하면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아기가 배고파해요. 수유하실 건가요?” 쉴 겨를도 없이 아기를 데려와(혹은 수유실로 가서) 젖을 물렸다. 


조리원에서는 모유가 잘 나오는 산모, 잘 나오지 않는 산모 딱 두 부류로 나뉘었다. 다른 건 없었다. 엄마들은 모유가 안 나오면 잘 나오게, 모유가 잘 나오면 계속해서 잘 나오게 시도했다. 나는 나름 모유가 잘 나왔다. 문제는 아기의 빠는 힘이었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기는 빠는 힘이 부족했다. 아기가 제대로 빨지 못하자 가슴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온몸에 열이 나고 가슴에 옷깃만 닿아도 몸서리가 처졌다. 무시무시하다는 젖몸살이 온 것이다. 사시나무 떨리듯 온몸이 떨렸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냉찜질 팩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웠다. 생양배추를 뜯어 가슴에 얹었다. 내 모습은 마치 오지의 어느 부족 같았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방법이 없었다. 딱딱한 가슴을 조금씩 주물러 달래가며 유축기로 모유를 짜냈다.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유축기 작동 소리에 맞춰 한 방울 한 방울 모유가 떨어질수록 내 눈에는 방울방울 눈물이 맺혔다. 


모유는 엄마의 눈물과 피나는 고통이 더해 만들어진다. 열심히 유축해 나온 초유.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모유는 엄마의 눈물과 피나는 고통이 더해 만들어진다. 열심히 유축해 나온 초유.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젖 먹던 힘’은 참 대단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 후 집에 온 아기는 젖을 곧잘 빨았다. 조리원에서는 잘 빨아주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했는데, 아기가 잘 빨면 빨수록 무서웠다. 유두 표면은 살이 다 벗겨져 하얗게 되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연고가 피부에 다 스며들기도 전에 젖 먹을 시간은 돌아왔다. 피딱지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떨어져 나가니 나을 리가 없었다. 젖을 달라고 우는 아기가 두려웠다. 피할 수도 없었다. 거의 등 떠밀리듯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채 젖을 물렸다. 나도 모르게 “으으으~” 신음이 새어 나왔다. 잠든 아기를 뒤로하고 너덜너덜해진 유두에 다시 연고를 바르며 눈물을 훔쳤다. 엄마만이 짊어져야 할 외로운 싸움 같았다. 


50일이 지나고 조금 적응이 됐나 싶으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남들은 모유양이 모자라 걱정이라는데, 나는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됐다. 수유할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찌릿찌릿 젖이 도는 느낌이 느껴지며 모유가 뚝뚝 흘러나왔다. 자고 일어나면 옷은 물론 이불까지 축축하게 젖었다. 수유할 때면 모유가 아기 입이며 눈, 코로 발사하듯 쏟아졌다. 놀란 아기는 젖만 물리면 자지러지게 울었다. 배가 고파도 먹지 않겠다고 발버둥 쳤다. 그런 아기를 보는 게 괴로워 목이 말라 입이 쩍쩍 갈라져도 물도, 국도 마시지 않았다. 수분을 섭취하는 족족 젖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이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런 생활이 100일이 지나서도 계속되니, 이렇게까지 모유 수유를 해야 하나 싶었다. 젖만 안 물리면 살 것 같았다. “내일 젖 말릴거야. 진짜 말려버릴거야!”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터졌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을까. 아기가 태어난 지 150일이 됐다. 모유양이 아기에게 맞춰졌다. 아기가 젖을 먹다 우는 일이 없어졌다. 모유가 젖어 축축해진 이불 빨래를 하는 일도 없다. 수유 간격은 3시간 30분으로 늘어나 훨씬 편해졌다. 물론 왼쪽 가슴의 유두통증이 심해 직수(직접수유)를 못하지만 이 정도는 견딜만하다. 아기는 얼마나 예쁜지. 젖을 문 채로 내 눈을 바라봐주면 연애하듯 설레는 감정이 맴돈다. 터질 것 같은 볼살과 허벅지살을 보고 있으면 오로지 내 몸에서 만들어진 모유를 먹고 잘 자란 것 같아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버텼는데 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150일이 된 아기는 뒤집기 삼매경에 빠졌다. 모유를 먹고 잘 자란 아기를 보면 잘 견뎌왔다 싶은 마음이 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150일이 된 아기는 뒤집기 삼매경에 빠졌다. 모유를 먹고 잘 자란 아기를 보면 잘 견뎌왔다 싶은 마음이 든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내 이야기를 적었지만, 많은 엄마들이 경험했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싶어도 뜻대로 안돼서 많이 울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또 시도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모유 수유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엄마에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직접 해보니 알 것 같다. 모유 수유는 누가 말하듯 젖만 물리면 되는 게 아니다. 장거리 마라톤처럼 길게 보고 달려야 한다. 모유는 엄마의 눈물과 피나는 고통이 더해져야만 만들어진다. 그 눈물의 양을 감당할 수 없어 수유를 그만두기도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모유 수유를 너무 쉽게만 생각하거나 모유 수유를 그만 둔 엄마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 지인의 시어머니는 부득이하게 모유 수유를 끊고 분유를 먹이는 며느리에게 “소젖을 먹이니 애가 제대로 크겠냐”며 타박했다고 한다.


모유는 분명 엄마가 아기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강요할 게 아니라 엄마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더욱 응원해준다면 엄마도 아기도 더 행복할 것이다. 특히 초보엄마에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유 수유 교육 기회가 많아진다면 막막한 마음에 모유 수유를 그만두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너무 쉽게 “잘 물리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이 아닌, 진짜 모유 수유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진심어린 용기를 줄 수 있는 교육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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