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실수에 대처하는 현명한 부모의 자세
아이의 실수에 대처하는 현명한 부모의 자세
  • 칼럼니스트 박동혁
  • 승인 2016.02.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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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실수를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연재] 박동혁의 육아를 부탁해
 

아이가 화분에 물을 주겠다며 커다란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서 옮기고 있다. 아무래도 실수할 것 같아 주의를 줬지만 아이는 기어이 바닥에 물을 왕창 쏟고 말았다.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휴지를 들고 왔지만 흘린 물이 많아 다 치우지 못해 그저 서서 부모를 찾는다. 하필이면 물은 바닥뿐만 아니라 카펫까지 적시고 말았다. 당신의 자녀라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아이들은 그 시기 특유의 미숙함과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예측 부족, 약간의 고집으로 부모의 의도나 바람과는 어긋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허그맘
아이들은 그 시기 특유의 미숙함과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예측 부족, 약간의 고집으로 부모의 의도나 바람과는 어긋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허그맘

 

▲ "이 녀석! 칠칠맞게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조심하라고 했지? 몇 대 맞을래?"

 

▲ "널 시킨 내가 잘못이다. 다시는 이런 거 하지마!"

 

▲ "어휴, 이게 다 뭐야. 엄마가 다 치울 테니까 저리 비켜있어"

 

▲ "괜찮아! 엄마 도와주려다 그런 거니까, 같이 치우자"

 

▲ "와우, 우리 아들(딸)이 화끈하게 사고를 치셨네요!!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는데 저 물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치울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그 시기 특유의 미숙함과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예측 부족, 약간의 고집으로 부모의 의도나 바람과는 어긋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이런 행동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고 바로잡아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 대체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줄이는 과정을 ‘처벌’이라고 부른다. 매를 대는 것은 ‘체벌’로 처벌의 한 가지 종류가 될 수 있다.


처벌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우리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조절해 준다. 장미가 예쁘다고 무턱대고 손을 뻗치다 보면 가시에 찔리게 되고 다음부터는 함부로 꺾지 않게 된다. 난로 근처에서 부주의하게 행동을 하다가 살짝 데이고 나면 다음에는 다가가지 않게 된다. 이렇게 어떤 행동에 다소 고통스러운 결과가 뒤따르게 되면 즉, 우리에게 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그 행동을 덜하게 된다. 결국 이런 과정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게 만든다. 이것을 보다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처벌 절차이다.


처벌은 불필요한 행동을 효과적으로 억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동생을 때리거나 남의 물건을 뺏는 등의 소위 ‘못된’ 행동에 대해 야단을 치거나 처벌을 하면 그 행동은 감소한다. 이런 현상은 때로 극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한 시간에 수십 번 이상 자해 행동을 하는 자폐아에게 자해 행동 시 곧바로 따끔한 정도의 전기 자극을 주자 불과 몇 회 만에 그런 행동을 멈추게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적인 목표가 분명한 상황을 제외하고 체벌을 포함한 체벌의 효과는 대체로 단기적이다. 왜냐하면 처벌은 처벌을 제공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효과가 길이만이 아니라가 장기적으로 처벌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처벌은 무기력을 일으킨다. 처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알려준다. 회피행동은 삶에 일반화될 수도 있다. 만일 양육자가 처벌 위주로 아이를 다룬다면 아이는 결국 웬만한 행동은 모두 안 하려는 경향성, 즉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둘째, 처벌은 분노감을 유발한다. 분노감은 공격성으로 이어진다. 공격성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처벌을 가한 부모 자체에 대한 것인데 대개의 경우 부모는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 분노를 억압하게 된다. 다른 경우는 분노를 보다 만만한 대상으로 전이시키는 것이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것인데 여기에는 동생, 애완동물, 약한 급우 등이 포함된다. 전자의 경우는 쌓인 분노로, 후자의 경우는 공격성이라는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셋째, 처벌은 모방 행동을 일으킨다. 아이도 스트레스 상황이나 갈등 시 우선적으로 신체적 위해를 가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동생을 때리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체벌을 가하는 것이다. 아이는 혼란스러울 것이다. ‘때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듣는 동시에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폭력을 해결책을 사용하게 만든다. 가정폭력이 대물림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넷째, 도피가 일어난다. 맞는 것은 두려운 일이나 여기서 벗어나고자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가출이나 학교 이탈이다.


내 의도가 즉각적으로 통한다는 그 달콤한 유혹에 아이들을 처벌의 형태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하지만 처벌이 아니고서 어떻게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매우 효과적인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하나는 ‘time out’이라는 기법이다. 때로 ‘생각하는 의자’로 알려진 기법이다. 매우 조용하고 방해물이 없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대체로 3-5분이면 충분하다. 사전에 설명해준 ‘나쁜’ 행동을 했을 때 그곳에 가서 잠시 서 있는 것이다. 이 짧지만 무료한 시간은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처벌이 되며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 소거라고 부른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모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 행동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하지 말라고 애써서 경고하기보다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확히 사용되면 깜짝 놀랄 정도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세 번째는 변별 강화라는 절차이다. 처벌을 하되 동시에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동생을 때리면 혼나지만 양보를 하면 상을 받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주기 때문에 더 빠른 행동의 변화가 가능하다.


서두에 얘기했던 물을 실수로 쏟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대응 반응에 따른 아이의 심리적 영향은 다음과 같다.


1. 즉각적 처벌 → 아이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수를 변명

 

2. 죄책감을 유발 → 아이는 역시 실수를 두려워하고, 쉽게 우울해지며, 자존감이 떨어짐

 

3. 책임을 대신해줌 → 아이는 무책임해지고 자기 행위의 결과를 숙고하지 않게 되며 의존적으로 행동하게 됨

 

4. 공감과 협동 → 아이는 실수해도 책임지는 태도를 배움

 

5. 실수를 유머로 승화하고 수용 → 아이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즐겁게 받아들이지만 실수를 통해 학습하고 창의적 해결책을 생각하게 됨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실수를 인생의 한 과정으로 보고 수용해주며 오히려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처벌을 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아이의 인격에 손상이 가지 않게 지혜롭게 접근해 보기 바란다.

 

*박동혁 칼럼니스트는 심리학 박사로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허그맘 강남본점 대표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로 아동, 청소년의 학습과 진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습상담과 진로상담을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학습 심리검사인 MLST 학습전략검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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