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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왜 이렇게 피곤할까?

요즘 워킹맘이 더욱 힘든 이유

ckim0926@naver.com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환절기때문인가, 업무가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지난 밤 열이 오른 아이를 돌보느라 밤잠을 설쳐서인가 너무,너무 피곤하다. 하긴 아이가 태어나고 복직해 ‘워킹맘’으로 살아가며 시작된 이 피곤함은 영영 회복되지 않을 것 같기만 하다. 그럼에도 요즘 들어 더욱 더 힘들고 지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워킹맘인 친구들도, 옆자리 워킹맘 동기 박차장도 다들 피곤하고 지쳐보이기는 매한가지. 왜, 유독, 워킹맘이 더욱 힘든 이유가 뭔지 불현듯 궁금해졌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갈수록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고 덩달아 결혼, 임신 및 출산도 늦어지고 있다. 운 좋게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월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천정부지의 집값으로 젊은 남녀의 결혼도 늦어지니 이는 자연스레 임신, 출산도 도미노 영향권에 들게 한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이미 20대 산모가 귀해진 것처럼 30대의 출산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이 요즘 워킹맘을 더 힘들게 하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서른을 훌쩍 넘어 출산을 하고 나면 일단 체력적으로 회복 느린 것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기 힘들어지는 많은 요소들이 생겨난다. 특히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기르는 삼십 대의 엄마들은 이미 조직의 중간관리자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윗사람 눈치만 보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업무에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윗사람, 아랫사람 눈치를 모두 보아야 하는 샌드위치 입장에 처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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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워킹맘을 배려 해 주는 아주 친절한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관리자로써의 책임까지 배려 받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일도 많고 어깨도 무겁다. 그렇다면 남편들이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좀 낫지 않을까? 그러나 이들의 남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나이대의 남편들 역시 한국적 조직문화에서는 이미 팀을 움직이는 위치에 있어 죽어라 달려야 하거나, 자영업자라면 안 좋은 경기에 더 달려야 하는 분위기다보니 갑자기 워킹맘 와이프가 복직해 바쁘다고 해서 '제가 육아휴직을 쓰겠습니다'라며 선뜻 나설 분위기가 못 된다.

제도상으로 아빠의 육아휴직이 정해져 있지만 이를 실제로 선뜻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은 극히 제한적이며, 설사 조직 내 첫 아빠 육아 휴직자로 잔다르크가 된다 하더라도 이후 조직에서 어떤 처분을 내려도 감수하겠다는 비장한 각오 없이 실행이 불가한 옵션인 것이다.

가족관계에서는 어떠한가? 서른 중반의 자식을 둔 부모님도 이미 나이를 드셨다. 더 이상 손주를 돌봐줄 정도로 건강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육아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건강이 좋으신 편이라도 사회적으로는 경제력을 잃으신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대신 부모님의 생활을 책임져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미 조카들이 드글 거리거나 누가 돌아가시고 누가 아프시다는 둥 각종 돈 들어가는 일 투성이다. 물론 이런 상황들이 잘 조정이 되고 부모님이 직접 아이를 봐주신다 하더라도 더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로 인한 고부갈등, 그리고 고부갈등보다 더 무서운 친정엄마와의 갈등, 또 그보다 한 차원 더 복잡한 "왜 오빠네 아이만 봐주고, 내 아이는 아 봐주냐"는 형제간의 '엄마' 쟁탈전은 아이를 봐줄 수 있는 부모의 능력이 전지전능하지 않는 한 종종 발생하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특히 서른 중반부터 늙어가는 몸의 징후들은 하나둘씩 나타난다. 머리는 안 돌아가고,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과 두통, 소화불량은 기본. 건강검진에서는 뭔가 하나 이상의 수치가 너무 낮거나 높게 나오고, 아무리 비타민을 챙겨먹어도 몸은 계속 이상신호를 보낸다. 그렇다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엔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갑자기 빈혈로 쓰러지거나 독감으로 앓아 눕고, 대상포진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들이 남의 일만이 아닌 실제 내가 주인공인 내 이야기가 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되니, 요즘 워킹맘들이 더욱 고단할 수 밖에 없다. 우선순위로 따지더라도 어느 하나를 뒤로 놓을 수 없는 중요하고도 긴급한 미션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 나이에, 일과 육아, 또한 가족의 일환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보스와 클라이언트의 욕을 먹고, 철없는 아래 직원들의 툴툴거림을 들어줘야 한다. 또 마이너스 통장에 비가 좍좍 내리는데도(!) 다가오는 전세만기일 보증금 올려달라는 집주인 전화에 여기저기 대출돌려막기를 해야 하고, 집에 가면 아이는 울고 있고, 부모님은 편찮으시고 하는. 정작 나는 힘들다고 말 할 틈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시대의 워킹맘들이다.

나이 먹어 아이 낳고, 일하고, 아이 키우고, 부모님 지원해드리고, 보스에게 욕먹고, 아래 직원들 눈치까지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이고 그저 비타민이라도 하나 더 챙겨 먹고 내 몸 스스로 챙겨가며 살아가는 수 밖에…. 모름지기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기란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마라톤과 같은 것을.

아직 가야 할 길은 참 멀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올해 서른 여덟의, 14년 차 직장인이자 네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하여 치열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 한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이다. 최근에는 초보워킹맘의 일과 육아저글링 스토리 '워킹맘의 딸'이라는 책을 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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