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 꿈인가요?
연령별로 과제만 주는 사회…선택할 권리를 주세요
【베이비뉴스 대학생기자단 류체경 기자】
[연중기획]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
'청년'의 사전적 의미는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청년은 성장하거나 무르익기는커녕 도망치거나 뒷걸음치는 모습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세대, 즉 'N포세대'라 불리면서. 과연 청년들도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제1기 베이비뉴스 대학생기자단이 'N포세대는 누가 만드나' 대학생 기자 통통(通通) 리포트를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 입시에 모든 걸 걸었던 고등학교 시절
2011년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대학 입시 특별전형이 생겼습니다. 이후 동아리 활동이 중요해졌고, 전교생은 모두 의무적으로 동아리에 가입해야 했습니다. 저는 역사 탐방부라는 유령 동아리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가입한 동아리 활동은 그냥 자습시간이 됐습니다. 어차피 명목만 중요한 활동이었고, 성적이 중요한 입시는 그대로였습니다.
우린 대학 입시라는 이름 아래 성적에 따라 줄 세워졌고, 앞줄로 가기 위해 3년 동안 끝없이 공부했습니다. "뒤처지고 싶지 않으면, 성공하고 싶으면, 지금은 앞만 보고 공부만 하라"고 하기에 그렇게 했고, "대학 가면 고생은 끝"이라기에 옆과 뒤는 보지 않고 달려 대학에 왔습니다.
◇ 등록금 부담에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스무 살
3년의 세월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열아홉에서 스무 살이 되는 경계선, 그 위에서 저는 기대했습니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생활, 수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라고 강요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공부할 수 있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자유라는 명패를 얻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서니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등록금 400만 원이었습니다. 등록금을 대신 내주신 부모님 앞에 죄인이 되는 것이 스무 살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청년들은 한국 사회가 만들어 놓은 학력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 대학을 입학하면 가져 본 적도 없는 큰돈을 학기마다 내야 합니다. 올해만 해도 전국 4년제 일반대학들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7만 원으로 전년(666만7000원) 대비 3000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값등록금'이란 말은 실현되지 않았고 정부는 학자금 대출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청년들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절대 해답이 아닙니다.
취업을 위해 전공수업을 들으랴, 학점을 챙기랴, 학원 다니랴…외부 활동까지 하면서 고등학교 때보다 더 바쁘게 삽니다. 그렇게 열심히, 바쁘게 살며 대학을 졸업해도 청년들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이런 우리를 두고 사회는 “눈이 너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학력과 높은 토익점수 등 수많은 스펙을 원한 것은 사회였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을 포기하지 않고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열심히 준비해도 사회의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이라는 결과는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요리를 하면 행복한 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사회의 기준에서 포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길만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나만 힘든 것 같아 이따금 주위를 둘러보면 나와 똑같은 길 위에서 똑같이 힘들어하는 '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니 견뎌야 한다고 서로 위로합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엔 화장실조차 허락받고 가야 했던 우리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사회는 갑자기 더 많은 과제를 던지면서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라"고 합니다. 아무리 달려도 버겁기만 한 사회입니다.
◇ 평생 주어지는 과제…이젠 선택하고 싶다
명절만 되면 SNS를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 ‘명절 때 듣기 싫은 말 베스트’를 보면 사회가 개인을 압박하는 분위기는 비단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반에서 몇 등이니?”, “고등학교는 인문계 갔니?” “서울 안에 대학에 갔니?”, “취업은?”, “연봉은?”, “결혼은 언제 할래?”, “아기는 빨리 낳아야지?”
나이에 따라 주어지는 이런 질문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마치 연령별로 해치워야 할 과제가 있는 듯합니다. 청년들의 과제를 점검하는 것처럼 따져 묻는 어른들의 질문에, 즐거워야 할 명절은 큰 부담이 돼 버리고 있습니다.
위의 질문에서 언급된 대학 진학, 취업 등은 모두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 일입니다. 꿈꾸고 있는 일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될 일이라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혼은 해도 아기를 낳고 싶지는 않다면 아기는 안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당연히 일정한 나잇대에 해야 할 일이 정해진 것처럼 말합니다. 우리 자신도 선택 사항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선택을 질문의 형식을 빌려 하나의 과제로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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