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권에 필요한 시각, '사이좋은'과 '안심'
아동인권에 필요한 시각, '사이좋은'과 '안심'
  • 칼럼니스트 이경란
  • 승인 2016.04.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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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보육교사의 불신은 아동의 행복 빼앗아

[연재] 보육정책? 현장에 물어봐!

누리과정 예산, CCTV 설치 의무화, 맞춤형보육, 초과보육 등등. 최근 보육 현장은 정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 걸까. 보육교사, 학부모 등 보육 현장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된 참여연대 보육연석회의가 릴레이 칼럼으로 현행 보육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안한다.

얼마 전 일본에 있는 애즈원(as one)공동체를 방문했었다. 애즈원공동체는 사람들이 사이좋은 관계 속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회 모델을 만들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일하고 결정하면서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공동체를 보면서 질문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늘 말하는 “사이좋게 지내라”라거나 “‘안심’되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는 게 무엇이지? 같은 단어인데 내용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를 돌아보았다.

최근 일어났던 육아와 보육 이슈를 살펴보자. 2015년 벽두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2016년 부모들의 아동학대가 연이어 터졌다. 아동 성폭력도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높은 아동자살율과 노인자살율은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의 해결 방법은 더욱 상황을 나쁘게 만든다. 부모와 교사들을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은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의무 설치하는 것이었고, 이미 거의 모든 어린집에 설치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CCTV가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부모들의 불안과 불신을 제도화했을 뿐이다. 이 정책은 모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만든 제도다. 게다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누리과정 지원금 문제는 아직까지 반복되고 있다. 기존의 교사 대 아동비율정책을 뒤집은 ‘초과보육’(탄력보육) 정책까지 시행되면 아이들의 양육환경은 더 나빠질 것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가 어린이집에 아이들의 인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자.

먼저 아이들의 인권이 실현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마음껏 신나게 놀고, 하늘을 보고 자연을 자주 만나고, 맛있게 조리된 건강한 음식을 먹는 모습. 어른들이 잘 기다려주고, 잘 들어주고, 책을 읽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과 친구들이 다 행복한 모습. 이것이 아이가 행복해 할 때의 모습이다. 아이들과 부모 교사가 모두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에 서로 ‘안심’할 수 있어서 가능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잘 노는 어린이집은 모험의 현장이 된다. 아이들은 모험의 현장에서 즐기는 놀이 속에서 자란다. 신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잘 넘어지고 멍이 들기도 한다. 또 자주 다투지만 바로 화해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아이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것이다. 보육교사는 위험을 막으면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고 스스로 다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를 보듬어 위로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CCTV가 달린 어린이집, 초과보육이 ‘잘’ 실행되는 어린이집에서는 어떨까? 교사들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제하고, 다툼을 방치했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아이들에게 스스로 해결할 시간을 주지 못한다. 화면에 비치는 모양새가 이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많이 보듬어주지도 못한다. 아이들은 따뜻한 보살핌 보다 통제와 차가운 관리를 받는 대상이 되고 만다.

부모들이 보육교사들을 친하지 않고 불신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받아야 할 행복권을 빼앗겼다. 게다가 교사 대 아동비율을 낮추어 아이들의 인권을 최소한이라도 지키려는 대책은 복지부의 초과보육정책으로 묵살되었다.

아이들이 서로의 처지와 힘겨움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고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들 속에서 사는 것은 당연한 기본권이다. 두려움과 불신에 기반한 사회분위기와 정책은 이런 아이들의 기본권을 빼앗았다. 감시당하는 게 일상화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될 때 이 세상은 어찌될까? 매우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사이좋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만들기는 먼저 어른들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이경란은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과 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보육을 경험했다. 현재는 모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들이 행복한 보육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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