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이여, 좋은 아빠 콤플렉스를 버려라!
최선 다하는 아빠가 최고의 아빠, 행복한 아빠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요즘 ‘좋은 아빠’ 열풍이 거세다. 잠시 스쳤다가 사라지는 단순한 유행인 것 같지는 않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아빠의 양육 참여 열풍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돼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또 이로 인한 매우 긍정적인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라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아빠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가족을 위해 생계부양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찬데, 좋은 아빠 역할까지 하려니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주말에 쉬자니 눈치가 보이고, 평일에는 야근으로 쉴 수도 없다고. 오히려 아내에게 자녀양육을 모두 맡겨도 눈치 보지 않고 큰 소리 칠 수 있었던 아버지 시대가 좋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분명 대부분의 아빠들은 자신처럼 양육에 별 마음이 없을 텐데, 유별한 아빠 몇 명 때문에 다수의 아빠들이 고통 받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빠 양육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마음속에 ‘좋은 아빠 콤플렉스’를 가지고 사는 아빠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콤플렉스(complex)란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아빠 콤플렉스’란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해 힘들어 하고 갈등하는 마음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금 젊은 아빠들은 ‘낀 세대’다. 어린 시절 좋은 아버지 상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좋은 아빠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번도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는데, 어디에서도 아버지 역할이 무엇인지 교육받아본 적도 없는데 좋은 아빠가 되려니 오죽 힘들까?
이런 마음이라면 결코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는 아빠 자신 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가 자녀에게 미치는 효과는 양(함께 보내는 시간)보다는 질(얼마나 즐거웠는가)이었다. 제 아무리 많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 보내도 아빠가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편안하게 대해주지 못한다면 별 소용 없다는 것이다.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콤플렉스를 버리고, 사실적으로 좋은 아빠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아빠란 어떤 아빠일까? 아빠에 대한 이론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엄마에 대한 이론에 빗대보자. 오래 전부터 유아와 엄마와의 관계를 연구했던 심리학자들은 좋은 엄마의 원형으로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를 제시했다. 이 말은 좋은 엄마란 ‘완벽한 엄마(perfect mother)’가 아니라는 의미다. 많은 엄마들은 자녀에게 완벽하려고 애쓴다. 음식이면 음식, 생활이면 생활, 교육이면 교육.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영역에서 아이에게 잘 해 주려고 애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완벽한 엄마란 결코 좋은 엄마가 아니며, 오히려 나중에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좋다(good enough)’는 의미는 그럭저럭 좋다는 의미다. 괜찮고 만족스럽다는 의미다.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나름 괜찮다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충분히 좋은 엄마’란 자신의 상황에서 아이에게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엄마일 것이다. 이런 엄마가 좋은 엄마다.
좋은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위해 만능박사나 슈퍼맨이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상황에서 가능한 만큼 아이와 함께 즐거우면 된다. 좋은 아빠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아내가 아니고 직장 상사도 아니며 친구는 더더욱 아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아이들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당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기억한다면 당신은 좋은 아빠다. 충분히 좋은 아빠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마음을 다해 자신을 사랑했다고 기억한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아빠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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