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복직한 초보 워킹맘을 위하여!
지금 막 복직한 초보 워킹맘을 위하여!
  • 칼럼니스트 김신희
  • 승인 2016.06.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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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워킹맘이 전하는 '복직 노하우'

[연재] 워킹맘의 일과 육아 저글링, 어떻게 할 것인가

올해로 아이는 네 살이 되었다. 아직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결혼은 네가 알아서 하렴) 다 키웠다는 생각이 들려면 최소 16년은 남았지만 종알종알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니 그래도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덩달아 떼도 늘었지만 여러 단어와 문장 표현으로 엄마를 웃게 하기도 하고, 감기로 열이 오르나 싶다가도 해열제 없이 금방 호전되는 것 보니 면역력도 조금은 더 자란 것 같다. 스스로 옷도 입고 양치질을 하는 것 보면 마치 아이를 다 키운 것만 같은 착각(?)과 뿌듯함이 밀려든다. 이제 아이는 겨우 네 살인데 말이다.

일하랴, 아이 돌보랴, '육아독립군' 워킹맘으로 살아온 지난 3년. 그래도 이 정도면 기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막 복직했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뇌가 리셋이 된 것처럼 총기는 사라지고, 아이는 갑자기 아프고, 일은 새로 막 들어오는데 이해는 못 하겠고, 갑자기 아이 봐줄 사람은 없고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멘붕에 멘붕을 거듭하며 스트레스를 온 몸으로 흡수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니(여전히 어려움 점이 있긴 하지만) 그 때를 회상할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 그 때, 지금의 깨달음을 누군가가 진심을 다 해 내게 말해주었다면 아이에 대한 자책감으로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육아 도움을 받지 못 하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남편에게 퍼붓지 않았을 수도, 10년이 넘도록 일하다가도 떠나있다 돌아온 자리에서 멍청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지금 막 복직한 초보 워킹맘을 위해 적어본다.

해도해도 새롭고 어려운 워킹맘의 생활. ⓒ김신희
해도해도 새롭고 어려운 워킹맘의 생활. ⓒ김신희


24시간을 육아좀비로 지내다 다시 사회인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첫 취직과는 또 다른, 아니 그보다 훨씬 어려웠다. 뭐랄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되는 진화의 과정을 속성으로 거친다고 보면 된다. 기억력도 가물가물, 비즈니스 용어는 입에서만 맴돌고, 예전에 내가 작성했던 회의 자료들을 보면 '아니 내가 이렇게 대단한 걸 만들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복직 후 발견한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리셋된 그냥 자연인이었다.

일단, 복직하면 몸은 회사에 있으나 정신은 가출 상태다. 꽤 오랫동안 일을 했던 사람도 어리버리한 신입직원보다도 더 멍~한 상태로 삐걱대며 안 돌아가는 머리와 손과 발을 보며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전의 빠릿빠릿하던 나는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덤으로 신경성 위염이 찾아오고, 스트레스로 간도 안 좋아져서인지 눈이 침침하고 피곤이 상당히 오래가는 상태로 첫 한 두 달이 지나간다. 심하면 대상포진이나 독감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육아휴직까지 꽉꽉 다 쓰고 복직했더라도 아직 아이는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상태이다 보니 여전히 자주 아프고, 새벽에 깨고, 주 양육자가 바뀌어 나타나는 후유증까지 나타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몸과 마음을 모두 일에 던질 수가 없다. 아이가 없던 홀가분(?)한 시절에는 새벽같이 출근해서 미진한 부분을 대비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좀 더 고민하기 위해 야근, 철야도 밥 먹듯 했건만 이건 더 이상 불가한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업무는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만큼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고 이런 상황을 잘 버텨내기 위해 몇 가지의 룰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일에 있어서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끝낼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한다. 회사 일이 내 하루의 전부가 될 수가 없다. 아이도 돌봐야 하고, 육아와 가사를 도와줄 지원군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이 모든 것의 콘트롤타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에 있어 '한 번에 죽자' 식으로 몸과 마음을 모두 던지면 다음 날은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이제 내가 아프면 내 하루만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물론 업무, 육아의 책임을 대신할 사람이 없음으로 인해 모두 다 함께 망가진 다는 것을 명심하자. 괜한 오기나 아집으로 낭비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따라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돈을 쓰고, 뻔뻔함이나 부탁으로 도움이 된다면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안 그러면 이도 저도 안 되고 그저 골병만 든다.)

또 더욱 중요한 것은 하루 단 1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택시에서 음악을 듣던, 점심을 일찍 먹고 짧은 10분 동안에 다이어리를 적든 나를 위해 적고, 생각하는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 일과 육아의 저글링도 나를 돌봐야 더 잘 할 수 있는 법. 이 과정이 힘든 상황을 견디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줄 것이다.

특히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워킹맘으로서의 녹록치 않은 상황에 분노하거나,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육아를 돕지 않는 남편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스스로를 책망하거나, 울거나 하는 일은 전혀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힘든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에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1분간 정지한다. 감정을 정리하는데,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정신 없이 지내다 보면 시간은 가고 있다. 이래서야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둘 다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되던 상태도 사라지고, 어느 순간 나름의 노하우와 지혜가 쌓여 웬만큼 일과 육아를 저글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막 복직한 초보 워킹맘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나 뿐만 아니라 누구든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디 묵묵히 그 시간을 견뎌내기 바란다. 이제 막 복직한 초보 워킹맘들에게 묵묵한 용기와 응원을 보낸다.

*칼럼니스트 김신희는 올해 서른 여덟의, 14년 차 직장인이자 네 살 된 딸을 키우는 엄마다. 일하느라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하여 치열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스스로도 성장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롭기도 한 이 시대의 전형적인 워킹맘. ‘워킹(Working)’으로는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디지털마케팅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맘(Mom)’으로서는 꿈이 엄마이자, 육아좀비, 그리고 동네 아줌마이다. 최근에는 초보 워킹맘의 일과 육아저글링 스토리 '워킹맘의 딸'이라는 책을 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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