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우리 아기가 남들보다 더 빨리 뒤집고.. 더 빨리 걷고.. 더 빨리 말을 하고, 더 빨리 기저귀를 떼기를 원하는 것은 모든 엄마들의 바램 일 것이다. 주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다.
“우리 아들은 돌전에 기저귀를 뗐어.”
“우리 딸은 돌 지나서 바로 대화를 할 수 있었어.”
아기들을 키우신지 오래돼서인지, 아니면 옛날 아기들은 지금 아기들보다 훨씬 똑똑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돌전에 기저귀를 뗐다는 아기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돌이 훨씬 지났는데도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것을 보는 어른들은 꼭 한마디씩 하신다.
“얼른 기저귀 떼야지….”
예전에는 기저귀를 빨리 떼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더 영특한 아기의 상징? 하지만 요즘에는 배변훈련을 늦게 시작하는 추세라고 한다. 괜히 준비도 안 된 아이에게 배변훈련을 일찍 시작했다가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는 나중에 커서 강박관념 등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글을 보고 나는 애초부터 느긋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뒤처지기는 싫어서 책에서 대개는 18개월부터 배변훈련을 시작한다는 말에 마침 여름 초입이기도 해서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3일 만에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여름에 시작하면 바지나 기저귀를 벗겨놓고 훈련을 시킬 수 있어서 좋다고 하던데, 나는 여름이 다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의 어느 날. 우리아기가 곧 두 돌을 앞둔 어느 날 배변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18개월부터 배변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지 그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육아카페를 보면 18개월 전이라도 기저귀를 뗀 아이들의 이야기가 꽤 많이 올라와 있다. 배변훈련을 시작하기 전 나는 미리 경험하고 직접 기저귀를 뗀 엄마들의 후기를 진지하게 정독하며 며칠 간 공부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아기에게 똑같이 적용시켜 봤지만 우리 아기는 그 아기들과는 달랐다. 같은 방법이라도 그 방법이 먹히는 아기가 있는가하면 전혀 소용없는 아기도 있다.
내가 처음 시도한 방법은 인형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아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변기에 앉히고 약국서 받은 약통에 물을 담은 후 몰래 변기에 “쉬~”하면서 뿌려놓는 것이다. 그러면 아기는 인형이 변기에 쉬를 한 줄 알고 따라 한다는 원리이다. 그렇게 며칠 동안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이는 인형을 자꾸 변기통 안에 넣기만 했다.
두 번째 방법은 한 시간마다 변기에 앉히는 방법이었다. 후기에는 아기들이 변을 보거나 소변을 보는 시간을 체크한 다음에 그 시간에 변기에 앉히라는 것인데 우리 아기는 변을 보는 시간이 일정치 않았고 소변을 볼 때도 전혀 눈치를 챌 수 없었다. 그래서 수시로 변기에 앉혀 봤지만 그것이 반복되자 변기에 앉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게 18개월에 시작한 배변훈련은 실패로 돌아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 듯 했다. 더 어릴 때부터 “응가 어떻게 하는거야?”하면 힘을 주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응가라는 말을 하지 못했고 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떤 책에는 아이가 눈, 코, 입 등을 확실히 짚어낼 수 있는 인지능력이 생겼을 때 배변훈련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 뒤로 그 훈련을 했다.
“ㅇㅇ이 눈은 어디 있나? 요기~~ ㅇㅇ이 코는 어디있나? 요기~”
그리고 아이가 변을 볼 때는 누가 봐도 확연하게 힘을 주기 때문에 그 순간 꼭 “ㅇㅇ이 응가 하는구나!!!” 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함께 '응가~'라고 발음해보고 내가 화장실 갈 때 “엄마 쉬~하고 올게”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렇게 한 달정도 지나고 나니 아이는 변을 볼 때 '응가~'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 얼른 들어서 아기 변기에 앉혔고 처음 아기변기에 변을 보는 것을 성공했다. 변을 본 후 화장실 변기에 변을 버리고 나서 아이 손을 잡고 직접 물을 내리도록 했다. 함께 “응가 빠빠~~~”라고 하면서.
그 뒤로 그 의식(?)이 재미있었는지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바지를 벗고 기저귀를 벗으면서 응가라고 말하며 변기에 앉았다. 변도 응가. 소변도 응가. 무조건 응가다.
변을 보든 소변을 보든 '응가 빠빠~'의 의식은 계속됐고 오버스러울 정도로 칭찬을 해줬다. 그렇게 일주일정도 적응 됐을 때 어른 화장실에 아기변기를 올리고 직접 앉혔다. 그럴 때 나는 간이 의자를 앞에 가져다 놓고 함께 앉아서 힘 주는 척을 했다. 어른 변기에서도 성공이다!
배변훈련을 시작한지 2주가 갓 넘어간다. 지금 우리 아이는 잠잘 때 빼고는 거의 대소변을 가리고 있다. 한 번씩 기저귀에 소변을 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배변훈련을 할 때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외출해서도 “엄마 응가”라고 말한다. 그러면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앉히고 아기 손을 잡아서 빠지지 않게 해준다. 배변훈련 며칠 만에 끝내는 아이도 있지만 몇 달이 걸리는 아이도 있다.
배변훈련의 시작은 아이마다 다르다. 18개월에 시작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30개월이 넘어서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 오히려 30개월이 넘어서 시작하면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어서 단 며칠 만에 성공할 수 있다는 엄마들도 있다. 뭐든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의 성장발달에 맞춰서 시작하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응가가 뭔지 쉬가 뭔지 알고 말할 수 있을 때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아직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곧 밤에도 기저귀를 떼고 잘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이 글을 마친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배변훈련도...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