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버텨주세요"
"사춘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버텨주세요"
  • 칼럼니스트 최병삼
  • 승인 2016.10.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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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엔 '나를 끝까지 사랑해 줄 것인가'를 끊임없이 시험

[기고] 허그맘 노원센터 최병삼 미술 치료사

ⓒ허그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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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 고학년이 되고 또 이어서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부모와의 분리가 시작되는 단계, 즉 부모와 심리적으로 이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천진난만한 상상을 하며 살며 무조건 나를 사랑해주고 언제나 아기처럼 응석을 부려도 다 받아주며 돌봐주던 어른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이젠 나에게 많은 것을 해내라고 강요하는 어른들만 남겨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이다.

그 이별은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부모가 하라는 대로 잘 따라주고 귀엽고 예쁘기만 했던 아이는 이제 부모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어렵고 힘든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부모와 아이, 서로가 이렇게 아픈 이별을 시작하면서 사춘기가 된 아이들이 많은 부적응적인 행동들을 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을 수용하고 버텨주기가 힘든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정신 분석가이자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도널드 W. 위니컷은 이러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 특히 부모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청소년기를 자연스럽게 넘기고 성인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주위 어른들이 지켜봐 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수행과도 같아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은 어른들, 특히 부모가 ‘나를 끝까지 사랑해 줄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어른들의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데도 나를 사랑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도전을 하곤 한다. 청소년들이 그렇게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도전하고 시험을 하려고 한다면, 어른들은 그 도전과 시험에 기꺼이 응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이 어른에게 도전할 때 가장 흔한 반응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과 무조건 무시하는 경우이다. ‘감히 어른에게 도전을 해?’라고 괘씸하게 생각하기가 일쑤다. 아직은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의 문화 때문에,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으로 여겨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제압하려 하고, 이는 보통 언어적·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을 공격하거나 대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 때가 많다. 다만 그 표현방법이 미숙하고 세련되지 못했을 뿐(어쩌면 그 방법도 부모에게서 학습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의도는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아이의 주장에 대해서는 존중해주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가르쳐주면 되는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그런 행동을 어른 자신에 대한 공격과 무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가 나고 참을 수 없어하고 응징하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도전에 같이 분노하고 공격적으로 맞서지 않고 그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대처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도전을 거부하거나 없애려하기보다는 그 도전은 본질적으로 당연하고 건강한 것이기에 그것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왜 청소년들의 도전을 못 견뎌할까? 청소년들의 도전이 어른에 대한 공격이라고 느끼는 것은 청소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실 어른들의 문제일 경우가 많다. 자신이 청소년이었을 때 어른들에게 자신의 도전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이 상처로 남아 있어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상처 때문에 지금의 청소년들의 도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주위 어른들 가운데는 이런 청소년들의 도전에 지혜롭게 대처하기도 한다. 그 어른들은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온갖 무모한 생각과 행동들을 고스란히 받아준 주위의 중요한 사람들, 특히 부모가 주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청소년들, 특히 자녀가 도전을 하더라고 거뜬히 그들을 받아들이고 버텨낼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것이다.

치료실에서 만나는 이른바 문제가 많다는 청소년들에게도 많은 부분 인내하고 버텨주는 어른들이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점이었다. 반면, 그렇게 힘들게 하는 청소년들을 둔 어른들 중에서도 아이가 아무리 힘들게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면서 어떤 경우라도 너는 내 사랑하는 소중한 아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주는 부모들의 자녀는 어느 순간 기적처럼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유치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하고, 철없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청소년들이지만 그런 생각과 행동을 존중하고 바라보고 견뎌주고 버텨주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문제투성이의 청소년들이 어엿한 어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 청소년들을 방임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또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한다.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것, 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도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들이 가정과 학교의 주인공으로, 한 주체로 철저하게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 그러면 어른들의 눈에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 유치해보일지라도 언젠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른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과 버텨주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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