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육아 배운 기자의 리얼 유모차 체험기
글로 육아 배운 기자의 리얼 유모차 체험기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0.28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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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대중교통 이용, 주변의 배려만으론 어려워요"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대한민국에 베이비뉴스만큼 유모차의 보행 권리를 생각하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13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영유아 보행권 캠페인 서포터즈 소망식을 진행할 정도니 말이다.

 

올해 소망식 개최일은 10월 30일. 이에 따라 기자들도 유모차 기획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편집국에서는 매년 유모차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엄마를 집중취재하며 현 사회의 문제점을 살펴보고는 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육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유모차를 끌어봐야 유모차를 끌 경험이 없었던 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 할 것 아니냐”라는 문제제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 안는 것을 무서워하는, 엄마의 마음이라고는 아직 한 톨도 이해하지 못하는 31살의 본 기자가 유모차 체험기에 나서기로 했다. 기자와 함께 유모차를 탈 아기도 사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주인공은 용감한 사나이, 전주윤 군(18개월). 만약의 사태를 위해 보호자인 주윤이 엄마와 함께 본격적인 유모차 체험기에 나서기로 했다.

26일 오전, 험난한 하루가 시작됐다. 체험시간은 약 2시간. 시작점은 서울 남동쪽 경계선에 있는 구로구 오류동으로, 목적지는 서울의 정중앙에 위치한 서울광장.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을 참가하기 위해 집에서부터 대중교통으로 서울광장을 찾는 엄마라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 "버스 타기, 주변의 배려만으론 어려워요"

오류동정거장에서 버스를 2대 놓치고 나서 노선도를 확인하며 다른 버스를 탈까 고민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오류동정거장에서 버스를 2대 놓치고 나서 노선도를 확인하며 다른 버스를 탈까 고민하는 모습.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를 두려워하는 만큼 험난한 체험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윤이는 낯선 타인에게 몸을 맡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윤이 엄마는 “아이가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해서 그래요”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촬영 내내 짜증을 부리거나 유모차를 이탈하려 하지 않았다(간혹 엄마를 손짓하거나 몇번 유모차에서 일어서려하기는 했지만). 매우 드문 일이라는데, 처음부터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의 이동 경로는 오류동에서 영등포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시청역까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우선 버스를 타기 위해 주윤이가 사는 오류동의 한 아파트에서 오류동 버스정거장으로 향했다. 타야 할 버스는 160번. 버스가 빨리 오나 싶었더니 저상버스가 아니다. 버스 기사는 “다음에 저상 버스 오니 그거 타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지난 7월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일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3만 2552대) 대비 저상버스 (6751대) 도입률은 지난해 20.7%에 그쳤다. 이에 비해 160번 버스는 생각보다 저상버스 배차가 꽤 많았다. 확인결과 48대 버스 중 30대 이상이 저상으로 운영되는 노선이었다. 지역별 도입률이 가장 높다는 서울이 35.2%인 것을 감안한다면 서울시 평균보다 저상버스 배치율이 월등히 높은 노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뒤 기사님의 말대로 두 번째 버스는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뒷문을 열어줄까 싶어 유모차를 보이며 뒷문 앞에서 멀뚱히 있었는데, 버스가 무심하게도 앞문 승객만 태우고 기자를 쌩하니 지나쳤다. 버스에게 외면받았다는 당황스런 기분도 잠시, “오늘 촬영 여기서 끝나겠는데?”라는 사진기자의 우려에 체험을 시작한지 10분도 안 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10여 분. 세 번째 버스가 왔지만 이번에도 뒤에 서 있으면 버스를 타지 못할까봐 뒷문을 포기하고 앞문에 섰다. 앞문은 보도블럭과 높이가 같은 뒷문의 경사로와 달리 유모차를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앞바퀴를 버스에 걸치고 뒷바퀴도 마저 들어 올려야 겨우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저상버스라면 경사로를 내려 주지 않아도 쉽게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가 식은땀이 흘렀다.

어렵게 유모차를 끌고 버스에 올랐지만, 더 큰 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비를 내고 유모차 바퀴에 제동장치를 걸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불과 20초 가량 서 있었건만 휘청거리는 몸 때문에 유모차를 지탱할 수가 없었다. 이를 안쓰럽게 보시던 한 아주머니가 “아기 엄마 여기 앉아요”라고 자리를 양보해 바로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에 제동장치를 걸고, 움직이는지 확인해 본 뒤에도 불안해 유모차를 손으로 잡아 고정시켰다.

유모차가 움직이지 않는지 확인하자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출발 시각이 생각보다 20분 가량 늦어졌고,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제야 휠체어를 댈 수 있는 교통약자석이 보였다. 버스 안 교통약자석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사실 그 자리는 의자를 접고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댈 수 있게 설계된 곳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접을 수 있다는 표지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자리가 비어 있었더라도 유모차를 안전하게 안쪽에 댈 수 있을 지도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차장소인 영등포역까지는 10정거장 남짓. 버스를 탄 시각이 오전 10시 30분 경 임에도 불구하고 승객이 꽤 많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오려는 승객의 보행에 유모차는 방해가 되는 듯 했다. 게다가 승객들이 들어올 때마다 유모차 손잡이를 툭툭 치는 바람에 아이 머리라도 맞지 않을까 신경이 쓰여 유모차를 기자가 앉은 좌석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그래도 불안해 유모차 안전바를 꼭 잡아야만 했다. 버스에도 좌석이 없는 유모차·휠체어 공간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기사는 유모차가 내리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상버스 뒷문 경사로는 내려주지 않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버스기사는 유모차가 내리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상버스 뒷문 경사로는 내려주지 않았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영등포역에 도착하기 30초 전부터 심장이 쿵쿵. 혼자라면 버스가 덜컹대건 말건 일어나 뒷문 앞에 먼저 서있었을텐데 유모차와 함께하니 걸음을 떼는 것조차 어려웠다. 우선 “기사님 유모차 뒷문으로 내릴게요”라고 외쳤다. 다행히 친절한 기사님이시라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셨다.(감사합니다~흑흑) 하지만 뒷문으로 내린다고 미리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사로는 내려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튼튼한 하체를 이용해 오른쪽 다리로 아이가 탄 유모차를 받치면서 어렵사리 내렸다. 휴대용유모차였으니 다행이지 디럭스유모차였으면 허리가 나가 울며 불며 산재 신청을 했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친절한 버스기사가 운행하는 버스를 탔는데도 저상버스 타고 내리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버스정류장에 유모차와 함께 있으면 버스 기사님이 아예 안태워줘요”, “버스에 유모차를 태우면 사람들이 왜 유모차를 끌고 나오냐고 해요”, “유모차가 있으면 버스 타고 내리기가 불편해요” 등 맘까페를 뒤덮은 엄마들의 하소연과 독자들의 이야기가 남 일이 아니게 됐다.

◇ 배려 없는 지하철 휠체어 배려석

장애인 개찰구는 유모차가 지나 다니기 무리없게 설계됐다. 차단막에 유모차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조심히 카드 태그부터 하고 유모차를 먼저 보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인 개찰구는 유모차가 지나 다니기 무리없게 설계됐다. 차단막에 유모차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조심히 카드 태그부터 하고 유모차를 먼저 보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어렵게 버스에서 내렸지만,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곳곳의 위험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등포역 버스정거장에서 영등포역까지 가는 길은 보도블록은 잘 정비돼있었지만 차도를 넓힌 모양인지 인도는 평균보다 꽤 비좁아 불안했다. 또 영등포역으로 가는 인도에는 주차장 출구가 붙어있어서 차가 속도라도 내게되면 위험할 수 있을 듯했다.

영등포역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1층 개찰구에 도착했다. 일반 개찰구 맨 끝에 자리한 교통약자를 위한 개찰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유모차가 충분히 들어갈 너비여서 유모차를 먼저 보내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개찰구 센서가 두 사람으로 인식하고 기자가 지날 때쯤에는 혹시나 무릎 쪽 차단막 같은 것으로 가로막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내에 4-3, 5-1 문에 구름판이 설치돼 있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4-3이 나왔다. '이런 세심함이라니'라는 생각에 새삼 감탄했다.

일단 차량 중간 문으로 열차에 타 차량 끝 쪽에 위치한 휠체어석으로 유모차를 밀고 나갔다. 그런데 유모차를 끌고 휠체어석으로 향하고 있는 기자가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아주머니가 “아이고~ 앉아야겠다”라며 털썩 휠체어석 바닥에 앉아 버렸다.

유모차를 버젓이 보고 있으면서도 일어나기는커녕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를 향해 “애기 얼굴이 왜 이렇게 희쭈구리해?”라는 아주머니. 들은 기자도 속이 상하건만, 뒤에 있던 주윤이 엄마의 얼굴이 갑작스레 울그락불그락할 해지는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유모차를 빨리 안전한 곳에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였을까? 아주머니 무릎이 자기 몸을 지탱 못하는 덩치만 큰 약자라서 그랬을까? 무슨 마음인지는 몰라도 그냥 다음 칸으로 넘어갔다.

휠체어 이용고객 배려공간 표지판에 유모차 마크는 없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휠체어 이용고객 배려공간 표지판에 유모차 마크는 없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다행히 다른칸의 휠체어석은 비어있었다. 주윤이가 바깥구경을 하면서 가라고 휠체어석 창문을 보게끔 유모차를 세우고 한숨을 돌렸다. 왠지모를 안도감에 넋을 놓고 있는데, 노약자석에 앉은 한 나이 지긋한 남성분이 말을 건냈다.

“아줌마 저기 저쪽에 자리 났으니까 저기 가서 앉아요.”
“아니요, 여기가 편해서요. 괜찮아요.”

감사한 마음을 공손히 거절한 뒤, '세상은 팍팍한 곳만이 아니야'라는 순수한 마음을 품은 순간. 뒤에서 이상한 말이 들렸다. “애 엄마가…”라는 빈정거리는 말투의 혼잣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방금 전까지 기자에게 자리를 권했던 그 남성이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XX년아 어디서 반말하고 말을 안 들어.”
“!!!!!!!!!!!!!!”

반박할 새도 없이 기자에게 욕을 한 그 남성은 옆 칸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한 정거장 정도가량 옆 칸의 노약자석 앞에 서서 문을 통해 힐끗힐끗 쳐다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황당할수가! 이날 기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욕튀(욕하고 달아나는 것의 은어)'를 경험했다! 당황스러움에 멍한 것도 잠시, 가만히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도 옆칸에 있으니 신고하기에 적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주윤이 엄마의 말이 더 충격을 받았다.

“아기가 있어서 안돼요. 아기 엄마들은 이런 일 자주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신고를 하기도 그렇고, 아이까지 위험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때 지난 8월 은평구에서 있었던 횡단보도 폭행사건이 떠올랐다. 유모차를 끌던 엄마가 횡단보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성에게 금연구역이니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했다가 폭행을 당했던 사건 말이다. 당시 사건을 기사로 쓰면서도 "뭐 이런 사람이 있냐"며 분노했지만, 설마 비슷한(언어폭력도 폭행이다) 상황을 경험할 줄이야. 주윤이 엄마의 만류에도 속으로는 신고를 할까말까 몇 백번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기가 있어 자기 방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엄마를 위협하는 사람에겐 가중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을 이날 절실히 느끼게 됐다.

◇ "대로변 횡단보도는 최고, 골목길은 개선 필요해요"

우여곡절 끝에 시청역에 도착했다. 사전에 알아보니 광장 쪽 출입구에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해 조금 떨어진 9번 출구쪽 엘리베이터를 탔다.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아 엘리베이터 안을 꽉 채운 뒤 엘리베이터가 출발했다. 노인분들이 많아 죄송한 마음에 “먼저 내리세요”라고 말했는데, 한 노신사분이 “먼저 가세요”라며 열림 버튼을 눌러주며 유모차가 안전하게 내릴 때까지 기다려줬다. 역시 세상엔 더불어 사는 사람이 더 많다.

9번 출구에서 시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소 걸어야 했다. 서울의 중심지인 만큼 주로 직장인들이 많아 유모차를 끌고 시청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주요대로변은 주택가나 상권골목에 비해 횡단보도 턱, 인도의 턱이 완만하게 설계돼 유모차를 끌고도 걷기 편했다.

이는 서울시가 보도 위에서 발생되는 장애인의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보도상 장애인 안전시설’ 정비사업의 일환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5~8월까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합동조사를 벌여 공사대상 구간을 조사했으며, 총 정비대상물량 중 4.7km를 턱낮춤시설 구간로 정해 2018년도까지 단계별로 정비할 계획이다.

2016년 정비가 완료될 곳은 4대문 지역(중구, 종로, 동대문, 서대문)의 1018개소의 횡단보도로 총 1.9km에 해당된다. 그중 종착지인 시청역 4번 출구의 세종대로 횡단보도가 정비가 완료됐다는 말에 정비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횡단보도의 모습이 궁금해 이동 경로에 포함시켰다.

시청 앞 세종대로 횡단보도는 턱낮춤 공사가 완비돼 유모차 및 휠체어가 편안히 이동할 수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시청 앞 세종대로 횡단보도는 턱낮춤 공사가 완비돼 유모차 및 휠체어가 편안히 이동할 수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에 체험한 세종대로 횡단보도는 보는 것만큼 정비가 잘 돼 있었다. 횡단보도 전체에 걸쳐 턱낮춤이 돼 있고, 차도 바로 앞 바닥에는 ‘왼쪽 차량 조심’이라는 문구와 함께 왼편을 바라보는 귀여운 눈 그림이 눈에 띄었다.

사실 서울시의 모든 횡단보도가 잘 정비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처럼 새로 공사가 됐거나 예정 중인 서울시 횡단보도 공사만큼은 다르다. 지난해 4월 서울시에서 내려진 교통약자 보행권 강화 지침에 따라 보도블록 공사 시 턱은 1cm,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은 미끄러움이 없는 콘크리트 계열로 정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턱이 있는 인도, 불법적재물, 입간판이 즐비한 서울의 골목길이다. 이번 여정에서도 지하철역이 있는 주요대로는 거침 없이 유모차가 질주 할 수 있었지만 상권 쪽에 들어서면 턱이 있는 인도가 종종 보였다. 총 정비대상물량으로 집계된 4.7km 공사로는 골목길 보행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터. 가장 수요가 높은 곳 정비가 끝난 후에는 점차적으로 동네 보도도 개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 종착지만을 눈앞에 둔 순간, 초록불이 켜지고 경복궁이 보이는 시원한 세종대로를 걸었다. 종착지가 눈앞에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제서야 날씨 좋은 10월의 바람을 맞으며 유모차와 함께 시내를 걷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이런 맛에 나들이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목적지인 서울광장에 도착하니 아이도 나도 살맛이 났다. 주윤이는 “유모차에서 내릴래?”라는 엄마의 말에 냉큼 내려 신나게 두 발로 걸어 다녔다.

걱정이 앞섰던 기자의 유모차 체험은 끝이 났지만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이 생겼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유모차 나들이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편의시설 인프라나 도보상황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부 사람들의 행태였다. 유모차 체험을 한 시간이 고작 2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약자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 무차별 공격을 하는 사람, 유모차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을 직접 만났다. 기자에게는 하루 체험이지만 이것이 일상이 된 엄마에게 사람들의 눈총 어린 시선과 무심함, 공격성은 일상일 듯 싶었다.

오는 30일 개최되는 ‘유모차는 가고 싶다’는 유모차를 이용하는 영유아와 부모가 마음 놓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다. 유모차와 함께하는 약 1만 명의 가족들이 서울광장으로 외출을 나설 예정이다.

행사에 올 가족들도 기자와 똑같은 불편을 겪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모차와 함께하는 엄마의 외출, 엄마의 목소리를 나누는 이 행사에 참가하는 모든 과정 자체가 캠페인의 목적이며 엄마들이 사회에 내는 목소리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유모차가 서울의 길을 점령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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