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양희석의 육아픽
얼마전 놀자가 뜬금없이 저에게 묻습니다.
"아빠, 이번 겨울에도 그때처럼 눈 많이 와서 눈굴도 만들고 눈 위를 걸어다녔으면 좋겠어. 이번에도 눈 많이 올 때 옥계 갈거지?"
어느 겨울 날 강릉에 계시는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지붕에 눈이 가득 쌓여 있는데, 이러다 집 무너지겠으니 와서 눈 좀 치워달라는 S.O.S 소식이었습니다. 고민끝에 놀자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놀자를 위해 썰매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사전준비를 했지만 놀자가 춥고 지루한 시골 겨울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놀자는 눈을 가지고 노는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눈을 치우고, 썰매로 짐(짐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아 민망하지만)을 나르고, 설피(굴러다니는 소쿠리로 만든)를 신고 눈밭을 뛰어다니는 등 그 경험은 저에게도 놀자에게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진을 다 뒤져 봐도 눈굴을 만들었던 모습을 찾을 수 없네요. 놀자가 말했던 눈굴은 정말 만들었던것인지, 아니면 놀자의 상상속에서 만들었던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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