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으로 명문대 간다? 학원 영업일 뿐"
"사교육으로 명문대 간다? 학원 영업일 뿐"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2.02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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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터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공동대표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특집기획] 굿바이 헬조선, 헬로우 헤븐조선

지옥에 비유될 정도로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을 일컫는 신조어 ‘헬조선’(Hell 朝鮮). N포세대로 규정되는 20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중심축을 이루는 2040세대들의 처참한 심정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 낳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2040세대들은 최근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또 한 번 확인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면서 절망감과 좌절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헬조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헤븐조선(Heaven 朝鮮)을 만들 수 있을까?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는 없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헤븐조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절을 넘어 희망을 찾고 있는 사람들, 헤븐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베이비뉴스가 찾아 나선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공동대표.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공동대표.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광장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끈 중요 기폭제가 중 하나가 바로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부정입학 의혹이다. 대한민국 청소년과 이들 학부모는 이번 사태를 통해 초·중·고 12년간 대학입시를 위해 쏟아 부은 사교육비와 시간이 금수저의 입김 하나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명문대 입학으로 귀결되는 이런 불합리한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2008년 출범한 시민운동단체다. 사교육걱정의 윤지희 공동대표를 만나 사교육걱정이 추진하는 교육활동과 우리 교육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걱정의 역할을 교육 연구기관 정도로만 보는 시선도 있다. 사교육걱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사교육걱정의 목표는 입시사교육비,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단 1만 원도 지출하지 않는 세상, 입시고통으로 죽어가는 학생들이 단 한명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크게 정책과 법 제도의 개선, 시민의식 개선에 방향을 두고 운동을 하고 있다.

정책이나 교육관련 법,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의 잘못된 제도들에 대한 연구사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제도가 개선될 지라도 올바른 제도에 맞는 시민의식의 변화도 수반돼야 하기에 사람들 의식을 바꾸는 교육사업, 출판사업, 캠페인들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결과물이 ‘아깝다 학원비!’라는 소책자다. 책자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그 성과를 소개해 달라.

사교육 그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불필요하고 반복적인 입시 사교육을 방지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어떤 것이 불필요하고 낭비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영업 이익을 우선시하는 학원 마케팅에 의한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부모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말라”고 단순히 말하는 것으로는 '아이에게 사교육이라도 시켜야 명문대학을 갈 수 있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반발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팩트에 근거한 객관적인 사교육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사교육과 관련한 연구, 30여 차례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학원에서는 선행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영업이익이 많이 난다는 사실, 선행학습보다는 복습이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됐고 2009년 이를 담은 소책자를 내게 됐다.

무작정 “사교육은 불필요해요”라고 말하지 않고 객관적 정보만을 담았다. 그래서 책자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확산이 됐고 100만부까지 보급이 됐다. 학교, 생협, 종교기관에서 소책자 신청을 많이 한다. 학교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나 부모가 담임선생님을 통해 반 아이들에게 전달해준 경우도 있다.

-참교육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사교육으로 도배된 환경에 갈팡질팡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사교육걱정의 전국 등대모임에서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매년 8개의 연속교육강좌로 구성된 ‘등대지기학교’를 개강한다. 전국 등대모임에서는 이 강좌를 졸업한 분들이 주로 참가하지만, 등대지기학교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등대학교의 교육강좌는 학부모들에게 일시적인 의식의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항상 유지시키는 것 까지는 어렵다. 그래서 부모들은 이 모임을 통해 학습, 생활, 아이 발달단계·학교생활·진로 등 다양한 교육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공부를 하게 된다. 나이가 다양한 학부모들이 객관적으로 조언을 해줘서 부모가 한 가지 문제에 집착해 아이를 판단하는 조급함에서 놓일 수 있다.

현재 전국 55개의 등대모임이 활동 중이다. 동네마다 다 만드는 것이 목표다. 1000개를 만들면 대한민국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교육걱정을 만나 교육철학을 바꾸고 실제로 자녀 교육에도 성과를 거둔 부모의 사례를 듣고 싶다.

한 엄마는 아이의 사교육 고민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이트에서 등대지기 학교를 발견하고 수강하게 됐다. 자녀는 내노라하는 명문대에 진학하진 않았지만 우리 사교육걱정 뉴스레터의 ’꿈이 있는 공부‘란 기사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자기가 필요한 공부를 여전히 찾아서 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공부는 돌아보기도 싫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엄마는 50살이 넘은 나이에도 우리 단체에 상근자로 들어와 일하고 있다.

◇ 부모들에게 고하는 진실

 -교육활동가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다. 어떤 식으로 자녀교육을 했는지 궁금하다.

모든 아이들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공부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아이가 평가되는 것은 부당하다. 첫 아이를 학교를 보내고 나니 학교와 동네엄마들이 공부로 우리 아이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그쪽으로 자꾸 쏠렸다. 하지만 이는 교육적이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나 스스로를 바로잡으려고 교육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부적으로 억압하지 않는 것을 우리 가정 교육의 중점으로 뒀다.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이 나는 대로 여행이나 독서환경도 제공해주려 했다.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육운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시간상 아이들에게 풍족한 교육환경을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았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결핍된 환경이 우리 아이의 성장과 기질 형성에 꼭 나쁘게만 작용한 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부모가 잘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심이 형성되기도 했다. 맞벌이 부모들에게 아이 교육에 불안감을 갖지 말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한번은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울고 온 적이 있었다. 첫 영어수업시간에 저 혼자만 알파벳도 몰랐기 때문이다. "왜 학원을 안 보내줬냐"며 날 원망하기도 했다. 그 후에 영어 보습지를 시켜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큰아이는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 안 하고 만화책, 판타지 소설을 많이 봤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속도가 나보다 두 세배 정도 빨랐다.

이런 독해능력은 고등학교를 들어가자 진가를 발휘했다. 국어 뿐 아니라 다른 과목 이해에도 도움이 됐다. 어렸을 때 충분히 자기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속성으로 공부할 때 집중력을 발휘했고, ‘공부하기 싫다’는 마음 없이 공부를 하는 장점도 갖게 됐다.

사람은 한계가 있다. 아침에 학교를 가서 저녁에 학원에 있을 때까지 계속 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아이를 학원 뺑뺑이 보내는 것보다 집에서 집중해서 공부를 할 때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아깝다 학원비!’를 보면 “맞벌이 가정은 학원 외에 대책이 없어요”라는 고민에 독서를 대안책으로 제시했다. 미취학아동의 경우라면 혼자 독서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듯 하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과정이 끝난 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하기 위한 선행학습, 학습지 등 구조화된 학습을 시킨다. 그것보다는 그 연령에 맞는 놀이를 하도록 해줘야 한다. 어린아이들의 뇌발달 특징상 구조화된 학습을 하기에는 부적잘하기 때문에 충분히 놀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방학 학원수업의 대부분이 다음 학기 선행학습을 위한 것이다. 개학 후 학교에 가서 같은 내용을 보면 두 번 공부하는 셈인데 성적 획득에 더 유리하지 않나?

현재 배우는 진도보다 더 앞서나간 것을 배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행학습시간에 100을 가르친다고 해서 100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2~30정도만 이해하게 된다. 그 다음에 학교에 가서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두 번째로 보면 “난 저거 다 배웠어” 생각하고 소홀하게 배운다.

차라리 처음 보는 내용이면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충분하지 않은 1단계를 거치고, 소홀한 두 번째 과정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배운 것이 아니다. 반복학습이란 것은 현재의 진도를 몇 번씩 반복할 때 효과가 있지 선행학습을 반복한다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국영수 과목 중 수학만이 ‘수포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은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꼽힌다. 수학은 개념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수학의 개념은 어떻게 익히는 건가? 입시수학도 개념위주의 교육으로 정복할 수 있나?

구구단의 경우 우리는 “삼일은 삼, 삼이 육” 식으로 공식을 암기해서 외워버린다. 문제풀이를 할 때는 쉽겠지만 3×3의 원리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교과서는 곱셈의 원리를 그림으로 풀이한다. 세 사람의 그룹이 세 개가 있을 때 다 합쳐보니 9명이더라는 식으로 말이다. 공식을 암기하기 전에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념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으면 응용이 됐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일단 체험과 활동을 통해 충분히 개념을 익히게 해야 한다. 공식을 암기하는 방식의 공부는 맨 마지막에 결과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좋다. 수능 수학이야말로 개념과 원리위주로 학습을 했을 때 결과가 좋다. 실생활 응용문제, 사회적인 문제들을 수학으로 도입을 시키는 통합수학적인 문제들이 나오기 때문에 개념과 원리를 이해해야 수능수학을 제대로 풀 수 있다.

-수포자를 없애자는 목적으로 ‘수학 대안교과서’를 개발착수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현재 교과서 집필진들을 모으고 있다. 교사, 교수 분들이 지원을 많이 나서서 집필진 구성에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벌써 중학교 1학년 한 챕터를 완성해 학교에 실험적용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내년 중에는 중학교 1학년 수학 전과정을 학교에서 적용시키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중학교 1, 2, 3학년 집필 기한은 5년간에 걸쳐 마무리 할 예정이다.

기존 교과서가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우리 대안 교과서는 학생들이 활동과 토론을 통해 개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수학의 전문 용어를 학생의 현실과 인지발달에 맞는 언어로 바꿔서 수학의 용어에서부터 어려움을 갖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또 대부분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배려해 충분한 복습이 가능하도록 하여 그때 그때 뒤처지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길 원한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기에서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영어학습 지원을 할 수 있나?

공부는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부모는 영어학습에 대한 관점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일단 영어는 그 자체가 직업이 되는 통번역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도구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영어 그 자체를 잘 하는 것에 목적을 둬서 학습을 시키기 때문에 아이가 공부에 쉽게 지치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영어를 익히게끔 ‘동기유발’을 시키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자동차에 흥미있어 하는 아이에게는 자동차에 대한 소개를 하는 책자를 소개하는 등의 차원으로 접근하면 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을 더 잘 알고 즐기기 위해 이 언어가 필요하구나’를 깨쳐주기 위한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영어로 말할 기회는 거의 없고 글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환경에 살고 있다. 영어 동화책·소설책을 읽으면 ‘내용’을 습득할 수 있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더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된다.

◇ 사교육걱정의 교육 혁신

-국정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지난달 28일 발표됐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국정교과서 체제 자체가 문제다. 역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한 가지 관점으로 전국 학생들이 동일하게 배운다는 것은 문제다. 역사과목이 암기과목이 돼서도 안 된다.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탐구, 생각하는 과목이어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는 것으로 오늘의 내가 살아갈 지침을 주는 것이다.

암기를 해서 정답을 맞추고 서열화시키는 평가방식이 아니라 서술식 평가가 돼야 한다. 일정한 단계만 넘으면 통과하는 방식의 평가로 바뀌면 서술식 평가, 토론식 수업이 살아날 수 있다.

-사교육걱정의 올해 최대과제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제정이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시민공청회 및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어떤 의견들이 모아졌으며 언제쯤 법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나?

본 법은 더불어민주당의원들 중심으로 법안이 발의가 됐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도 동일한 이름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여당에서도 발의를 할 경우 동시발의 조정을 해서 하나의 법안으로 통과되는게 관례라고 볼 수 있다. 대선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대선후보들이 이 법을 수용할 것이라고 보고 더 노력을 가하고 있다. 법 제정은 2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법 제정에 대한 호응이 크고 서명에도 더 많이 참가하고 있다. 지역 분들을 통해 인서울을 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 ‘지잡대’라는 몹쓸 이름으로 지방대학을 부르는 차별에 대한 실상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가 제시하는 ‘입시 사교육 제로 7대 특별공약’중에 ▲‘수능 자격고사 및 선진국형 학교성적’으로만 대학에 가는 제도 ▲좋은 대학 100개 육성 ▲학력·학벌 차별 금지, 공직 지역할당, 특정지역 공직점유 상한, 고교졸업생 취업목표 등 ‘취업 공정경쟁 4대법 공약’이 있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과 세 가지가 대선공약으로 연동이 된다면 다음 정부에서 바로 추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 공약들도 향후 2,3년 내에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 어느나라에나 소위 ‘명문대학’이라 불리는 학교들이 존재하고 그 사회나 시민들도 명문대생의 학위를 높이 평가한다. 학벌이 필요없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나?

학벌이 필요없는 나라가 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명문대와 비명문대, 인서울과 지방대 차이가 현격히 큰 명문대 과열현상은 해소돼야 한다.

미국에는 아이비리그라는 명문대학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시민들은 지방 주립대학에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동경대 입학경쟁이 치열하지만 지방대에 나와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방국립대보다 ‘인서울’을 더 쳐주고, 일부 기업에서는 입사시 학벌에 가중치를 주기도 한다.

대학으로 차별을 한다면 사실 수능점수로 차별을 해야 맞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음성적으로 차별을 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또한 한 대학에 입학한 1000명의 학생들이 동일한 능력, 동일한 학창시절의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없는데 동일한 점수(가중치)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 미래의 꿈나무를 위한 조언

-많은 학생들이 부모의 대리만족과 욕심을 채워주기 위해 여러 개의 학원에 내몰린다. 참교육학부모회 때부터 20년 넘게 부모교육운동을 펼쳐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부모들이 바뀔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칼릴 지브란은 “아이는 당신을 통해 왔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사상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우리 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필요한 점이다. 내가 가진 생각은 몇 십년 전부터 형성된 것이다. 이 생각을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아이는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 된다는 것에 대해 뼈저리게 자각해야 하고 아이로부터 결별해야 한다.

비록 어린아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선택은 아이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아이를 나보다 더 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자영업자 소상공인 사업체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29%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자직업의 선호도가 높다. 그런데 ‘아깝다 학원비’에서는 “성적을 올려놓으면 진로 선택에 유리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눈앞의 안정성에 기대지 말고 네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답을 줬다.

지금은 사회가 워낙 불안정하기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직업의 안정성은 이미 사라졌다. 직업시장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많은 실정이다.


직업의 안정성이 사라졌다는 본질적 의미는 현재 직업이 10년 내에 25%이상 사라진다는 사실, 즉 현재의 직업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의 많은 업무들이 인공지능에게 넘어간다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가장 안정적인 것은 어떤 변화 속에서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 바로 창의력이다.

우리 아이들은 최소 7~8개의 직업을 갖게 된다는 전망이 있다. 내 직업이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이 창의력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최대한 발휘되는 것이므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창의력이 발휘될 때 성과가 나고 돈도 따라오게 된다.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공무원시험 합격자 플랜카드가 걸리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쫓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달리기위해서는 학생 개개인,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거창고등학교에는 ‘직업10계명’이란 것이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라’, ‘남들이 갖고자 하는 직업은 갖지 말라’는 말을 담았다. 하지만 이 말의 진짜 의미는 의사, 교사, 공무원 등의 직업을 갖지 말라는 것으로 읽을 게 아니라 각 직업의 본질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가령 식당은 좋은 재료, 친절함, 맛 등 식당업에 필요한 본질을 잘 구현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직업의 경우도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추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고 예를 들어보자. 공무원이 지켜야할 윤리와 공무원이 추구해야할 본질을 쫓지 않으면 공무원 생활을 오래할 수 없게 된다.

꿈을 꾸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우리는 20대 이후에는 세상에 나를 맞춰가려 한다. 그래서 불합리한 세상이 바뀌지 않고 자신도 퇴보하는 삶을 살게 된다. 부모가 이상을 향해 끝없이 노력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산다면 자녀도 그 부모의 모습을 보고 닮아간다.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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