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아이와 동물원? 다신 못가겠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곳,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이번 주말은 어디 가지?’ 아이가 걷기 시작한 이후 주말 나들이는 필수가 됐다. 날이 따뜻할 때는 집 앞 놀이터에 가면 그만이었지만, 추워지고 난 후에는 나들이 갈 곳을 정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토요일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콧바람 쐰 아이는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 식물원을 휘젓고 다니며 에너지 방출에 전념 없었다. 우리 부부도 “아이 덕분에 이런 곳을 다 온다”며 즐거워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야생동물이 있다는 동물원 ‘맹수마을’ 앞에 섰다. 잠든 아이를 유모차에 눕히고 천천히 걸었다. 그림책에서나 나올법한 호랑이, 재규어, 곰 등을 유리벽 하나 두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 관람객의 인기가 대단했다. 특히 아이와 함께 나들이 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유리문에 바짝 붙어 연신 “호랑아 안녕”을 외치며 호랑이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의 사랑스런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기 바빴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내 귀에 한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들어왔다.
“엄마, 저 곰은 왜 저러는 거야? 곰아! 뭐해?”
“그러게. 곰이 왜 저럴까? 곰이 춤을 추는 걸까? 엄마 곰이 보고 싶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건가? ○○이는 곰이 왜 저런다고 생각해?”
엄마와 아들의 시선은 한 곰에 고정됐다. 우리 안에 있는 작은 철문 앞에 선 곰. 곰은 그곳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있었다. 풍물놀이할 때 상모를 돌리는 모습과 흡사했다. 이상한 건 이 행동을 쉬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던 다른 관람객들도 처음에는 “곰이 춤을 춘다”며 웃다가 “이상하네”하며 돌아섰다. 누가 봐도 이상한 곰이었다. 문득 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다. 동물원에서 사육 되는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정형행동’이 확실했다. 인간으로 따지면 자폐증 아동의 행동 특징과 비슷한 행동이라고 한다. 넓은 벌판을 자유롭게 뛰어다녀야 하는 동물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 한낱 ‘인간들의 노리개’로 전락하며 병이 생긴 것이다.

동물원은 정말 동물들을 위한 환경일까? 최고 시속 60km로 벌판을 달리던 호랑이가 겨우 걸음마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동물원 속 동물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 짐작할 수 있다. 소개란에는 ‘아프리카’나 ‘시베리아’가 서식지라고 하지만, 동물들은 절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동물들의 유일한 공간이라는 작은 우리 안에서도 매순간 사람들의 시선과 소음을 감당해야 한다. 동물원이야말로 인간들의 잔인한 이기심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방문한 어린이대공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전 세계에 있는 각종 동물원의 문제일 것이다. 아이들의 동심을 이용해 예민한 특성을 가진 동물들을 직접 만지는 체험을 하고 돌고래쇼를 강행하며, 먹이자판기를 운영해 동물들을 단순히 먹이 받아먹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지금의 현실. 동물원의 주요 ‘고객’인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지금, 내가, 우리 가족이 이 동물원을 둘러보고 있는지 죄책감마저 들었다.
각종 그림책이나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을 직접 아이에게 보여주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만이 아이를 위한 일일까? 아닌 것 같았다. 동물을 사랑하는 법, 동물복지의 중요성,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등. 아이에게 가르쳐줄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이 현실을 아이에게 제대로 알려주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잡하고 마음쓰린 주말 나들이였다. 당분간은, 아니 앞으로는 아이와 동물원에 못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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